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결산] “오늘도 알바노 엔딩입니다”부터 “허웅! 허웅! 허웅!”까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 ‘The Shot’ 대잔치

이상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9 11: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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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상준 기자] “와!!!” “하…” 승부의 세계는 참으로 냉정하기만 하다.

누군가의 환호성은 누군가의 침묵이 더해져 극적으로 대조되는 게 코트의 공기다.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와 쉼 없이 호흡한 선수단과 팬들은 계절이 가을에서 봄으로 바뀔 때마다, 희로애락 그 자체의 일상을 보냈다.

그 희로애락은 기가 막힌 하나의 샷으로부터 출발한다. 길었던 6개월 간의 대장정 속 체육관의 데시벨을 최대치로 찍게 한 ‘The Shot’은 무엇이 있었을까.

“오늘도, 오늘도 알바노 엔딩입니다!!!” 이선 알바노가 외칩니다. “I am GOD”


한 팀을 두 번이나 울리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랄까. 알바노(DB)는 SK의 ‘원주 포비아’를 만들었다. 포비아의 시발점은 지난해 11월 15일(2라운드) 원주. 동점(84-84)에서 맞이한 최후의 공격에서, 최원혁을 가볍게 제친 알바노는 침착하게 3점슛을 시도했다. 자칫 영점이 흔들릴 긴장감이었지만 알바노는 달랐고, 그 슛 하나는 거짓말처럼 림을 갈랐다.

좋은 기억은 한 번 더 이어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랄까. 시간이 한 달가량 지난 지난해 12월 11일(3라운드), 비슷한 드라마가 원주에서 재현되었다. 물론 한 달 전과 달리 리드 허용(63-65)중이었고, 자리(2라운드: 왼쪽 윙, 3라운드: 오른쪽 코너)도 달랐다. 안영준과 오세근이 둘러쌌고, 시간도 1.1초만 남았기에 자세도 훨씬 불안정했다.

그렇지만 ‘신’ 알바노는 드라마를 한 번 더 집필했다. 신을 숭배하는 윈디(DB 팬 애칭)들의 함성으로 도배되는 순간이자, DB 선수단이 신을 얼싸안으며 경외감을 표현하던 순간이었다. “오늘도, 오늘도 알바노 엔딩입니다”라는 중계진의 멘트는 그 화려함을 최대치로 덧붙여줬다.

“농구는 39분을 지고 있다가 1분 안에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스포츠라 생각한다”라는 신의 최종 정의까지. 영하까지 내려간 원주의 겨울밤 온도가 섭씨 10도가량 높아진 순간이었다.

‘1.7초’ 수원을 놀라게 한, 데릭 윌리엄스 교수의 버저비터 강의


위닝 버저비터를 논할 때 알바노만을 이야기한다면, 이 사람은 굉장히 섭섭함을 크게 느낄 수도 있다. 데릭 윌리엄스(KT)의 이야기다.

지난 1월 4일, 윌리엄스는 73-75로 끌려가던 팀을 벼랑 끝에서 구했다. 사이드라인에서 패스를 받자마자 시도한 3점슛은 깔끔하게 림을 갈랐고, 윌리엄스 덕분에 1.7초라는 잔여 시간 리스크도 극복한 KT다.

“처음에는 0.9초가 남았다고 표시됐는데, 더 남았다고 생각했다. 1.7초로 정정되었고, 펌프 페이크 후 슛 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슛이 들어가서 너무 다행이다.” 버저비터의 순간은 늘 짜릿하기만 하다.

윌리엄스는 올 시즌 전 경기 출전, 평균 23분 22초를 소화하면서 17.8점 경기당 2.1개의 3점슛을 33.9%의 확률로 기록하는 폭발력을 과시했다. 과거 NBA 상위 지명자의 클래스를 전부는 아닐 지라도, 어느 정도 보여줬다. 특히 이 버저비터 뿐만 아니라 3점슛으로 팀을 구원하는 날이 많았다.

비록 KT는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감했지만, 윌리엄스 덕분에 끝까지 6강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

“또 들어갔어요 허웅! 허웅! 허웅이 미쳤어요!”


51점 3점슛 14개. 한 팀이 기록한 숫자가 아니다. 오로지 허웅(KCC)이 한 경기에 쏟아낸 경이로운 숫자다. 허웅은 2월 2일 열린 SK와의 원정 경기에서 31분 16초를 소화하는 동안, KBL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14개나 림을 가른 허웅의 3점슛 행진에 SK 수비는 무너졌고, 반대로 KCC의 득점은 수직 상승했다. 하나하나 매섭게 터지던 허웅의 3점슛은 그의 개인 득점 숫자를 50점 이상으로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이날 중계방송사의 코멘트와 기사는 온통 허웅으로 도배됐다.

