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시장의 블루칩’ 최성원 “은퇴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 이 악물고 운동”

최창환 기자 / 기사승인 : 2023-02-19 10:26:1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최창환 기자] 군 전역 후 최성원(28, 183cm)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식스맨상을 수상하는 등 군입대 전 쏠쏠한 벤치멤버로 활약했던 최성원은 어느덧 서울 SK에서 네 손가락 안에 꼽히는 출전시간을 소화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데뷔 후 2시즌 동안 7경기 평균 2분을 소화하는 데에 그친 무명이었지만, 이제는 FA시장의 블루칩으로 평가받고 있다.(인터뷰는 1월 24일에 진행됐습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명 순위는 지명 순위일 뿐’

2017년 10월 30일.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SK에 호명돼 단상에 오른 최성원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1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예상보다 낮은 지명 순위에 따른 실망감은 숨기지 못한 모습이었다. 데뷔 후 이보다 큰 절망이 찾아왔지만, 최성원은 기회가 오길 기다리며 묵묵히 칼을 갈고 있었다.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선발됐다. 지명된 당시 기분은 어땠나?
솔직히 말해 1라운드 막판에는 뽑히지 않을까 싶었는데 2라운드로 넘어갔다. SK에 온 건 너무 좋은 일이지만, 지명 순위가 2라운드까지 밀린 것에 대해선 기분이 안 좋았다. ‘지명 순위는 지명 순위일 뿐, 프로에 가면 나보다 빨리 지명된 선수들보다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였다.

2년 차 시즌까진 출전 기회가 거의 없었다. 특히 2년 차였던 2018-2019시즌은 1경기 1분 19초를 소화한 게 전부였다. 초조하진 않았나?
너무 많이 초조했다. 사실 2시즌 동안 뛸 기회를 못 받다 보니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2라운드 지명이어서 계약기간도 3년에 불과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가족을 생각하며 이 악물고 운동했다. 남들 잘 때, 쉴 때 조금 더 일찍 나와서 운동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오길 기다렸던 것 같다.

3년 차였던 2019-2020시즌에 백업으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었다. 예년에 비해 남다르게 준비한 부분이 있었나?
원래 수비를 열심히 하거나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기회를 잡고 싶었는데 우리 팀에서 백업으로 기회를 얻기 위해선 수비밖에 방법이 없었다. 수비에 열심히 임하다 보니 기회가 생겼고, 자신감도 많이 살아났다. 2시즌 동안 못 뛰다 갑자기 전 경기 가깝게 뛰었다. 시즌이 조기종료 됐지만 팀도 공동 우승을 해서 꿈만 같은 시즌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약간 허무한 기분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시즌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들었다. 갑자기 무관중으로 전환돼 연습경기 치르는 기분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팬들의 소중함을 느낀 시즌이었다.

식스맨상, 수비 5걸을 동시에 수상했는데 각각 타이틀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수비 5걸은 전혀 기대도 안 했다. 수비를 잘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상은 받으면 당연히 기분 좋은 거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식스맨상은 뿌듯했다. 수비 5걸은 5명이 받지만 식스맨상은 10개 팀을 통틀어 1명만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수비만 잘한다고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어서 기분 좋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진짜 받은 게 맞나 싶어 트로피에 있는 이름을 다시 확인해볼 정도였다.

대학 시절에는 출전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학년마다 야투율도 기복이 컸던 건가?
프로 1, 2년 차 때보다 더 힘들었던 게 대학 시절이었다. 학교 코치로부터 농구 그만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정말 많이 울기도 했다. 오로지 가족들만 생각하며 버텼다. 나중에 프로에서 떳떳하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그때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프로 데뷔 초기에 못 뛰어서 힘들었던 시간도 버틸 수 있었다.

