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성의 눈]유기상, 오늘만큼은 아시아 최고다! 고맙다. 대한민국 농구

정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1 02: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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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글/신기성 tvn 해설위원, 정리/정지욱 편집장] 2025년 8월 10일에서 11일로 넘아가는 무척 더운 밤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내 마음속 시계는 자정을 향해 더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곧 시작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아시안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예선 통과는 이미 확정됐지만, 이 경기는 단순한 한 경기가 아니다. 오늘 밤 대한민국 농구가 세계무대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가늠할 기준이 되는 무대다. 국내 농구팬들과 관계자들의 시선이 모두 여기에 모였다.


지도자의 눈으로, 한때 그 코트를 누볐던 선수의 마음으로 이 중요한 밤을 기록하고자 한다.

코트에선 긴장과 결의가 섞인 눈빛이 보인다. 짧지만 깊은 호흡, 느낌이 좋다. 레바논은 강하다. 신체 조건과 피지컬, 국제무대 경험까지 갖춘 지난 아시아컵 준우승팀이다. 한국 농구의 장점과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꾸준히 활약한 가드 이정현과 2차전에서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했던 여준석이 부상으로 빠졌다. 레바논 역시 에이스 가드 와일 아락지가 결장했다. 

그리고 익숙한 이름 하나. 디드릭 로슨. KBL에서 3시즌 동안 활약하며 외국선수 MVP까지 차지한 만능 선수다.

대회를 치르다 보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핵심 선수의 부상이다. 지도자 시절 나 역시 이런 순간에 눈앞이 캄캄해진 경험이 있다. 대회 중엔 대책을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대회 전부터 플랜B를 준비하고, 시스템으로 극복해야 한다.

오늘 해법은 수비 강화다. 특히 로슨의 포스트 플레이를 철저히 봉쇄해야 한다. 능력이 있는 선수지만, 외곽 플레이가 아니라면 우리가 유리한 부분도 있다.

1쿼터, 스타팅 멤버에 변화를 줬다. 이정현, 여준석의 결장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문정현, 김종규가 먼저 나왔다. 로슨을 견제하고 상대를 흔드는 라인업이다.

몸이 가볍다. 이현중의 3점슛이 시원하게 들어갔다 .양준석도 득점에 가세했다. 경기 운영이 좋다. 오늘은 유기상의 날이다. 말 그대로 미쳤다, 미쳤어. 우리가 슛이 좋은 팀이라는 걸 상대는 모르는 걸까?

2쿼터까지는 완벽한 우리의 페이스다. 빠른 트랜지션, 계속 터지는 외곽. 마치 불꽃놀이 같은 3점슛 퍼레이드다. 예선 2경기에서 리바운드와 실책에 밀렸던 모습은 사라졌다.

3쿼터도 계속 집중해야한다. 실책과 리바운드 경기운영이 중요하고 지키려하면 안된다.
3쿼터 시작, 유기상의 또 3점슛 성공. 레바논이 흔들린다. 점수 차가 벌어졌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양준석은 경기 내내 빛난다. 예뻐죽겠네. 확실한 득점원 이현중이 있다는게 얼마나 큰 힘인지 새삼 느낀다. 대한민국의 에이스가 될 상이다.ㅋㅋ 팀 전체의 시너지가 난다.

4쿼터는 완벽한 마무리였다. 
코트에 들어오는 선수마다 제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내·외곽 공격이 고르게 터지고,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대등히 잘해줬다. 선수들 사이의 믿음이 느껴진다.

오늘만큼은 유기상을 아시아 최고의 슈터라고 부르고 싶다. 레바논은 림만 바라보고 무리하게 공격하지만, 우리는 코트를 넓게 쓰며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갔다.

편안하다. 이렇게 편하게 농구를 본 게 얼마 만인가. 결국 압도적인 차이로 경기 종료. 완벽한 승리다.

부상 선수의 공백을 극복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다음 8강 진출전 상대는 괌이다. 그 다음은 중국이 될 확률이 높다. 오늘 같은 경기력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레바논은 한국 농구의 매서운 3점슛 맛을 똑똑히 봤을 것이다. 이 기세로 만리장성도 넘어보자.

늦은 밤,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든다.
고맙다, 대한민국 농구.

 

 

사진=FIBA, 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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