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인천/홍성한 기자] “이경은 코치가 가는 길이 곧 우리 선수들이 가는 길이잖아요.”
한 선수의 커리어는 데뷔로 시작하지만, 기억은 은퇴식에서 완성된다. 이별의 장면을 갖지 못한 채 코트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지막 인사는 기록만큼이나 오래 남는다. 선수에게도, 팬들에게도 함께한 시간을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인천 신한은행은 1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은행과의 4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이경은 코치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은퇴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이미 선언했지만, 공식적인 은퇴식은 아직이었다. 신한은행 코치로 여전히 코트에 서 있지만, 이날만큼은 ‘선수 이경은’을 보내는 자리였다.

선일여고 출신의 이 코치는 2006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2순위로 구리 금호생명에 지명된 뒤 곧바로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춘천 우리은행(현 아산 우리은행)에서 프로 데뷔했다. 이후 다시 금호생명으로 복귀해 2007~2008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팀의 주축 가드로 활약했다.
이 과정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WKBL을 대표하는 가드로 자리매김했다. 베스트5 2회, 모범선수상 3회, 식스우먼상 1회 등 굵직한 개인 수상 경력을 남겼다. 국가대표로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누볐다.
2018년 신한은행으로 이적한 이 코치는 지난 시즌까지 코트를 누비며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WKBL 통산 562경기에 출전해 평균 26분 28초를 소화했고, 7.9점 2.9리바운드 3.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헌정 영상으로 은퇴식의 막이 올랐다. 화면에는 이 코치의 부모님과 친구들을 비롯해 김정은(하나은행), 김단비(우리은행) 등 동료 선수들의 메시지가 차례로 담겼다.
하나은행과의 맞대결인 만큼 절친 김정은이 함께했고,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은퇴한 전설 한채진도 경기장을 찾아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후 기념 액자 전달이 이어졌고, 이 코치는 손수 써온 편지를 코트 위에서 직접 읽었다.
신한은행 최윤아 감독은 제2의 인생을 응원하며 금빛 휘슬을 이경은 코치의 목에 걸어줬다. 참고로 신한은행 프랜차이즈 스타인 최 감독은 지난 2017년 같은 자리에서 은퇴식을 치른 바 있다.
최 감독은 “난 너무 정신없이 했다(웃음). 이런 문화 자체가 잘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경은 코치가 가는 길이 곧 우리 선수들이 가는 길이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날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종목들은 은퇴식 문화가 잘 잡혀 있는데, 여자 농구는 아직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앞서 만난 이 코치는 “시즌 첫 경기였다면 실감이 났을 텐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웃음). 코트에서 계속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임영희 코치님의 은퇴식을 보며 ‘나도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타이밍도 좋아서 꿈꿨던 대로, 목표했던 대로 이뤄진 것 같다. 원래 목표는 33살에 은퇴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1년, 1년이 지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오랜 선수 시절을 함께한 김정은 앞에서 은퇴식을 치른 것도 의미가 있었다. “공교롭게도”라고 웃은 이 코치는 “자기가 감정이 울컥한다고 하더라. 워낙 친해서 코치가 됐을 때도 제일 먼저 축하해줬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향한 조언과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코치는 “부상이 많았다. 그래서 롱런하지 않더라도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했으면 한다. 나중에 돌아보면 후회가 남을 때가 있다. 후배들은 그런 마음이 덜 들었으면 좋겠다”며 “팬들이 아니었다면 부상 이후 다시 뛸 힘을 얻지 못했을 것 같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경기장을 찾아준 팬도 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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