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손대범 기자] 도대체 이 선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슛 하나로 2만 관중을 열광시키는 슈퍼스타가 리그를 들끓게 하고 있다. 심지어 그의 소속팀은 역사적인 기록을 하나하나 깨가며 화제의 중심에 있다. 아직 져본 일도 없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 이야기다. NBA 스타의 공격과 수비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타를 말한다] 코너의 세 번째 주인공은 커리다.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과 조현일 루키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되며, 방담에는 김윤호(비즈볼 프로젝트), 이민재(루키), 이재승(바스켓코리아) 등 젊은 기자들이 가세했다.
Q. 스테판 커리의 플레이를 말할 때면 '상식 파괴'라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당신도 이 표현에 동의하는가?
김윤호_ 당연한 얘기다. 상식 파괴라고 말하지 않는 게 이상한 수준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전세계를 놀라게 할 선수가 될 것이라 예상한 이가 얼마나 되었을 지 의문이다. 시즌 첫 22경기에서 116개의 3점슛을 시도한 게 아니라 116개의 3점슛을 넣은 것 자체가 상식 파괴 아니겠는가? 심지어 성공률도 47%로 상당히 높다. 성공 개수와 성공률 모두 1위를 차지할 지도 모른다. NBA 역사상 이런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일전에 아이재아 토마스가 ‘커리는 가장 완벽한 슛을 지닌 선수’라고 극찬했는데, 커리의 슛은 지금 말 그대로 완벽하다.
게다가 슛을 쏘는 거리도 가히 엽기적이다. 3점슛 라인에서 한참 떨어진 지점에서 쏘는 3점슛도 정상적인 메커니즘으로 쏴서 넣는다. 커리가 하프라인을 넘어오자마자 슛 페이크를 쓰는 데도 상대가 움찔할 정도로 커리의 외곽슛은 거리를 가리지 않는다. 골대에서 9미터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도 슛이 들어가니 상대 수비의 입장에서는 수비 범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 머리가 아플 것이다. 그만큼 커리의 슛은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은 존재이다.
지금 골든 스테이트 경기를 보면 상대가 탑 지점에서부터 더블팀을 들어간다. 페인트존이나 엘보우 지점이 아니라 탑 오브 더 키에서 더블팀을 시도한다. 순전히 커리의 슛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커리의 슛 비거리가 그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상대팀이 그런 무리한 더블팀을 들어갈 까닭이 없다. 경기 초반부터 골밑을 버리는 도박적인 더블팀을 끌어낸다는 것이 커리의 위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기록으로 보아도 엄청나다. 한 시즌 평균 30득점-3점슛 300개라는 대기록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점도 농구의 상식을 파괴한다. NBA 역사에서 한 시즌 3점슛 200개 돌파라는 기록이 나온 게 불과 20년이 좀 넘은 이야기인데, 커리는 지금 200개가 아니라 300개 돌파가 매우 유력하다. 득점왕과 3점슛왕을 동시에, 그것도 압도적인 3점슛 성공 개수로 달성한 사례는 없었다.
요즘 커리는 MVP뿐만 아니라, MIP 수상까지 유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전년도 MVP 수상자가 MIP 수상이 거론된다는 것도 상식 파괴 아닐까? MVP가 더 성장했다는 이야기인데, 이미 MVP를 받을 정도로 최고로 인정받은 선수가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MVP와 MIP 동시 수상이라는 초유의 사건까지 일어날 수도 있다. 여러 모로 커리는 NBA의 상식을 무참하게 박살내는 중이다.
이재승_ 동의한다. NBA 역사상 다양한 스타일을 지닌 선수들이 있었다. 범위를 현역 선수들로만 한정해도 선수들의 플레이스타일은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역대에 손꼽히는 선수들과 현역 최고들을 모두 떠올려 봐도 커리처럼 플레이하는 선수는 없었다. 보통 슈팅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은 드리블이 취약하거나 기타 기록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테면 레지 밀러와 레이 앨런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성기에 이들은 내로라하는 리그 최고의 가드였지만, 슛만큼 내세울 만 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앨런은 제한적이나마 경기운영도 도맡을 수 있었지만, 그 외 뚜렷한 강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커리는 아니다. 커리는 단순 득점만 하는 ‘슈터’가 아니다. 볼핸들링도 현역 최고 수준이다. 지난 파이널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카이리 어빙과의 매치업이 기대된 이유는 바로 동서를 대표하는 최고 볼 핸들러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커리의 드리블 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뜻이다. 슛을 주무기로 삼는 소위 슈터가 드리블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한다. 지금의 커리는 슬래셔와 슈터가 합쳐진 느낌이다. 그 것도 최고 수준으로.
