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눈이 왜 이러냐(웃음).”
사진을 보던 양우혁이 먼저 웃음을 터트렸다. 많은 사진들 사이에서도 유독 시선을 끄는 한 장이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앳된 얼굴에 유독 동그래진 눈. 초등학교 6학년 양우혁이었다. “이건 좀 징그러운데? 보정이 너무 세게 들어간 것 같아요. 옛날 거여서(웃음). 이건 정확히 초등학교 6학년이에요.”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사진도 있었다. 김태인(고려대), 소지호(한양대)와 함께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 찍은 사진이었다. 스쳐 지나갈 법한 한 장인데 양우혁은 그날을 꽤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편의점 가다가 찍고 온 날이에요. 경희대학교랑 연습경기 있을 때였죠. 정확히 기억나요.”
남는 건 사진이기도 하지만, 손편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오래 남는다. 누군가가 내게 진심을 담아 써준 문장은 못 버리게 된다. 빼빼로와 함께 받은 응원의 문구도 그랬다. 양우혁은 그 편지를 소중하게 추억 박스 안에 넣어두고 있었다.
‘선배님 농구 열심히 하시고 꿈 포기하지 마세요! 응원할게요.’
-1호 팬-
“중학교 때 받은 거였어요. 그땐 아예 인지도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편지가 너무 신기했어요. 언론이나 미디어에 처음 노출된 게 고등학교 1학년이었거든요. 그때는 유튜브 보고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중학생 때는 그런 게 아니었잖아요. 그럴 때인데도 저를 응원해 준다는 게 너무 뜻깊었고 고마웠거든요.”

한켠에는 문득 반가운 스킨케어 제품도 보였다. 스킨 케어 국민템을 여기서 보다니? 양우혁도 올리브영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양우혁의 겟잇뷰티(?).
“원래 제가 로션도 안 바르고 아무것도 안 했어요. 피부가 되게 좋았거든요. 근데 고등학교 고학년으로 가면서 피부가 확 안 좋아진 거예요. 그래서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유튜브에 ‘청소년이 쓰기 좋은 제품’을 찾아봤어요(웃음). 올리브영 가서 샀어요.” 올리브영 포인트가 얼마나 쌓였을지는 괜히 궁금해졌다.
최애 사복도 골랐다. 그런데 우리가 떠올리는 꾸꾸꾸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한동안 행방이 궁금했던 팔꿈치 검정 밴드도 마침 여기서 발견됐다. 슬램덩크 사랑, 정확히는 서태웅 사랑은 이런 데서도 또렷했다.
“이 옷은 아빠가 주신 건데 고등학교 때 주시고 제가 많이 입어서 골랐어요. 이 아대는 고등학교 때부터 쓰던 거예요. 근데 이거 방금 찾았어요! 어제도 차려고 했는데 없어져서 못했거든요. 덕분에 찾았습니다(웃음). 이것도 서태웅이 팔꿈치에 차거든요. 슬램덩크도 NBA를 모티프로 캐릭터가 만들어졌는데 강백호는 로드맨이고 서태웅은 마이클 조던으로요. 그래서 딱 여기 팔꿈치에 차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찹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추억이 담긴 언더아머 캠프 유니폼도 있었다. 랜덤으로 받은 등번호는 27번. 가장 행복한 기억이 담긴 숫자였고, 나중에는 가장 좋아하는 형 벨란겔이 쓰던 번호와도 이어졌다. 숫자에도 인연이 있다.
“이 유니폼은 목걸이 받았던 IMG에서 입은 유니폼이에요. 이때도 27번이었네요(웃음). 가스공사에서 등번호를 고른 건 이것 때문은 아니고 그냥 란겔이 형 좋아해서 골랐습니다. 이때는 랜덤이었어요. 또 이렇게 연결이 되네요.”

프로 구단에 오면 형들의 씀씀이에 놀랄 수밖에 없다. 빅머니(?) 라건아의 게임기 선물은 이미 여러 번 화제가 됐다. 약속도 잘 지키는 착한 형이다. 문제는 나이였다. 양우혁은 아직 만 19세가 되지 않아 자기 계정을 만들 수 없었다. 생일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그전까지는 마멋… 아니 김민규의 계정을 빌리는 중이다.
“(라)건아 형이 홈 데뷔 때 사주셨죠. 2점 3어시스트 하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다고 했는데 조건에 맞출 수 있었어요. 원래 말해도 안 지키는(?) 사람도 있는데, 말하고 다음 날 바로 사주신 거예요. 사와서 놀랐어요. 너무 감동받았어요. 거의 2K만 해요. 근데 제 계정을 못 만들어요. 만 19세가 안 돼서… (김)민규 형 계정으로 하고 있어요. 요즘은 조금 안 하고 있고, 넷플릭스 시청이랑 영어 공부하고 있어요.”
“(벨)란겔이 형은 랭커예요. 너무 잘해요. 범접할 수 없어요. 열받아요(웃음). 같이 하면 한 10% 확률로 이겨요. 근데 이겼을 때 형 팀을 조금 더 약하게 한 면도 있지만 변명하면 안 되죠.”

