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홍성한 기자] 누군가는 벚꽃 엔딩을, 누군가는 성장통을 겪는 시간이었다.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시즌이 창원 LG의 통산 2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L에는 격변의 시기가 찾아왔다. 10개 팀 가운데 절반인 무려 5개 팀이 사령탑을 교체한 것. 5개 팀의 감독이 한꺼번에 바뀐 사례는 KBL 출범 후 단 3차례(2004년, 2022년)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인 변화였다.
그만큼 각 구단의 절박함이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끝난 지금, 과감한 도박수를 던졌던 5개 팀의 성적표에는 뚜렷한 명암이 새겨졌다. 누군가에게는 '신의 한 수'였던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봄'으로 돌아온 셈이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감독 가운데 경력직 사령탑은 총 3명이었다. 이 중 2명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며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가장 먼저 안양 정관장이 선택한 유도훈 감독이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정식 감독으로만 13시즌을 치르며 KBL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사령탑의 무게감은 확실했다. 유도훈 감독의 지휘 아래 정관장은 LG에 이어 정규시즌 2위를 기록, 2022-2023시즌 이후 3년 만에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정관장의 4강 직행을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판을 흔들었다. 박정웅, 문유현 등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강력한 방패를 구축했다.
실제로 정관장은 이번 시즌 평균 72.0실점(최소 2위)이라는 짜임새 있는 수비를 선보이며 '짠물 농구'의 정수를 보여줬다. 노련한 경기 운영과 신예들의 패기가 조화를 이룬 정관장의 행보는 사령탑 교체의 성공 사례로 남게 됐다.

감독으로서 명예 회복을 노렸던 부산 KCC 이상민 감독 역시 시즌 내내 이어진 시련을 딛고 끝내 '봄 농구' 티켓을 거머쥐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승 후보라는 기대치가 무색하게 주축 선수들의 굴곡진 부상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이른바 ‘빅4’로 불린 허웅, 최준용, 송교창, 그리고 올 시즌 합류한 허훈이 완전체로 손발을 맞춘 경기는 단 12경기에 불과했다. 라인업이 무너지는 상황이 반복되며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이상민 감독은 팀을 수습하며 지도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반면, 경력직 중 유일하게 웃지 못한 이는 수원 KT 문경은 감독이었다. 과거 서울 SK 시절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모두 경험하며 이번 부임 사령탑 중 가장 화려한 커리어로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는 아쉬웠다. 지난 시즌 4위였던 KT는 3계단 하락한 7위로 시즌을 마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악재의 연속이었다. 하윤기, 조엘 카굴랑안 등 공수의 핵심 주축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전력에 구멍이 생겼다. 기대를 모았던 김선형 역시 부상 탓에 30경기 출전에 머물며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들까지 부진에 빠졌다.
외국선수 조합의 실패도 뼈아팠다. 1.5+1.5 옵션으로 기대를 모았던 데릭 윌리엄스와 아이재아 힉스 카드는 끝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문경은 감독의 복귀와 함께 ‘대권’을 노렸던 KT의 야심 찬 도전은 일찌감치 멈춰 섰다.
경력직 수장들의 희비가 갈린 가운데, 사령탑 데뷔 시즌을 치른 신임 감독 2명의 성적표 역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밝게 웃은 쪽은 고양 소노 손창환 감독이었다. 전력 분석과 코치 등 오랜 시간 현장에서 내공을 쌓아왔지만, 사령탑 지휘봉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도자 경력이 없다는 우려를 잠재운 건 세밀한 분석과 선수들과의 유연한 소통이었다.
KBL 최고 가드 이정현과 케빈 켐바오, 네이던 나이트로 이어지는 이른바 '빅3'의 위력을 극대화했다. 시즌 중반까지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응집력을 발휘한 소노는 시즌 막판 무려 10연승을 질주하며 리그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 끝은 기분 좋은 벚꽃 엔딩이었다. 소노는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부임 첫해에 지도력을 결과로 증명하며 교체 시장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됐다.

선수 시절 'KBL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던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 감독에게 이번 시즌은 사령탑의 무게감을 실감한 혹독한 성장통의 시간이었다. 은퇴 후 코치를 거쳐 친정팀의 수장으로 명가 재건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쓰라렸다. 현대모비스는 정규시즌 8위에 머물며 그 도전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결과를 만들어낸 팀에게는 찬란한 '봄 농구'가 찾아왔고, 그렇지 못한 팀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차디찬 '시련의 계절'이 남았다. 유례없던 사령탑 대교체의 결과가 이제 막을 올릴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최종 결말로 이어질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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