이민재_ 당연하다. 현재 커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상식 파괴’밖에 없을 것이다. 커리의 신체 사이즈는 191cm의 86kg이다. KBL 농구장에 가면 흔히 찾을 수 있는 신체 조건이다. 우리나라 선수들과 사이즈가 별반 다르지 않은 선수가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3점슛 시도는 작년보다 3.1개 늘었는데, 3점슛 성공률은 46.3%로 지난 시즌(44.3%)보다 늘었다. 커리는 2014-2015시즌 MVP와 함께 우승을 차지한 최고의 선수다. 이번 시즌, 그를 견제하기 위해 각 팀이 많은 분석과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커리는 그러한 부담을 떨쳐내고 더욱 좋은 슛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야투 성공률 역시 52.9%로 리그 12위. 안드레 드루먼드, 블레이크 그리핀 등 빅맨보다 야투 적중률이 높다는 의미. 특히 이 부분은 중장거리슛에서 안정감을 찾으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4.8m~3점슛 라인까지의 야투 성공률이 39.4%였다. 3점슛 부근에서 던지는 롱2 적중률이 낮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같은 자리에서 52.4%를 기록 중이다. 그야말로 코트를 가리지 않고 확률 높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그는 코트에서 가장 작은 가드이지만 최대 효율을 내는 상식을 파괴하는 선수라고 정리할 수 있다.
Q. 커리는 많이들 동의하듯 하드웨어가 훌륭한 선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40점씩을 올리고 있다. 그와 보통의 평범한 선수들을 구분 짓게 하는 요소는 무엇이라 보는가?
김윤호_ 슛 터치 아니겠는가? 슛 터치도 엄연한 재능의 일부이다. 드리블 시의 볼 핸들링만 재능이 아니다. 왜 디안드레 조던과 라존 론도가 자유투로 고통 받겠는가? 결국 슛도 재능인데, 커리의 슛 터치는 역대 어떤 슈터들보다 부드럽다. 타고난 터치 감각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도 슈팅 성공률이 유지된다. 슈터라고 불리는 선수 중에서도 투박한 터치 때문에 슈팅 기복이 발생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은데, 커리는 그러한 기복과 거리가 멀다.
그리고 드리블 능력이 이전보다 놀라우리만큼 향상되었다. 커리가 크로스오버로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낼 거라 생각한 관계자가 얼마나 될까? 2009년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커리의 드리블 능력을 단점으로 꼽은 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커리의 볼 핸들링이나 드리블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최고의 크로스오버 드리블을 자랑하는 카이리 어빙과 비교가 될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리듬대로 슛이 가능하다.
지금도 커리는 경기 당일에 홈구장에 도착하면 핸들링 훈련을 잊지 않고 실행한다. 핸들링 감각이 살아있다 보니, 다양한 상황에서의 3점슛 적중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국내 농구 슈터들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민재_ 뛰어난 스코어러지만 팀플레이를 할 줄 안다는 것이 그의 강점이다. 그는 외곽슛뿐만 아니라 페인트존에서 효율이 뛰어난 선수다. 득점/야투 시도 비율을 보면 1.59로 드와이트 하워드(1.89)에 이어 리그 2위다. 그만큼 생산성이 뛰어나다는 의미. 또, 기본기가 뛰어나다. 그는 슛뿐만 아니라 드리블, 패스, 시야 등이 좋은 선수다. 리그 최정상급 슛 능력과 기본기가 만나 그를 최고로 선수로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볼 키핑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골든스테이트의 경기를 보면 커리는 매번 강한 압박을 받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커리는 볼을 지키는 능력이 좋아 실수하지 않는다. 시야 역시 넓어 동료에게 내주는 반 박자 빠른 패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커리는 이러한 기본기를 매년 보완하고 있다. 지난 2014 플레이오프, 골든스테이트는 LA 클리퍼스를 만났다. 당시 블레이크 그리핀은 2대2 게임에서 강한 헷지 디펜스로 커리의 길목을 막았다. 커리는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며 당황했다. 평균 23.0득점 8.4어시스트로 시리즈 평균 기록은 좋았으나 경기마다 기복이 있었다. 팀은 3-4로 패배하고 말았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데뷔 초기에 범했던 드리블 실수도 없어졌고, 기습적인 더블팀 상황에서 당황하는 모습도 줄었다. 돌파 성공률도 높이면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선수로 성장했다.
