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웰이 전한 스포츠 이상의 감동 “This Is My Home”

곽현 / 기사승인 : 2015-12-14 0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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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을 찾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의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토리는 짜여졌다. 얼마나 좋은 작품이 탄생할까?


리카르도 포웰(32, 196cm)이 인천으로 돌아왔다. 지난 4시즌 간 전자랜드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가 돌아온 것이다.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로 돌아왔을 때 “I‘m Back”이란 말을 남겼다. 포웰은 KCC를 떠나면서 “I’m Going Back Home(난 집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인천은 그에게 집과 같은 곳이었다.


농구 팬들은 기억할 것이다. 지난 시즌 포웰과 전자랜드가 보여준 감동의 시리즈를 말이다. 열세라고 평가받던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믿을 수 없는 팀워크와 폭발력으로 시리즈를 지배한 전자랜드다.


동부와의 4강 플레이오프도 혈전의 연속이었다. 비록 챔프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포웰과 전자랜드가 보여준 투혼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겼다. 그런 스토리가 올 시즌 다시 이어진 것이다.


13일 인천에서 열린 전자랜드와 KCC의 경기. 포웰의 인천 복귀전이었다. 마침 상대는 트레이드 이전 팀인 KCC. 이처럼 극적인 시나리오가 있을까?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체육관은 7,198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번 시즌 KBL 최다 관중 기록이었다.




경기는 시종일관 치열했다. 전자랜드는 3쿼터 한 때 14점차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엄청난 저력을 보였다. 알 수 없는 힘이 그들을 이끄는 듯 했다.


정영삼의 외곽슛이 폭발했고, 포웰의 득점이 터졌다. 예상치 못 한 자멜 콘리의 활약도 있었다. 콘리의 깜짝 3점슛으로 기어코 추격에 성공했다.


4쿼터 역전을 주고받는 접전이 펼쳐졌다. 김지완의 속공 3점슛이 터지며 전자랜드가 6점차로 앞서갔다. KCC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신명호의 득점과 하승진의 자유투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역시 포웰이었다. 포웰은 종료 7초 전 얻은 귀중한 자유투 1구를 성공시키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드라마틱한 승리였다. 전자랜드의 득점이 터질 때마다 팬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흡사 지난 시즌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를 연상케 하는 집중력과 폭발력이었다. 포웰이 합류하기 전과 완전히 달라진 전자랜드다.


달라진 전자랜드는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 경기와 포웰 합류 후 2경기를 비교해보면 평균 득점(74점→84.5점), 3점슛 성공개수(5.7개→13.5개), 리바운드(32.4개→38개), 어시스트(13.9개→18.5개), 실책(11.5개→5.5개)로 확연히 차이가 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경기에서 총 27개를 적중시킨 폭발적인 3점슛이 눈에 띈다.


포웰이 오면서 전자랜드는 유기적인 볼 흐름을 보이고 있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좋아졌다. 포웰과 함께라면 자신 있다는 듯 경기를 펼치고 있다. 바로 ‘포웰 효과’다.



포웰은 케이티와의 첫 경기에서 31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 3스틸 2블록을 기록했고, 이날 경기에선 20점 1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함석훈 장내아나운서가 포웰을 불러 인터뷰를 했다. 포웰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반겨준 인천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대한 감사함의 눈물이었다. 포웰의 모든 것을 전달하는 변영재 통역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포웰은 감격의 소감을 전하면서 말했다. “This Is My Home!, This Is My House!” 집으로 돌아온 포웰은 기뻤다. 그리고 동료와 함께 한 포웰, 전자랜드의 기세는 누구도 두렵지 않게 만들었다. 이게 바로 팀이었다.



포웰은 이어 “정말 기분이 좋았다. 지난 시즌을 회상할 수 있어 좋았다. 많은 팬들이 와주셨고, 좋은 경기력이었다. 신이 짜놓은 각본 안에서 정해진 운명 같다”며 전자랜드와의 만남이 운명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포웰과 전자랜드가 보여준 모습은 스포츠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경기를 관람한 인천 팬들은 인천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을지 모른다. 전자랜드가 선사한 감동은 그랬다.



