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즌 KBL에는 예상 밖의 장면이 적지 않았다. 시즌 전 전망은 늘 그럴듯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코트 위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팀이 순위를 뒤흔들었고,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제 몫을 넘어 판을 바꾸는 존재로 떠올랐다. 한 시즌을 돌아볼 때 반전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그 중에서 짚어야 할 팀은 정관장이다. 정관장은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막판 극적으로 6위에 오르며 봄 농구 막차를 탔다. 분명 변화는 있었다. 트레이드가 있었고 지도자 구성에도 변동이 있었다. 다만 선수단의 큰 틀이 완전히 뒤집힌 것은 아니었다. 이번 시즌 문유현이 가세했지만, 정관장은 그가 오기 전부터 이미 상위권 흐름을 만들고 있었다.
분명해진 역할, 그리고 유도훈 감독 체제 아래 팀 전체가 끝까지 버텨낸 힘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이 한 시즌 만에 2위로 뛰어오른 건 단순한 순위 변화로만 보기 어려웠다. 정관장은 흔들렸던 팀이 다시 중심을 세우는 과정을 이번 시즌 내내 증명했다.

체감상 연패보다 연승이 더 자주 보일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10연승이라는 굵직한 상승세까지 써냈다. 그 과정에서 멀게만 보였던 6강 희망도 다시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시즌 정관장이 끝까지 버티며 선례를 남겼다면, 이번 시즌에는 소노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쉽게 꺾일 것 같던 팀이 끝내 포기하지 않고 시즌 막판까지 판을 흔든 장면은 분명 이번 시즌을 설명하는 한 줄이었다.

살림꾼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코트 곳곳을 메웠고, 김선형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빠르게 경험치를 쌓았다. 시즌 평균 11.3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2025 드래프트 출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이다. 규정순위 기준 2위인 강지훈(소노)의 평균 7.7점과 비교해도 차이가 분명하다. 비록 KT가 7위에 머물며 봄 농구를 밟지는 못했지만, 강성욱이라는 수확은 결코 작지 않았다. 팀 성적과 별개로 미래를 향한 밑그림 하나는 확실히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정관장의 렌즈 아반도를 떠올리게 할 정도의 점프력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한반도’ ‘국반도’ 같은 별명이 붙기 시작한 것도 괜한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한두 장면의 임팩트로 끝난 것도 아니다. 지난 경기에서도 마지막 자유투 3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아직 기록은 평균 3.3점 2.2리바운드로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숫자보다 더 선명한 건 존재감이었다.
여기에 양우혁까지 더해지며 가스공사는 루키 활용 면에서 가장 선명한 색을 드러낸 팀이 됐다. 양우혁과 김민규는 꾸준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실제 출전 시간도 확보했다. 루키 두 명이 함께 팀 내 존재감을 드러낸 구단은 가스공사가 유일하다. 비록 양우혁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페이스가 다소 떨어지며 평균 4.8점 1.7어시스트로 시즌을 마쳤고, 김민규 역시 3.3점 2.2리바운드로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가능성만큼은 분명히 확인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오프시즌은 더 중요하다. 씨앗은 뿌려졌고, 이제 얼마나 단단하게 뿌리내리느냐가 다음 시즌을 가를 일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팀이 필요로 하는 장면을 채워 넣는 쪽에 가까웠다. 윤원상 역시 반전의 이름이었다. 상무 전역 후 조상현 감독의 시스템에 녹아들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전역 후 팀에 힘을 보탠 한승희가 있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윤원상이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메웠다. 단순한 대체가 아니라 공백을 지워내려는 노력이 경기마다 묻어났다. 박정웅과 윤원상의 성장 덕분에 상위권 팀은 벤치 구간에서도 버틸 힘을 얻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정규시즌이 막을 내렸다. 순위표는 결과를 남기지만 시즌의 의미까지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 안에는 팀과 선수의 반전이 있었고, 이는 리그의 역동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더욱 부각했다. 순위표가 시즌의 결과를 보여준다면, 이런 반전은 그 시즌이 어떻게 흘렀는지를 보여준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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