이재승_ 일전에 김윤호 기자도 말했지만, 커리는 원모션으로 슛을 쏠 수 있다. 보통의 선수들이 쏘는 정석적인 자세는 슛을 쏘기 위해 팔을 이마(혹은 그 이상)까지 올린 뒤 최고 타점에서 볼을 놓는다. 즉 타점을 최대한 끌어올린 후 볼을 릴리스한다. 하지만 커리는 볼을 잡기가 무섭게 냅다 던지듯이 슈팅을 시도한다. 상대로서는 막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하물며 이렇게 커리가 던진 슛이 50% 안팎의 성공률로 상대 골망을 가른다. 상대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아닐까. 지난주에만 커리는 60%대의 필드골 성공률과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커리가 다른 지도자들이 가르치듯이 정석적인 슛폼을 고집했다면, 이와 같은 결과는 나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주무기를 제대로 깨쳤고, 이를 경기에서 발현시키고 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드리블 실력은 날로 향상됐다. 이는 커리가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지금 커리 수준의 슈팅만 갖추고 있어도 수준급인 득점원인데 그는 볼을 간수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코트 위에서 그의 가치는 그만큼 높아졌다.
Q. 커리의 플레이에 있어 가장 과소평가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이민재_ 커리는 3점슛만 좋은 것이 아닌 모든 공격 옵션을 살릴 수 있는 최고의 스코어러 중 한 명이다. NBA.com에 의하면 평균 5회 이상 돌파를 시도하는 선수 중 커리의 야투 성공률은 59.5%로 리그 1위다. 돌파에 의한 득점 확률은 81.4%. 그만큼 돌파로 손쉬운 득점을 올렸다는 의미다.
평균 풀업 점프슛 득점은 10.7점으로 리그 1위. 성공률도 높다. 평균 5회 이상 풀업 점프슛을 시도하는 선수 중 성공률 부문 2위다. 드리블에 의한 슛인 만큼 적중률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커리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수비를 무너뜨리고 있다.
경기당 뛴 거리도 3.94km로 리그 17위다. 코트를 활발히 누비며 좋은 기회를 찾고 있고 수비에서도 부지런히 로테이션을 펼친다고 볼 수 있다. 팀 플레이어로서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의미. 커리 본인의 득점뿐만 아니라 팀플레이를 돕는 조력자로서도 높은 생산성을 내고 있다.
김윤호_ 마무리 능력이 과소평가된 듯 하다. 아무래도 슈터들은 돌파 후의 마무리 능력 부분이 약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커리는 이와 거리가 멀다. 심지어 데뷔 시즌이나 커리어 초창기를 봐도 커리의 돌파 능력은 탁월했다. 데뷔했던 2009-10시즌에도 커리의 골밑슛 성공률은 59.9%로, 그의 부족한 피지컬을 생각하면 절대 나쁘지 않다.
덩크슛도 가뭄에 콩 나듯 시도하는 선수이고 레이업 궤적도 다른 선수들보다 높지 않은가? 더구나 59.9%가 커리어 통틀어 가장 낮은 기록이라는 점을 볼 때, 커리의 마무리 능력은 가드 중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수준이다. 참고로 데릭 로즈가 MVP로 선정됐던 2010-2011시즌 당시의 골밑슛 성공률은 60.3%이다.
초창기의 커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커리는 3점슛 못지않게 돌파에 이은 마무리 능력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볼 핸들링은 다소 문제가 되었지만, 플로터 스타일의 마무리는 이 때부터 어느 정도 완성된 단계에 있었다. 커리가 슛에 대한 재능이 특별하다는 증거는 이러한 피니싱 터치(Finishing Touch)에서도 엿볼 수 있겠다.