농구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던 건가?
고향이 안양이어서 KT&G(현 KGC) 유소년클럽 출신이다. 유소년클럽에서 농구를 하다가 너무 재밌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정식으로 하게 됐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 안양체육관에 많이 가서인지 안양체육관에 경기 치르러 가면 홈구장 같은 느낌도 든다. 어릴 땐 주희정 감독님을 좋아했고, 프로선수가 된 이후에는 양동근 코치님을 롤모델로 삼게 됐다. 양동근 코치님은 공격, 수비 다 잘하신다. 수비에 집중하면 공격할 때는 힘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양동근 코치님은 둘 다 흔들림 없이 소화하셨다. 현역 마지막 시즌 때 매치업된 적이 있었다. 나는 사실상 첫 시즌이었는데 양동근 코치님의 공을 스틸했고, 그 경기에서 수훈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도 양동근 코치님 공을 빼앗았다는 게 신기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팀 내에서 가장 3점슛 성공률이 높다. 원래 슛에 자신 있는 편이었나?
대학 때까지는 슛이 장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프로 데뷔 후 감독님, 코치님들이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주셨다. 슛 자세나 스냅도 가다듬으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상무 입대 전까지는 받아먹는 슛만 던졌다. 제대 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픽&롤, 무빙슛 연습도 많이 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진 것 같다.

군 복무 시절 가장 시간이 가지 않았던 기간은 언제였나?
지난 시즌 D리그가 끝난 이후부터였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D리그가 조기종료됐고, 이후 한동안 대회가 없었다. 시즌 개막 전에 열린 컵대회가 9개월 만에 치르는 실전이었는데 이마저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못 뛰었다. 전국체전도 결장했다. SK 복귀전이 지난 시즌 막판 D리그 이후 첫 실전이었다. 실전 감각이 없는 상태다 보니 복귀 후 경기력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더 안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FA, 걱정도 되지만 기대도 된다”
최성원이 전역 후 돌아온 SK는 사령탑이 바뀌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최성원의 가치는 변함없었다. 오히려 입대 전보다 더 돋보이고 있다.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차며 한 단계 더 성장, FA를 앞두고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FA여서 동기부여는 충분했다”라는 게 최성원의 설명이었다.

상무에 있는 사이 SK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입대 전 마지막 시즌에 팀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한 시즌 더 치르고 입대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남자라면 빨리 군 복무를 해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상무에 갔는데 우승을 해서 배가 아팠다(웃음). (안)영준이가 없지만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복귀 시즌을 준비해왔다.

사령탑도 문경은 감독에서 전희철 감독으로 바뀌었다. 전희철 코치와 전희철 감독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나?
코치이실 때는 스타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도 많이 봐서 걱정됐는데 전역 후 겪어 보니 오히려 너무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아직 패턴도 숙지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셨다. 출전 기회를 많이 받은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디테일한 부분도 잘 알려주시고, 무엇보다 경기를 정말 많이 분석하시는 것 같다. 감독님 믿고 잘 따라가려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팀에서 준비한 2대2 수비는 잘 소화했지만, 3점슛은 4개 모두 안 들어갔는데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노마크 찬스가 많았는데 던질 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3점슛을 하나도 못 넣었지만 행복했다. 9개월 넘게 실전을 못 치르다 보니 너무 뛰고 싶었고, 마침 홈경기에 (최)준용이 형의 복귀전이기도 했다. 팀도 이겨서 복귀전은 즐거운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팀 내에서 출전시간이 4번째로 많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 선수가 됐다.
전역할 때만 해도 이 정도 출전시간을 소화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10~15분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다. 전역 직후에는 체력, 팀 적응 등 여러 요소 때문에 많은 시간을 못 뛴다고 들었는데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신 덕분에 많은 시간을 소화하고 있는 것 같다.