포웰이 복귀한 전자랜드가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써내려갈지 기대된다.


다음은 포웰의 복귀를 반긴 전자랜드 식구들의 얘기다.


유도훈 감독
“포웰을 데려오고 싶었습니다. 포웰이 저 보고 무슨 얘길 했냐고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씨익 웃더라고요. 걘 날 너무 잘 알아(웃음). 팀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포웰에게 그 속에서 리더십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플레잉코치 같은 역할을 맡아달라고 했죠.”


정영삼
“포웰에 대한 고마움이 항상 가슴 속에 있었어요. 이번 시즌도 마음속으로는 처음부터 선발해서 뛰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뒤늦게 만났는데, 이 친구가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우리한테 내비치는 게 있어서 오늘 경기는 꼭 이겨주고 싶었어요. 최선을 다 해서요. 첫 날 연습 때부터 왠지 모르게 포웰로 인해 자신감이 드는 것 같았어요. 이 친구랑 함께라면 다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경기만으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승패를 떠나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팬 여러분들께 보여드렸던 전자랜드의 농구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믿음이 들었어요. 좋은 친구로 인해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한희원
“지난 시즌 포웰이 있었을 때 플레이오프 6강, 4강 경기를 보면서 준비를 했어요. 감독님께서 포웰 덕에 찬스가 많이 날 거라고 얘기해주셨죠. 포웰이 패스를 굉장히 잘 줬는데, 제가 꼭 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자랜드 조건희 대리
“원래 오늘 경기 예상 관중 수가 3000~4000명이었어요. 포웰이 3,000명 이상을 끌고 온 거죠. 포웰이 와서 정말 기쁩니다.”


전자랜드 장세정 치어리더
“포웰이 와서 너무 좋아요. 행복해요. 사실 시즌 초반은 아쉬웠거든요. 기사가 나오기 전에 포웰이 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마침 같이 있어서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죠. 포웰도 집으로 돌아온다고 얘기를 했잖아요. 마치 친오빠가 오는 느낌이었죠. KCC와 경기를 할 때마다 포웰한테 그리웠다고, 보고 싶었다고 했어요. 자기도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야 전자랜드다운 경기를 하는 것 같아요. 이제부터 시즌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 포웰이 눈물을 흘릴 때 저희 치어리더들도 같이 울었어요. 포웰이 오니까 경기가 잘 풀리는 건 물론이고, 경기장 분위기 자체가 살아나는 것 같아요. 경기 끝나고 포웰이 저희 쪽으로 올 때 소름이 끼쳤어요. 뭐라 말할 수가 없었죠.”


전자랜드 변영재 통역
“팀이 안 좋은 분위기에서 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환영을 못 해줬어요. 포웰이 온다고 했을 때 무슨 말을 하기보다는 내가 아직 너를 기억한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포웰이 저에게 선물한 옷이 있는데, 그 옷을 입고 나갔죠. 포웰이 하이파이브를 해주더라고요. 그만큼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에요. 제 둘째 딸하고 포웰 딸이랑 태어난 시기가 비슷해요. 서로 아기 옷도 공유를 하죠(웃음). 포웰이 한국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습니다.”


전자랜드 함석훈 장내아나운서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를 할 때 포웰에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왕의 귀환’이라고요. 감독, 코치님과는 느낌이 다를 거예요. 넌 여기의 왕이라고 했죠. 왕좌를 누리는 왕이 아니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그런 왕이요. 포웰이 오면서 달라졌어요. 경기 전에 포웰이랑 (정)효근이랑 드리블 연습을 하는데, 효근이 표정이 너무 밝더라고요. 너무 편하다고 그러더군요. 포웰이 경기 후 눈물을 흘렸는데, 너무 감사하고 좋았어요. 저도 눈물이 났죠. 변영재 통역도 눈물을 흘렸는데, 그 동안 마음고생이 컸을 거예요. 제가 오늘 경기를 하면서 굉장히 오버를 했어요. 이렇게 오버한 적이 없어요. 포웰에게 넌 우리 식구라고 얘기해줬어요. 전자랜드의 농구는 패밀리의 농구거든요. 각자가 영웅이 되는 농구가 아니라고요.”


#사진 -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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