또 하나는 수비이다. 커리가 멤피스의 토니 알렌처럼 소위 말하는 락다운 디펜더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의 공을 재빨리 훑거나, 헬프 디펜스 상황에서 견제하는 수비력은 뛰어나다. 실제로 커리의 스틸 개수는 경기 당 2.23개(12월 7일 기준)로 전체 4위에 해당된다. 또한 디펜시브 윈셰어(DWS)는 빅맨이 아닌 선수 중에서는 카와이 레너드에 이어 2위이다. 그의 팀 수비 기여도가 결코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수비를 언급하는 이유는 현대농구의 수비 성향의 변화 때문이다. 지역방어의 시대인 만큼 수비의 형태도 다양하다. 예전처럼 상대를 맨투맨 수비로만 쫓아다니는 수비의 시대는 지났으며, 현대농구는 재빠른 헬프 디펜스, 안정적인 자리 잡기 능력, 스위치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커리의 수비력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이재승_ 몸값도 많이 낮다. 커리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 약 1,1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게 된다. 이는 지난 2013-2014 시즌 개막 전에 앞서 커리가 골든스테이트와 연장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인데, 당시 커리는 계약기간 4년에 4,4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만 하더라도 커리에 대한 계약은 ‘오버페이’로 평가됐다. 이유는 커리의 부상 탓이었다. 커리는 첫 4시즌 중 단 1시즌만 8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데뷔했던 지난 2009-2010 시즌에 80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 하물며 첫 3시즌 동안에는 출장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듬해인 지난 2010-2011 시즌에는 74경기에 이어 지난 2011-2012 시즌에는 단 26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또 당시 골든스테이트는 먼테 엘리스(인디애나)가 포진하고 있었다. 엘리스도 장기계약된 고액연봉자인 만큼 트레이드가 쉽지 않았다. 엘리스 또한 부상이 잦은 선수로 평가됐다. 그런 만큼 골든스테이트가 ‘지출 대비 성적’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는 밥 마이어스 단장이 부임한 이후 엘리스 트레이드에 성공했고, 커리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다.
현재 골든스테이트에는 커리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무려 4명이나 된다(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 앤드류 보거트, 안드레 이궈달라). 이번 오프시즌을 기점으로 샐러리캡이 늘어난 만큼 레지 잭슨(디트로이트), 트리스탄 탐슨(클리블랜드)과 같은 올스타 이력이 없는 선수들도 1,4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커리는 다음 시즌이 되어야 1,2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게 된다.
이만하면 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디슨 범가너와 별반 다를 바 없을 정도. 두 선수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연고를 둔 팀에서 뛰고 있으며, 시장가보다 훨씬 싼 급여를 받으면서 소속팀에서 뛰고 있다. 범가너는 2014 시즌 월드시리즈에서 0점대의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며 팀을 우승시켰다. 심지어 와일드카드게임에서도 완봉승을 거뒀다. 2014 MLB 포스트시즌은 범가너의 독무대였다. 커리도 지난 시즌에 팀을 우승으로 견인했다. 지난 2015 플레이오프는 커리의 무대였다. 이미 서부컨퍼런스 파이널을 치르는 도중에 단일 플레이오프 최다 3점슛 기록을 갈아치우는 여유까지 선보였다.
커리는 다가오는 2016-2017시즌이 끝난 직후 이적시장에 나온다. 커리가 2017년 이적시장에 나온다면 커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지 않을까? 덧붙여 커리가 거액을 받고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리그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섣불리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앤써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의 역대 최고 계약금액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Q. 커리의 분전 뒤엔 워리어스 시스템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느낌은?