전희철 감독이 “2대2 수비는 최성원이 낫고, 1대1로 상대를 압박하는 수비는 오재현이 낫다”라고 평가했다. 스스로 수비력을 돌아본다면?
내가 봐도 1대1은 힘이 좋은 (오)재현이가 잘하는 것 같다. 나는 수비 로테이션을 이해하는 거나 협력수비에 자신이 있다. 감독님이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잘 살려주시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선 김선형, 최성원, 오재현이 다 같이 뛰기도 하던데?)스피드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 더 빠른 농구가 가능하다. 감독님이 1가드부터 3가드까지 많은 조합을 준비하신다. 색깔이 다양하다 보니 팀도 더 재밌는 농구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3라운드까지 3점슛 성공률이 45.3%에 달했는데 4라운드 들어 25.9%로 떨어졌다. 득점도 7.9점에서 3.8점까지 하락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KGC와의 경기 도중 레이업슛 후 착지 과정에서 블록슛을 시도한 렌즈 아반도와 살짝 충돌했다. 오른쪽 가슴이 너무 아팠다. 진단받아 보니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숨 쉴 때도 신경이 쓰이다 보니 경기력에 영향을 받았다. 쉬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부상이어서 훈련도 많이 소화하지 못했다. 지금은 괜찮아졌다. 오늘도 쉬는 날이지만 체육관에 나왔다. 그동안 못했던 훈련 소화하며 슛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LG가 원정 승률이 높은 것으로 화제가 됐는데 최성원 선수 역시 유독 원정에서 기록이 좋다.
나도 원정만 가면 슛이 더 잘 들어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은연중에 홈 관중들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 최성원은 홈 8경기 평균 4.8점 3점슛 성공률 27.0%를 기록한 반면, 원정에서는 13경기 평균 8점 3점슛 성공률 48.1%를 기록했다.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올 시즌의 목표는?

팀이 일단 플레이오프에 올라야 한다. 올라가면 지난 시즌처럼 우승반지를 따내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첫 FA를 앞두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FA가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많이 되는 부분일 것 같다.
상무에 있을 때부터 더 열심히 운동을 할 수 있었던 자극제가 됐다. 전역 후 곧바로 FA가 되기 때문에 입대 전보다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될까봐 신경이 많이 쓰이기도 했다. 첫 FA여서 걱정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선수로서 최종적인 목표는?
지금은 주축선수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연차가 더 많이 쌓이면 보다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는 것은 물론, 주전 1번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러기 위해선 경기운영, 리듬을 더 잘 읽어야 한다.

프로 데뷔 초기 빛을 못 보는 선수들이 많다. 3년 차 시즌부터 기량이 만개한 선배로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많이 힘들고,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루하루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다 보면 좋은 기회도 올 거라 생각한다. 기회를 잡기 위해선 항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기회가 안 오겠지’라며 포기하지 말고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잡겠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BONUS ONE SHOT_최성원을 바꾼 최준용의 한마디
최성원은 팀 내에서 최준용이 유독 아끼는 후배 가운데 1명이다. 각각 대학 라이벌 고려대, 연세대를 나오는 등 SK에 입단하기 전까지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이들은 농구라는 매개체만으로 금세 가까워졌다. 최성원이 데뷔 초기 힘들었던 터널을 지날 때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도 최준용이었다.
“준용이 형과는 프로에 온 후 친해졌다. 이전까지는 전혀 인연이 없었는데 내가 운동할 때도, 밥 먹을 때도 계속 졸졸 쫓아다녔다. 준용이 형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지 않나. 준용이 형이 옆에서 ‘그렇게 자신감 없으면 안 된다’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성격이 바뀐다는 게 쉽지 않은 건데 계속 그 얘기를 듣다 보니 소극적이었던 내 성격도 바뀌게 되더라. 운동도 더 활기차게 하고, 슛 안 들어가도 주눅 들지 않게 됐다. (소셜미디어 아이디도 비슷하던데?) 그건 그렇게 안 하려고 했는데 준용이 형이 핸드폰을 뺏어가서 만들었다(웃음). 공교롭게 나란히 FA가 되는데 같은 팀에서 계속 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다. 준용이 형과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한 적도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건 하늘에 맡겨야 할 것 같다.”

#사진_박상혁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