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할 거면 집에 가!” → “큰 활약을 했다” 박정웅의 일취월장

안양/정다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9 0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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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안양/정다윤 기자] “그렇게 할 거면 집에 가!”

지난 1라운드 LG전에서 유도훈 감독의 질책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벤치에서 터져 나온 말은 이제 “큰 활약을 했다”는 평가로 바뀌었다.


지난해 개막 무렵, 안양의 연습 코트에서 유도훈 감독이 박정웅에게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공격이 아니라 수비였다. 1순위 지명이라는 수식어와는 다른 주문이었다.

유도훈 감독의 기준은 분명했다. 고교 시절의 성과나 ‘유망주’라는 평가가 곧바로 프로에서의 비중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현실 인식이었다. 초특급 재능이 아닌 이상 이미 완성된 선배들 사이에서 공격의 중심을 맡기는 건 팀 내부의 납득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박정웅에게 요구된 건 화려한 득점이 아니라 상대를 멈추게 하는 움직임이었다. 수비에서 존재감을 증명하고, 그 신뢰가 쌓인 뒤에야 공격의 문이 열린다는 논리였다. 기술보다 먼저 동료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과정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그 과제는 문장보다 장면으로 증명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규리그 54경기 중 어느 하나 가볍지 않지만, 순위표가 촘촘해질수록 한 경기는 다른 무게를 띤다.

공동 2위를 두고 맞물린 원주 DB전. 그 무게가 유독 짙은 날이었지만 안양 정관장은 18일 홈경기에서 89-59로 승리했다.

그 승리의 주춧돌을 세운 건 박정웅이었다. 이 중요한 경기에서 박정웅에게도 자신이 왜 ‘수비’라는 단어로 시즌을 시작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자리였다.

1쿼터 한때 10점 차로 벌렸지만 1점 차까지 쫓긴 순간, 종료 2.9초 전 박정웅의 3점슛이 흐름의 불을 껐다. 2쿼터에서도 존재감은 이어졌다. 워싱턴과의 픽앤롤 득점을 도왔고 동료의 딥쓰리에 몸을 던져 공격 리바운드에 적극성마저 보였다.

곧바로 이어진 수비에서는 엘런슨의 진입 순간 공을 낚아챘다. 몇 차례 패스를 거쳐 전성현의 외곽으로 향한 공격 역시 그의 손끝이 닿아 있었다.

알바노의 드래그 스크린 상황에서 매치업이 바뀌는 순간에도 밀리지 않았다. 정효근과의 리바운드 경합에서 버텨내며 끝내 볼을 쥐었다. 팀 턴오버 직후에는 가장 먼저 백코트로 뛰어들었다. 스스로의 에너지와 열정을 다시 확인하는 구간처럼 보였다.

수비 리바운드 이후에는 파울을 얻어내며 공격 흐름까지 끌어왔다. 수비 성공 뒤 공격권에서는 주저 없이 3점슛을 꽂아 넣었다. 협력 수비에서도 진가가 드러났다. 상대 에이스 알바노를 5점 2어시스트로 묶어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이날 박정웅은 11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 속 장면들은 그가 맡은 역할의 결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어린 선수에게 늘 따라붙는 단어는 에너지와 패기다. 그 말의 다른 이름은 ‘한 발 더’였다. 허슬 플레이도 보이며 죽기 살기로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유도훈 감독은 “큰 활약을 했다. 초반 리바운드에서 보여준 적극성이 인상적이었다. 슛은 누구나 던질 수 있으며 결국 하늘에 맡기는 것”이라며 “농구는 득점만이 전부가 아니다. 수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데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짚었다.

이어 “(박)정웅이가 알바노(5점), 이정현(3점), 이유진(6점) 등 다양한 매치업 수비에서 제 몫을 해줬다”고 칭찬한 뒤 “앞으로는 자신의 장점을 토대로 공격에서도 더 발전해 나가야 할 선수다. 나 역시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즌 초 그가 건네받았던 과제는 이날 코트 위에서 순서대로 재현됐다. 수비에서 출발해 공격으로 이어지는 흐름이었다. 접전이 예상됐던 경기가 30점 차로 기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기여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그럼에도 만족할 지점은 아니다. ‘100번의 연습이 실전의 1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철학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박정웅의 성장 폭은 아직 열려 있다.

수비에서 얻은 신뢰가 공격의 선택지를 넓히는 동안 그는 다시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얼마나 더 버티고 얼마나 더 뛰어들 것인가. 그 답은 다음 경기의 첫 수비에서 다시 시작된다.

#사진_점프볼DB(유용우,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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