이재승_ 두 말하면 잔소리다. 커리 옆에는 커리가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팀의 체계가 잘 잡혀 있다. 먼저 커리의 옆에는 서부컨퍼런스 최고 슈팅가드인 클레이 탐슨이 있다. 탐슨은 상대 수비가 커리에게 집중하지 못하게끔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시즌 들어서는 아직 지난 시즌만 못한 모습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커리가 그만큼 득점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경우인 부분도 있다. 탐슨은 여전히 42%의 높은 3점슛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커리와 탐슨이 구성하고 있는 백코트는 리그 최상이다. ‘Splash Backcourt’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코트에 탐슨이 있다면, 프런트코트에는 안드레 이궈달라, 드레이먼드 그린, 앤드류 보거트가 있다. 먼저 이궈달라가 있다. 이궈달라는 커리, 탐슨과 같이 뛸 때 사실상 경기운영을 도맡는다. 여러 방면에서 능한 만큼 커리와 탐슨이 갖고 있는 않는 다양한 능력을 뽐낸다. 경기운영은 물론 어시스트부터 리바운드까지 두루 책임진다. 골밑에는 그린과 보거트가 있다. 그린은 커리의 활약 이면에서 가장 크게 기여하는 선수다. 그린은 리그 최고의 스크리너로서 코트를 부지런히 오간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린은 스크린을 거는 횟수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린 또한 자유자재로 패스를 뿌릴 수 있다. 비록 언더사이즈이지만 이번 시즌 평균 7.2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웬만한 가드보다 많다. 누적 어시스트에서도 150개를 일찌감치 넘어섰다(현재 158개). 현재 리그에서 어시스트 150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레존 론도(240개), 러셀 웨스트브룩(193개) 그리고 그린이 전부다. 이들 중 그린은 유일하게 포지션이 포워드다. 심지어 팀의 주전 가드인 커리와 탐슨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다. 내로라하는 어시스트 가드인 존 월(워싱턴), 제임스 하든(휴스턴)보다도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린이 볼사이드와 헬프사이드를 오가면서 스크린을 걸고 패스를 뿌리는 사이 보거트는 골밑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골밑에서 안정감이 있는데다 수비에서 기여하는 바가 실로 크다. 보거트가 있기 때문에 골든스테이트의 수비가 굳건한 셈. 공격에서는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피딩에도 능하다. 기록으로 드러나는 이상의 존재가치가 있다. 여기에 벤치에서 나서는 선수들 면면도 나쁘지 않다. 코트를 휘저어 줄 리안드로 바보사와 장신 가드인 션 리빙스턴이 있다. 안쪽에는 다른 팀에 가면 주전 센터로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페스터스 이즐리는 물론 모리스 스페이츠와 브랜든 러쉬까지 있다.
김윤호_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느낌이지만 결국 워리어스가 구사하는 스몰볼의 전제는 폭발적인 외곽슛이다. 외곽슛 없이는 지금의 스몰볼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다. 커리뿐만 아니라, 클레이 탐슨과 해리슨 반즈의 외곽슛까지 지속적으로 받쳐줘야 스몰볼의 강력함이 유지된다. 워리어스의 경우 팀 역대 3점슛 성공 1위와 2위인 커리와 탐슨을 보유하고 있기에 스몰볼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결국 커리가 워리어스 시스템 덕을 본 것이 아니라, 커리 덕분에 워리어스가 극단적인 스몰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러한 시스템의 완성에는 드레이먼드 그린의 급격한 성장세가 결정적이었다. 그린은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골밑 수비가 뛰어나다는 점이 강점이며 수비 범위도 넓고 3점슛까지 가능한 전천후 포워드이다. 심지어 올 시즌에는 게임 리딩까지 맡고 있다. 현재 경기 당 7.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포인트포워드 역할을 해내는 그린의 급격한 성장 덕분에 커리가 득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수비에서의 신속함, 공격에서의 스페이싱을 위해 스윙맨 라인업을 두텁게 만든 것도 워리어스가 내린 좋은 결정이었다. 벤치에서 나오지만 클러치 타임까지 책임지는 안드레 이궈달라는 본인이 직접 게임을 이끄는 것도 가능하고, 수비 범위도 넓어서 스몰볼에 최적화되어 있다. 반즈 또한 스윙맨 중에서는 장신에 속하기 때문에 골밑 헬프가 가능한 것은 물론 베이스라인 공략까지 탁월하다. 이러한 스몰 라인업으로 공격에서는 외곽 찬스를 극대화하고, 수비에서는 빠른 압박을 통한 공수 전환을 이끌어낸다. 205cm가 넘는 빅맨을 승부처에 기용하지 않고, 사실상 1포
워드-4가드로 승부처를 운영하는 워리어스의 경기 운영이 커리에게 날개를 달아줬다고 볼 수 있겠다.
