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윤언주 인터넷기자] 농구에 목마른 여고생들이 대학 동아리와의 경기를 통해 갈증을 해소했다. 더불어 소중한 멘토도 얻었다.
동국대 부속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17일 이화여대에서 이화여대 농구동아리 ‘EFS’와 친선 교류전을 가졌다.
이번 교류전은 이화여대가 여고생들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두 팀 모두 순수 아마추어지만, 농구를 대하는 애틋한 마음이 인연으로 이어졌다.
동대부속여자고등학교 농구부는 학교 스포츠클럽으로 시작됐다. 체육선생님 지도하에 고 1~2학년 학생들이 작년부터 팀을 이뤘다. 이번 교류전은 여고생들에게 농구뿐만 아니라 대학 탐방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추운 날씨에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이화여대 언덕을 올랐다. 난생 처음 대학교를 방문하게 된 한 학생은 “설레서 잠도 못 잤어요. 어젯밤에도 친구들이랑 체육관에서 농구 연습 했어요”라며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고생들이 상대하게 된 팀은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과학부 농구 동아리 ‘EFS’. 약 30명 정도 구성된 팀으로 대학교 아마추어 동아리 중 준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다. 마침 기말고사가 끝나 방학을 맞은 이화여대 학생들에겐 쌓였던 스트레스를 농구로 풀 기회였다.
전·후반 10분으로 진행되는 경기에 앞서 양 팀은 패스와 레이업슛으로 몸을 풀었다. 드디어 경기 개시. 여고생들은 잦은 실책 탓에 속공을 많이 허용했지만, 이내 적응하며 본인의 경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한 여고생은 볼 핸들링이 남달랐다. 팀이 언니들의 수비에 고전하자 침착하게 팀을 재정비했다. 자세를 낮추고 레그 스루(leg through)를 선보였다.
농구부를 지도한 김창용 교사는 “특히 저 학생은 농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요. 새벽 6시 30분부터 나와서 연습을 먼저 준비해요“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골밑에서 분전한 배진희 양도 눈에 띄었다. 큰 키로 골밑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배진희 양은 "학교 농구부에서 공을 처음 잡아봤어요. 농구로 인정받고 싶어서 학교에 남아 골밑슛 100개씩 쏘고 가요“라며 수줍게 말했다. 실제 경기에서 그동안 꾸준히 연습해 온 골밑슛을 성공시키며 좋아했다.
농구, 여학생들을 변화시키다
동국대 부속여자고등학교 농구부의 탄생은 선생님의 열정으로 시작됐다. “부임 전엔 넷볼부, 축구부가 있었어요. 제가 농구를 좋아해서 ‘학생들도 농구를 좋아하게 됐으면…’이라는 생각을 했죠”라고 운을 뗀 김창용 교사는 “처음 농구부를 만들었을 때 40명이 왔지만, 지금은 14명으로 줄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묻자 김창용 교사는 “우리는 지각을 하면 안돼요. 연습이 수업 전 아침시간이기 때문에 나오기가 쉽지 않죠. 자연스럽게 농구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만 남았어요”라고 전했다.
첫 경기가 끝난 후 여고생들은 “이제 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러자 “우리학교 농구골대가 좀…. 구부러졌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다칠 것 같았어요. 농구하는 것도 불편했고요”라는 애교 섞인 불평이 나왔다.
비록 환경이 갖춰지진 않았지만, 학생들은 서서히 방법을 찾아갔단다. “여자 농구공이 없어서 남자 공으로 연습했어요. 농구 코트 라인도 저희가 직접 테이프로 붙였고요. 여기 오니까 진짜 경기를 하는 것 같아요(웃음).” 한 학생의 말이다.
농구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도 찾아왔다. 한 학생은 “원래 친구들에게 톡 쏘면서 말하곤 했는데, 농구를 하면서 둥글게 말하는 법을 배웠어요. 농구는 팀이잖아요. 지고 있거나, 경기가 안 풀릴 때 내가 짜증내면 팀에 나쁜 영향을 끼칠지 몰라요. 그래서 이젠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전에는 피구할 때 공을 무조건 피해 다녔는데 이젠 당당하게 잡을 수 있어요”라며 웃었다.
농구는 꿈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 계기이기도 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경기를 보며 한 학생을 가리켰다. 유난히 스피드가 빨라서 눈이 가던 선수였다. “저기 11번 학생은 원래 공부에 관심이 없었어요. 학교에 오면 잠만 잤죠. 그런데 농구부를 통해 체육과를 가겠다는 꿈이 생겼어요. 목표가 생기니 공부도 열심히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여고생들은 경기가 진행된 3시간 동안 누구하나 다른 짓하는 법을 몰랐다. 동료가 슛을 성공 할 때마다 환호했고, 언니들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아쉬움에 한참동안 체육관을 나가지 못하고 농구공을 만지작거렸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이효경 씨는 “저의 중·고등학생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웃음). 저는 농구를 하는 여학생들이 없어서 항상 남자들이랑 했었는데, 여고생끼리 팀을 이뤄서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해요”라고 전했다.
나이는 달랐지만 농구를 좋아하는 크기는 같았다. 이화여대 학생들도 대회에 대한 갈증을 재작년 이화여대배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언니들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동생들을 외면 할 수 없었다. 이화여대 농구부 주장 임정현 씨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네요. 정기적으로 이화여대에 초청해서 교류전을 갖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체육관을 나서기 전 양교 여학생들은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누군가는 농구 상대를, 또 다른 누군가는 소중한 멘토를 얻은 셈이다. 이들에게 친선전은 농구 경기 그 이상의 값진 시간이었다.
# 사진 윤언주 인터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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