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삼성] 구탕은 왜? 홍대 지하를 찾을까 ②

용인/정다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7 1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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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용인/정다윤 기자] 늘 체육복 차림으로만 마주하던 선수의 사복은 묘하게 낯설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옷이 바뀌면 잠깐 못 알아볼 때도 있다. 그러면 저스틴 구탕은 평소 어떤 옷을 사고, 어떤 스타일을 즐겨 입을까.

이날은 고맙게도 구탕이 사복을 입고 출근했다. 상의는 무신사, 하의는 필리핀에서 친구가 운영하는 브랜드 제품이라고 했다. 브랜드 이름은 ‘Undrafted’.

저는 항상 편하게 입는 걸 좋아해요. 밖에 나갈 때는 거의 항상 스웨트(트레이닝복)를 입는 편이에요. 이 바지는 사실 새로 산 옷인데 라인스톤이 박혀 있어요. 저는 그냥 좀 독특한 걸 좋아해요. 비싼 브랜드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그냥 우리가 보기엔 독특하고 가치 있어 보이는 걸 발견하면 그걸 좋아해요. 이 브랜드는 제 친구들이 만든 건데 필리핀에서 만든 브랜드예요. 이름은 ‘Undrafted’고 필리핀에서는 꽤 유명해요.


라인스톤이 박힌 옷이었다. 화려한 라인스톤이 체육관을 감쌌다.

 

소재가 정말 좋아서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보통 밖에 나갈 때는 스웨트를 입어요. 편하고, 그냥 바로 입고 나갈 수 있어서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안 걸리거든요. 날씨가 아직 쌀쌀할 때는 긴팔을 입거나 따뜻하게 입으려고 레이어드해서 입는 편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제가 편한 거예요. 기념일이나 팀 디너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정장이나 슬랙스 같은 차려입는 옷은 거의 안 입어요. 평소에는 대부분 편한 옷을 입습니다.

 

사진을 부탁하자 굉장히 협조적인 구탕은 제법 익숙하게 포즈를 바꿔 가며 응했다. 그 타이밍에 이관희가 출근했다. 그리고 이관희는 아주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구탕 사진을 찍었고, 그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꽤 프로페셔널하던 구탕은 곧장 수줍음 모드로 전환됐다.
▲취재진이 찍은 구탕/구탕을 찍는 이관희/이관희가 찍은 구탕
구탕은 어쩌면 홍대 피플이 되고 싶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다 입는 옷보다 나만 입는 옷, 반듯한 매장보다 지하 어딘가 숨은 가게를 더 좋아한다. 취향에도 살짝 골목길이 있었다.

저는 필리핀이나 미국에 없는 옷을 찾는 걸 좋아해요. 뭔가 남들이 다 입는 게 아니라, 저만 가지고 있거나 저만 입는 그런 유니크한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빈티지 쇼핑을 할 때는 보통 약간 언더그라운드 느낌의, 지하에 있는 가게들을 많이 가요. 그런 곳에 가면 독특한 옷들이 정말 많거든요. 홍대 패션 스트리트 쪽 지하에도 그런 곳이 많이 있어요.

긴 한국 생활로 이제는 날씨 적응도 진작에 끝난 기간이다. 추위에 적응했다는 말은 곧 필리핀 더위가 더 맵게 느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리핀 공항에 내리면 거의 1초 만에 현실을 체감하게 된다. 땀이 아주 정직하게 반응한다.

한국에서는 이제 항상 재킷도 입고 다니고, 옷도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다니는데요. 시즌이 끝나고 공항에 갈 때도 따뜻하게 입고 갔다가, 필리핀에 도착하는 즉시 이미 땀에 쩔어 있곤 해요. 특히 와이프 같은 경우도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편인데, 필리핀에서는 눈이나 추운 날씨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함께 필리핀에 갈 때마다 그런 부분에 적응하는 데 계속 어려움을 겪는 것 같더라고요.


구탕에게는 사복만큼이나 애정하는 취미템이 하나 더 있다. 거의 분신이고, 룸메이트고, 한국 생활의 동반자다. 바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PS5)다. 진짜로 도시락 가방처럼 들고 다닌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외로움을 받아준 첫 친구이기도 했다.

한국에 온 지 이제 4~5년 정도 됐어요.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는 아내가 시즌 중에는 한국에 오래 머무를 수 없어서 왔다 갔다 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어요. 할 게 많지 않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낼 게 필요했죠. 제가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쯤에는 게임을 많이 했었는데, 한국에 온 이후로 다시 게임을 하게 됐어요. 향수병도 덜 느끼려고요.

낯선 곳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은 익숙한 걸 찾게 된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친구, 익숙한 화면. 물론 팀 동료들이 있지만 24시간 붙어 지낼 수는 없다. 그래서 게임은 다시 구탕의 일상으로 소환됐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이나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하면서 계속 연결돼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건 잘 가지고 다녀요. 가끔은 원정 경기를 길게 갈 때 챙겨갈 때도 있어요.”


그렇게 원정길에 동행한 플스5는 어느새 구탕 혼자만의 물건이 아니게 된다. 친구 한 명이 게임기를 들고 오자 친구들이 우르르 모이는 그림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구탕 방 문이 열리면 작은 게임방이 된 적도 있다고 한다. 이근휘, 박승재, 임동언, 이규태, 케렘 칸터가 하나둘 모이고 나면 방 안 공기는 금세 시합 직전처럼 달아오른다. 승부욕이 역시 운동선수다웠다.

최소 다섯 명 정도는 모여요. 선수들도 제 방으로 와서 같이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적도 있죠. 그런 게 팀워크를 쌓는 데도 도움이 되고, 서로 더 친해지는 계기가 돼요. 그냥 같이 재미있게 노는 거죠. 그러면 코트에서도 서로를 더 믿고 팀워크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팀은 하나가 되어야 하니까요.”

운동선수에게 게임은 그냥 게임이 아니다. 지는 쪽은 웃고 있어도 속은 울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잘하는 선수는 괜히 더 목소리가 커지고, 못하는 선수는 금방 별명이 생긴다. 그리고 구탕의 방에도 이미 한 명이 정해져 있었다.

(이)근휘는 포트나이트랑 철권을 정말 잘해요. 아마 우리 중에서 제일 게임을 잘하는 것 같아요. 아! (이)규태도 격투 게임을 의외로 엄청 잘하더라고요. 저희는 다 경쟁하는 걸 좋아해서 게임할 때는 항상 서로 디스도 좀 하고 그래요(웃음). 특히 (박)승재 별명은 Honey(꿀)예요. 승재랑 하면 꿀 먹는 것처럼 승리할 수 있거든요.”

아주 솔직하게 번역하면 ‘꿀 먹는다’에 가깝다. 박승재는 허니승제이(?)인 셈이다.

그렇게 동료들과 더 가까워진 구탕은 삼성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환경이 더는 낯설지 않은 시점, 그가 전한 만족감은 단순히 한두 가지 조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삼성은 위치와 시설적인 부분에서는 당연히 가장 좋다고 느껴요. 저는 농구 선수지만 농구만 하며 사는 건 아니잖아요. 또 농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 선수들도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는데, 그 과정도 굉장히 재밌어요. 다들 친절하게 대해줘서 좋은 기억으로 남고요. 팀 안에도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소통이 훨씬 수월해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 어려움이나 힘든 점들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사진_정다윤, 이상준 기자, 이관희 소셜미디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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