이민재_ 워리어스의 공격을 보면 크게 2대2 게임과 볼 없는 움직임을 통한 중거리슛 시도로 나눌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어느 상황에서든 코트를 넓게 쓰며 원활한 공격을 펼친다. 현재 루크 월튼 감독대행은 스티브 커 감독보다 스몰라인업을 더욱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극단적인 스페이싱을 펼치면서 커리의 효율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일단 2대2 게임할 때 상대 수비에 따라 커리의 대처가 달라진다. 스크리너 수비수가 골밑 쪽으로 처지는 아이스 디펜스(Ice Defense)를 펼치면 커리가 중거리슛 혹은 돌파로 마무리할 수 있다. 커리의 수비수는 스크린에 걸리게 된다. 그러면 어김없이 커리가 중거리슛을 시도하게 된다.
만약 스크린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도 괜찮다. 스크린 이후 커리 앞에 있는 선수는 빅맨이기 때문.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커리는 뛰어난 돌파 능력을 갖춘 선수다. 골밑으로 파고들어 플로터나 레이업으로 득점을 마무리할 수 있다. 커리는 중거리슛뿐만 아니라 돌파 능력까지 좋아 이러한 공격이 가능하다.
이번 시즌, 비중이 줄긴 했지만 수비팀이 커리의 이동 경로를 막는 헷지 디펜스(Hedge Defense)를 펼칠 때가 있다. 헷지 디펜스란 스크리너의 수비수가 볼 핸들러의 이동 경로를 막는 수비다. 그러나 이러한 수비는 오히려 무덤을 파는 격이다.
커리는 스크린 이후 두 명의 수비수 견제를 받는다. 이때 3명의 수비수가 4명의 공격수를 막아야 한다. 수비팀이 메워야 할 로테이션 공간이 더욱 넓어질 터. 골든스테이트는 스페이싱에 의한 볼 흐름이 리그 최고다. 일단 선수들은 커리에게 볼을 받으면 돌파, 패스, 외곽슛 등으로 득점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스몰라인업 비중이 커지면서 헷지 디펜스 위력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스위치 디펜스(Switch Defense)도 어려움이 있다. 상대 빅맨과 미스매치가 되면 커리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혼자 득점을 노릴 수 있고, 동료의 포스트-업 기회도 봐줄 수 있기 때문이다.
코트를 넓게 쓰는 스페이싱은 수비수의 로테이션 범위를 넓게 만든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러한 약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결국 커리의 개인 역량과 워리어스의 스페이싱 농구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다.
Q. 그래도 커리를 가장 고생시키는 팀이 있다면?
김윤호_ 적어도 올 시즌에는 아직 커리를 거칠게 몰아붙인 팀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에 아직 붙지 않은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라고 생각한다. 골든 스테이트와 두 차례 혈전을 벌였던 LA 클리퍼스는 초반의 오버 페이스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경우에 가깝다. 토론토 랩터스는 골든 스테이트와 두 차례 모두 접전을 벌였지만, 정작 커리 본인의 경기력에는 지장이 없었다. 당장 최근에 있었던 토론토 원정 경기에서도 무려 3점슛 9개를 적중시켰다. 그나마 시카고 불스가 조금 물고 늘어졌다는 느낌을 줬지만, 결국 제 풀에 지쳐 쓰러졌다.
샌안토니오가 커리에게 위협적인 이유는 리그 최강의 수비수 카와이 레너드의 존재 때문이다. 케빈 듀란트, 카멜로 앤써니 등 내로라하는 에이스들을 틀어막았던 레너드이기 때문에 커리 입장에서도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게다가 샌안토니오가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숙성시킨 팀 수비력은 상대의 라인업을 막론하고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근래에 양 팀이 절정의 전력 상태에서 붙은 적이 없기에 커리의 입장에서 고생길이 열릴 수도 있다.
