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스타들이 재활에 대처하는 자세

점프볼 / 기사승인 : 2021-12-21 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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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편집부] 예상치 못한 충돌, 자신도 모르게 쌓인 피로 누적 여파 등. 선수들이 대형부상을 입게 되는 상황은 다양하지만,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의 스토리는 한결같았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농구라는 일념으로 재활을 이겨내며 코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보란 듯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흔한 농구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 무대를 누비고 있는 스타들이 만든 영화 같은 실화다.

※본 기사는 점프볼 12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잠시 쉬어간다’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길”

오세근(KGC)

부상명_오른 발목 후경골근 완전 파열
수술 시기_2012년 11월 6일
복귀 시기_2013년 10월 12일 DB전
2011-2012시즌 신인상과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하며 KGC의 우승을 이끌었지만 대학시절부터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던 오세근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결국 2012-2013시즌을 앞두고 탈이 났다. 시즌아웃 돼 재활에 몰두했던 오세근은 2013-2014시즌에 복귀, 지금까지도 KBL을 대표하는 빅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COMMENT_사실 언제 부상을 당했는지 정확히 모른다. 원래 통증이 있어서 참고 계속 훈련을 했는데 당시 이상범 감독님이 내가 쩔뚝거리는 걸 보시고 정밀 검진을 받아보라고 하셨다. MRI를 찍어보니 인대가 끊어진 후 시간이 꽤 지난 상태였다. 오죽하면 끊어진 인대가 종아리 쪽으로 말려 올라가 있더라. 한국에서는 후경골근 수술 사례가 없어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내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조차도 후경골근 수술 경험이 없어서 고민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3, 4주 뒤에 수술하겠다는 연락이 와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접합수술이 불가능한 정도라 내 햄스트링 인대를 끊어서 발목에 연결하는 수술을 받았다. 시즌아웃 판정을 받아서 상실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통증만 잡아주면 뛰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앞으로 농구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 나 혼자 재활하면서 견뎌내느라 정말 힘들었다. 재활은 본인의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독하게 마음을 먹고 견뎌냈던 것 같다. 그 힘든 시간을 참고 견뎌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TO. 재활 중인 선수들에게_자신의 목표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선수 생활하면서 세워놓은 목표와 꿈이 분명히 있을 텐데 ‘잠시 쉬어간다’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활한 만큼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꾸준하게, 또 열심히 재활훈련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농구에 대한 간절함 더 커졌다”

김선형(SK)

부상명_오른 발목 외측인대 파열, 일부 골절
부상 시기_2017년 10월 17일 현대모비스전
복귀 시기_2018년 2월 28일 KGC전
2017-2018시즌 2번째 경기에서 속공득점 후 착지 과정에서 전준범의 발을 밟으며 오른 발목이 꺾였다. 뼈가 피부를 찢고 나와 심한 출혈까지 보였던 김선형은 당초 예상보다 재활 기간이 길어졌지만 시즌 막판 극적으로 복귀해 SK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기여했다.

COMMENT_일반적인 부상과 느낌이 달랐다. ‘큰일 났구나’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앰뷸런스를 타봤다. 울산에 있는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후 서울로 이동하느라 8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다. 앰뷸런스 안에서 ‘농구를 다시 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축구, 배구선수 중 비슷하게 다친 사례가 있는데 복귀까지 각각 1년, 6개월 걸렸다고 하더라. 나는 이들에 비하면 인대 손상이 적어 복귀까지 3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지만 피부 괴사가 걱정됐다. 피부봉합이 안돼 예상보다 1개월 더 병원에 있다가 퇴원했다. 재활 초기에는 회복세가 빨랐는데 중간에 더뎌진 기간도 있었다. 통증까지 재발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유승범 트레이너가 많은 힘이 되어주셨다. (유)승범이 형 이름은 꼭 써주셔야 한다(웃음). 재활 전 “회복이 더딘 기간도 있을 거야”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불안감이 덜했다. 복귀가 임박했을 땐 ‘드디어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가는구나’ 싶었지만 ‘본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란 걱정도 들었다. 임동기 박사님이 심리상담을 해주신 덕분에 긴장감,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복귀전에서 잘하진 못했지만 몸은 더 단단해졌다고 느꼈다. 상대와 부딪치고, 속공을 시도할 때마다 ‘준비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에 자신감도 회복됐다.

TO.재활 중인 선수들에게_아무래도 선수 입장에서는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도 생길 것이다. 재활이라는 건 너무 힘든 일이지만 조급함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심적으로 여유를 가져야 한다. 재활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도 해주고 싶다. 그래야 복귀를 앞당길 수 있고 몸도 더 단단해질 수 있다. 돌이켜보면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재활하는 동안 농구에 대한 간절함도 더 커졌던 것 같다.

“여유를 갖고 천천히”

강병현(LG)

부상명_오른쪽 발목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 시기_2016년 2월 8일 DB전
복귀 시기_2017년 3월 8일 DB전
2015-2016시즌 2월 8일 DB(현 동부)와의 경기에서 공격 리바운드에 참여한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오른 발목이 꺾였다. 진단 결과는 아킬레스건 파열. 재활 속도를 높이던 도중 수술 부위가 부분 파열됐지만 다행스럽게 재수술 없이 재활만으로 회복하며 코트에 돌아왔다. 2016-2017시즌 시즌 막판 팀에 합류한 강병현은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사이다 같은 3점슛을 터뜨리며 KGC의 우승에 한몫했다.

