
[점프볼=최창환 기자] 유니폼. 이제는 단순히 맞대결하는 두 팀 선수들을 구분 짓는 수단이 아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지난 6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의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크리스마스 스페셜 유니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KGC인삼공사뿐만 아니라 서울 삼성도 2007-2008시즌부터 꾸준히 스페셜 저지를 제작, 팀의 역사를 재조명하며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12월, 더 설레게 만드는 KGC인삼공사
KGC인삼공사가 처음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선보인 건 2011-2012시즌의 일이다. KGC인삼공사는 2011년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5차례 홈경기를 개최했고, 뛰어난 성적을 유지하는데 힘을 보탠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유니폼을 제작했다.
당시 KGC인삼공사는 크리스마스에 열린 서울 SK전에 앞서 사인볼이 아닌 케이크, 목도리를 선수들이 직접 관중들에게 전달해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기도 했다.
KGC인삼공사는 이후 2시즌을 건너 뛴 2014-2015시즌 12월에 다시 크리스마스 유니폼을 만들었고, 올 시즌에도 이를 선보였다. 2011-2012시즌과 달리 지난 시즌부터는 각 팀들의 협조를 받아 홈·원정경기 모두 크리스마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양희종은 “팬들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시도하는 건 프로팀 입장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의 반응도 좋은 것 같다. 이제는 선수들도 유니폼이 어떤 디자인이 나올지 궁금해 한다”라며 웃었다.
실제 지난 6일 홈경기를 마친 후 체육관 내 캐릭터샵에서 32명이 크리스마스 유니폼을 예약하는 등 올 시즌도 팬들의 반응이 좋다. 성적도 좋은 만큼, 크리스마스 저지 유니폼을 구매하는 팬은 KGC인삼공사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프로스포츠팀으로서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처음 선보인 것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팀의 전통으로 이어가려고 한다. 스페셜 저지를 기대하는 팬들도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삼성의 클래식 저지, 과거-현재 잇는 매개체
서울 삼성은 스페셜 저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팀 창단 30주년인 2007-2008시즌 실업시절의 삼성전자 유니폼을 재현한 삼성은 이후 매 시즌 팀 창단일(2월 28일) 즈음에 ‘클래식 데이’를 지정, 삼성전자 유니폼을 제작해왔다. 올 시즌은 정규리그 일정이 앞당겨져 오는 2016년 2월 13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단순히 옛 유니폼으로 눈길만 끄는 게 아니다. 삼성은 ‘클래식 데이’에 팀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왔다. 삼성 출신 스타들을 초청하는가 하면, 팀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무엇보다 삼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자슈터’ 故 김현준의 업적을 기리는 무대라는 점에서 삼성의 ‘클래식 데이’는 의미를 더한다. 삼성은 이날 故 김현준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 상영을 비롯해 故 김현준 전시회, 故 김현준 농구장학금 전달식 등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농구장학금은 故 김현준이 세상을 떠난 직후인 지난 2000년부터 꾸준히 시행해왔으며, 이를 통해 삼성의 이관희(상무), 임동섭을 비롯해 양희종, 박찬희(이상 KGC인삼공사), 이승현, 한호빈(이상 오리온) 등 유망주들이 학창시절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또한 이승준은 2010-2011시즌이 한창이던 2011년 2월 26일 ‘클래식 데이(vs KCC)’에 해당 시즌 1경기 최다인 8개의 3점슛을 성공,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이승준은 “故 김현준 코치님의 영적인 도움을 받아서 슛이 잘 들어간 것 같다”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클래식 데이’는 삼성에게 이래저래 의미가 깊은 행사인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클래식 데이’는 삼성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뿌듯한 행사다. 농구계에 획을 긋는 마케팅이라 생각한다. ‘정식유니폼을 클래식 저지로 바꾸자’라고 건의하는 팬도 있을 정도로 팬들의 만족도가 높다”라고 전했다.
유니폼은 사연을 싣고
유니폼에 특별한 문구를 싣는 마케팅으로 눈길을 끈 팀들도 있었다. 2007-2008시즌 KGC인삼공사의 전신 KT&G, 부산 KTF(현 케이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양 팀은 해당시즌 유니폼 상의에 ‘2012 여수세계박람회’라는 문구를 삽입, 눈길을 끌었다.
사연은 2002-2003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TF의 전신 코리아텐더는 자금난을 겪는 와중에도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이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자금 사정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코리아텐더는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긴 후 KTF에 인수됐다. 그렇게 코리아텐더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코리아텐더 사무국장을 맡았던 이가 김호겸 KT&G 사무국장(현 KT&G 본사 홍보부장)이었다.
코리아텐더를 응원해준 여수시민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던 김호겸 사무국장은 유니폼에 자사 광고문구가 아닌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새기고 정규리그를 치렀다. 프로팀 입장에서 쉽게 내릴 수 없는 결단이었다. 또한 2008년 3월 23일에는 코리아텐더의 전신 KTF와 여수실내체육관에서 정규리그 경기를 개최하기도 했다.
“팀이 여수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시민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여수시민들은 선수단이 계속해서 농구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라며 당시를 회상한 김호겸 사무국장은 “지금도 여수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원주 동부는 원년시즌부터 2012-2013시즌까지 사용한 원주치악체육관을 뒤로 하고 2013-2014시즌부터 최신식 시절을 갖춘 원주종합체육관을 홈구장으로 두고 있다.
동부는 원주치악체육관에서의 마지막 경기서 ‘REMEMBER CHIAK’이라는 행사를 개최, 원주치악체육관에서 만든 역사들을 조명할 예정이었다. 실제 유니폼에도 ‘REMEMBER CHIAK 1997-2013’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하지만 치악체육관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 파문에 휘말렸고, 결국 이 행사는 ‘없던 일’이 됐다.
한편, ‘업계라이벌’인 삼성, LG는 KBL의 승인을 받아 맞대결에서 홈-원정과 관계없이 짙은 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른다. KGC인삼공사와 동부도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내내 짙은 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맞붙은 바 있다.
# 사진 유용우 기자,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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