수비 부담도 이전 경기에 비해 더욱 가중될 것이다. 끊임없는 스크린과 움직임으로 공격 찬스를 만드는 샌안토니오를 상대하게 되면, 어느 선수라도 수비에서 체력을 소진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커리가 막아야 할 선수는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는 토니 파커이거나 3점슛 찬스를 위해 뛰어다닐 대니 그린이다. 아무리 뛰어난 슈터라도 체력이 떨어지면 슛은 부정확해지기 마련이다. 샌안토니오의 패스 횟수가 늘어날수록 커리의 체력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지난 파이널에서 붙었던 클리블랜드는 카이리 어빙과 케빈 러브가 빠지고도 골든 스테이트를 몰아붙였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일단 케빈 러브가 건강하고, 무엇보다 스몰볼의 ‘끝판왕’ 르브론 제임스가 건재하다. 제임스가 유독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커리의 도우미인 그린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린이 잘한다고 해도 제임스를 매치업으로 압도할 수는 없다. 그린 쪽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커리의 득점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에 있었던 클리블랜드와의 홈 경기에서도 그린이 제임스에게 무너지면서 패했다. 지난 파이널에서 제임스가 보여준 1대5 농구의 스케일을 생각하면, 워리어스 스몰볼 최대의 적은 르브론 제임스이다.
무엇보다 커리의 매치업은 카이리 어빙이다. 아직 시즌 경기에는 투입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위협적인 일대일 공격수이다. 상대의 더블팀도 화려한 드리블로 빠져나가는 어빙이기 때문에, 수비 부담이 적지 않다. 또, 클러치 타임에서 커리에게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가드가 어빙 아닌가? 어빙과의 승부 부담 또한 커리에게는 쉽지 않은 극복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재승_ 지금 당장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떠오르는 팀이 있다면,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다. 우선 멤피스는 토니 앨런이라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항마로서는 부족하다. 골든스테이트에는 커리 혼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 탐슨의 존재가 이래서 크다는 점이다. 앨런이 커리에게 붙었다간 탐슨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게다가 앨런은 공격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멤피스는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샌안토니오는 다르다. 서부컨퍼런스의 끝판대장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적시장에서 라마커스 알드리지를 품었고, 카와이 레너드를 잔류시켰다. 레너드는 현재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샌안토니오에는 다수의 우승경험을 갖추고 있는 팀 던컨,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도 있다. 여기에 데이비드 웨스트와 보리스 디아우 그리고 데니 그린은 어떻게 할까? 이들을 이끄는 수장은 무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다. 만약 이번 시즌 서부컨퍼런스 파이널에서 골든스테이트와 샌안토니오가 맞대결을 펼친다면 최근 수년간 최강의 팀들이 마주하는 빅 시리즈가 될 것이라 짐작해 본다.
참고로 골든스테이트와 샌안토니오는 이번 시즌 들어 안방에서 단 1패도 당하지 않은 유이한 팀들이다. 정규시즌에서 이들 두 팀의 맞대결은 다가오는 1월 26일 골든스테이트의 홈코트인 오라클아레나에서 펼쳐진다.
이민재_ 골든스테이트는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경기 페이스(Pace) 101.6으로 리그 3위를 기록 중이다. 빠른 흐름으로 공격을 퍼붓는 게 골든스테이트의 장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상대가 그 흐름을 유지하면 팀의 강점은 배가 된다. 반면, 상대가 느린 흐름을 계속 유지하면 장점을 발휘할 수 없다.
지난 2015 플레이오프에서 골든스테이트는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각각 만났다. 두 팀 모두 작년 기준 경기 페이스가 26위, 25위였다. 느린 흐름으로 공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장기인 팀.
이에 커리는 고전했다. 특히 멤피스와의 경기에서는 토니 알렌의 거친 수비와 느린 흐름에 맞서면서 부진에 빠졌다.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볼 없는 움직임에서 매튜 델라베도바가 커리를 거칠게 수비하며 밸런스를 망쳐놨다. 커리는 클리블랜드와의 파이널 2차전에서 19득점(야투 21.7%)를 기록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카와이 레너드는 지난 시즌 ‘올해의 수비수’를 수상한 선수. 레너드는 긴 팔과 뛰어난 수비력으로 커리를 압박했다. 커리는 레너드의 수비를 상대로 연달아 실책을 범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시즌 역시 경기 페이스가 느린 토론토 랩터스와 브루클린 네츠가 워리어스를 괴롭혔다. 결국, 느린 흐름으로 경기를 펼치는 팀이 커리를 공략하는 데 유리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 사진= 언더아머 제공
# 다이어그램=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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