COMMENT_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해 본 사람만 아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공격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과정서 발을 바닥에 디뎠는데 순간 발목 뒤를 누군가 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봤더니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이후 발을 제대로 딛지 못하며 쓰러졌다. 그때 ‘아, 이건 큰일 났구나’ 싶었다. 재활 초기에는 회복세가 빨라 무리해서 재활 속도를 끌어올렸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갑자기 수술받은 부위가 다시 붓기 시작하더라. 이상한 낌새를 느껴 안양 인근 병원에 갔더니 수술 부위가 부분 파열돼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밤새 잠도 못 잤고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있었다. 다행히 일본까지 건너가 재검진을 받은 끝에 재수술 없이 재활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때 이후로 4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만 취했다. 그래서 복귀 시기가 조금 더 늦춰졌다.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 정태오, 이정래 트레이너께서 많은 힘이 되어주셨다. 이건 꼭 써주셨으면 한다(웃음). 또 KGC 구단도 제가 조금이라도 몸 상태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면 일본까지 보내주는 등 건강한 복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주셨다. 가족들에게도 고맙다. 몸을 못 움직이니까 아내가 목욕 수발하며 뒷바라지해줬다. 예전에는 신체 능력을 믿고 그 부분에 의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큰 부상을 당하고 난 후 예전처럼 플레이하면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 시간이 많이 길었기 때문에 부진한 시기도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농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처럼 완전히 보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몸이 아닌 머리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TO. 재활 중인 선수들에게_내 말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본인이 가장 힘들 것이다. 재활하는 동안 희망적인 날이 있는 반면에 절망적인 날도 있을 것이다. 너무 무리해서 재활하다가 나처럼 한 달 이상 허비하는 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 최대한 여유를 갖고 천천히 재활에 임했으면 한다. 큰 부상을 당한 뒤 인터넷 댓글을 통해 “강병현은 퇴물이 됐다” 등 안 좋은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기도 했다. 그런 말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 몸 상태에만 충실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내길”

신지현(하나원큐)

부상명_왼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 시기_2015년 9월 1일 연습경기
복귀 시기_2017년 10월 30일 삼성생명전
시즌을 앞두고 가진 일본 아이신과의 연습경기에서 레이업슛을 시도하는 도중 무릎이 꺾였다. 재활을 마치고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햄스트링까지 파열되는 불운이 겹쳤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신지현은 2017-2018시즌 개막전에 출전해 복귀를 알렸고, 현재까지 에이스로 하나원큐를 이끌고 있다.

COMMENT_당시에는 너무 어린 나이라 크게 다쳤을 거라는 상상을 못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다. 정밀 검진을 받은 후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너무나 생소한 단어였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많이 당황스러웠고, 우울했다. 재활하는 동안에도 컨디션이 쉽게 올라오지 않았고,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쳐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재활기간이 더 길었다. 6년 전 이야기라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힘들었던 건 확실히 기억한다. 당시 가족들과 내가 키우던 반려견 덕분에 힘을 얻었던 것 같다.

TO. 재활 중인 선수들에게_십자인대 부상이 큰 부상이긴 하지만 재활만 잘하면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 나보다 더 큰 부상을 딛고도 잘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시간이 해결, 흘러가는 대로 편하게!”

유승희(신한은행)

부상명_오른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 시기_2018년 8월 31일 박신자컵 삼성생명전, 2019년 7월 22일 연습경기
복귀 시기_2020년 10월 12일 하나원큐전
십자인대 부상만 2번을 당해 2년의 공백이 있었던 유승희는 지난 시즌 무사히 코트로 복귀했다. 전 경기에 출전하며 부상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그는 시즌 종료 후 신한은행과 FA 3년 재계약을 체결했고,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향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COMMENT_솔직히 처음 십자인대를 다쳤을 때는 ‘나는 아직 젊고 몸도 좋으니까 재활만 잘하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에 자만했다. 수술 예후도 좋았고 재활 속도도 빨라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좋았던 게 오히려 독이 됐고 두 번째 부상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두 번째 다쳤을 때는 정말 절망적이었다. ‘농구를 그만두라는 하늘의 계시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신교 신자인데 엄마한테 ‘나 이제 하느님 안 믿을거야’라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막상 20년 동안 해왔던 농구를 이렇게 끝내버리기는 너무 아쉽더라. 은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코트에 복귀해 슛 한 번이라도 던져보고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다. 두 번째 재활은 아팠다, 안 아팠다를 반복해서 더 힘들었다. 재활이 될 듯 될 듯 잘 안 되니까 트레이너 선생님들께도 “똑같은 거 계속해서 뭐해요”라며 진상처럼 굴기도 했다. 선생님들께서 끝까지 쓴소리 한 번 안 하시고 저를 이해하며 독려해주셨다. 지면을 빌어 선생님들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부상을 극복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내가 은퇴할 때까지 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근육이 빠질 때는 통증이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언제 부상이 재발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경기 전 워밍업이나 경기 후 보강운동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TO. 재활 중인 선수들에게_재활할 때 하나하나에 집착하고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강했다. (김)연희가 재활했을 때도 해줬던 말인데, 진짜 이건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인 것 같다.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심적인 고통도 따르겠지만, 집착하지 말고 그냥 마음 흘러가는 대로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다친 구슬이한테도 친구로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말들을 해줬다. 그래도 구슬이는 워낙 긍정적인 친구라 잘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사진_점프볼 사진부,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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