현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양우혁의 사진과 눈인사를 하게 된다. 그 앞에는 집에서 찍은 폴라로이드가 놓여 있었고, 소파 옆에는 인형과 피규어가 제 존재감을 야무지게 드러내고 있었다. 거실에는 인화된 양우혁과 인형이 반겨준다.
“이거는 엄마가 꾸며주셨어요. 폴라로이드는 사용법 알려준다고 찍어주셨거든요. 팬들이 선물해주신 꽃이랑 사진이에요. 이(아래 사진 참고) 피규어도 팬분이 뽑기로 주신 거예요. 진격의 거인 캐릭터랑 주술회전 캐릭터죠. 인형은 대구의 놀이공원인 이월드에 농구 게임이 있어요. 골을 넣어서 뽑은 거예요. 하나만 넣으면 되는 거긴 한데 쉽지 않습니다, 그거.”
이야기는 놀이공원에서 자연스럽게 높은 곳 이야기로 넘어갔다. “롤러코스터 몇 개 타긴 했어요. 잘 타는 편인데 최근에 고소공포증 있는 것 같아요. 높은 데를 가면 너무 무서워요. 아파트나 호텔 같은 데도 밑에 보면 무섭더라고요. 요즘에 더 그래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루키의 시간은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빠르게 흘러간다. 짧은 계절 같기도 했고 하루하루가 길게 늘어진 시간 같기도 했던 데뷔 이후의 가스공사 생활. 양우혁은 그 시간을 지나오며 혼자 서 있지 않았음을 여러 번 느꼈을 것이다. 늘 그 곁에는 팬들이 있었다.
“제가 정말 자부할 수 있는 부분은 팬들이에요. 가스공사의 성적이 좋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늘 한결같이 응원해주시거든요. 원정까지 찾아와 열정적으로 힘을 보태주실 때면 선수로서 더 책임감을 느끼게 돼요. 홈경기장에도 많이 와주시는데, 그런 응원 하나하나가 팀에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최근에는 편의점 같은 새로운 공간도 생기고, 전체적인 인테리어나 분위기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게 느껴져서 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세심한 변화들도 결국 구단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봅니다.”
팬에게 보여지는 것만큼 미디어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다른 구단들도 협조를 아끼지 않지만 가장 적극적인 팀을 꼽으라면 가스공사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자다가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꼴찌 역시 정해져 있지만 노코멘트로 남겨두겠다. 분명한 건 그런 구단의 분위기가 선수단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점이다.
“구단 분위기도 참 좋다고 느꼈어요. 늘 ‘재밌게, 무조건 잘 협조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실제로도 미디어나 외부 활동에 굉장히 열린 편이거든요. 선수들을 더 많이 알리려는 의지도 강하고요. 저는 그런 방향이 프로 구단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프로 스포츠는 쇼잖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알려지고 사랑받아야 더 커질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단순히 농구만 잘하는 것만으로는 흥행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마케팅과 소통이 중요하고 저 역시 그 부분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스스로 더 높은 곳을 향해 발을 내딛어야 할 때다. 그래서 이번 오프시즌은 더 묵직하다. 지난 계절을 지나며 흔들림도 겪었고 다시 중심을 붙잡는 법도 배웠다. 한 번의 시즌은 끝났지만 양우혁에게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번 시즌을 겪으면서 더 독해졌다고 생각해요. 중간에 흔들리고 혼란스러운 순간도 있었고, 집중이 잘 안 될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시간을 지나면서 더 분명해졌어요. 제가 가장 재밌어하는 것도 농구고, 가장 잘하고 싶은 것도 결국 농구라는 걸 다시 확인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마음을 다시 단단히 잡았고, ‘정말 잘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더 커졌습니다. 드래프트 때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최고가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다음 시즌에 확실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 ▲롤링페이퍼와 양우혁이 어렸을 때 공부한 흔적 |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