국내선수 한 경기 최다 득점 및 최다 3점슛에서 각각 KBL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었다. 그러나 1, 2위 기록은 ‘밀어주기’라는 흑역사가 있기에, 허웅의 기록이 실질적인 1위라 할 수 있다. 순수 실력으로 써낸 기록은, 3점슛 거리가 6.75m로 멀어진 이후의 KBL을 빛내는 다이아몬드와 같았다.

KCC도 허웅의 51점과 3점슛 14개를 새겨놓은 기념 티셔츠까지 제작, 허웅의 뜨거웠던 2월 2일을 오래오래 추억할 수 있게 했다. “내 기록이지만, 또 한 번 깨보고 싶다”라는 허웅의 다짐처럼 51점을 넘어서는 숫자 하나가 나올지 지켜볼 필요도 있다.

“그걸 왜 못 넣죠?” 사령탑도 인정하게 한 케빈 켐바오의 플로터 3점슛


“플로터로 3점슛을 넣을 수 있다니까?”라는 말을 건네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라는 답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는 말에 반문을 던진, 최강의 상체 힘 보유자가 있었다. 주인공은 켐바오(소노). 시간을 지난달 7일(DB VS 소노)로 전환해보자.

당시 소노는 49-32까지 벌린 격차를 쉽게 지키지 못해, 쿼터 종료 3초를 남겨두고 한자릿수(51-44)의 격차로 따라잡혔다. 분위기를 완전히 내주며 맞이할 뻔한 후반전. 그러나 하프라인까지 빠르게 건너온 켐바오의 장거리 플로터 버저비터가 이를 저지했다. 아주 깔끔한 클린샷으로.

하프라인은 정상적인 슈팅 자세로도 득점을 따내기 어려운 구역이다. 당연히 플로터는 “어림도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켐바오가 가진 특별한 힘은, 버저비터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수천만 헬스인들이 그에게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 팁을 물어볼 대목이기도 했다.

일시적인 것도 아니었다. 12일 후(3.19 VS KCC)에도 켐바오는 플로터 3점슛을 터트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손창환 감독도 “쏘지 말라는 말도 못 할 것 같다”라고 인정의 의사를 내비치는 놀라움이었다.

“형이 패스할래요? 내가 할게 내가 할게!”


KT의 슈퍼루키 강성욱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날은 분명했다. 지난해 12월 16일(VS 소노)이 그날이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단 1.4초, 게다가 동점 상황(85-85)에서 맞이한 타임아웃이었다. 수동적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강성욱은 달랐다. 아주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내가 여기 있으면 반대로… (문정현)형이 패스할래요? 아니야 내가 할게 내가 할게!” 직접 형들과의 패턴을 토론하고 실행하려 했다.

본래의 패턴은 문정현의 백도어 컷. 그러나 통하지 않자 강성욱은 곧바로 차선책을 시도, 하윤기와의 앨리웁 플레이 기회를 엿봤다. 결과는 그림 같은 시도에 이은 상대의 파울 유도. 하윤기가 이를 자유투 득점으로 연결, 기적과 같은 승리를 챙겼다.

근거 있는 자신감은 무기가 된다. 능동적인 추구미를 가진 강성욱은 “오프 시즌을 같이 보내지 않았지만, 나를 유일하게 웃게 한다”라는 문경은 감독의 말처럼, 수원의 빛이 될 것을 알리는 루키 시즌을 보냈다. 그가 어떻게 다음 시즌 발전해서 올 지 귀추가 주목되는 한 컷이자, 예고편이었던 타임아웃이었다.

아이솔레이션 후 투스몰… 1라운드 1순위의 진가


그런가 하면 1라운드 1순위의 영광을 얻은 문유현(정관장)은 패기까지 더했다.

지난 2월 7일 정관장과 KCC의 맞대결. 볼을 잡은 문유현은 허훈과의 1:1을 과감하게 선택, 스핀무브와 스텝백을 한 방에 곁들인 역전(56-55)득점을 일궈냈다. 리그 최고 가드인 허훈과, 리그 최고 가드가 될 문유현의 1:1은 보는 자로 하여금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문유현이 자유자재로 구사한 스킬들 하나하나는, 왜 자신이 전체 1순위인지 증명하는 듯했다.

사실 문유현은 이후 팬들을 더 놀라게 했다. 당당하게 ‘투스몰’ 세리머니를 곁들인 것. 기가 죽기는커녕 가드 대결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달구는, 루키의 자신감에 짱삼이(정관장 팬 애칭)들도 큰 박수를 보냈다.

문유현을 시작해 강성욱까지… 이들뿐만 아니라 올 시즌은 신인 선수들이 각 팀의 핵심으로 녹아드는 광경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KBL의 미래는 그만큼 밝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어떤 하이라이트 필름들이 이들에 의해 연출될지, 숫자를 세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유달리 잊지 못할 ‘하이라이트 필름’이 많았던 2025-2026시즌의 모든 순간. 이제는 플레이오프의 시간이다.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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