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BA 이사 출신’ 김병욱 에픽스포츠 대표 “한국에서 NBA가 열리길”

최창환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6 06: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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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세계 최고의 리그인 NBA에서 인정받으며 14년 동안 근무했던 김병욱(37) 대표는 미련 없이 사직서를 냈다. 농구와의 인연까지 정리한 건 아니었다. 김병욱 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쌓았던 경험을 토대로 스포츠 에이전시이자 컨설팅 회사 ‘에픽스포츠’를 설립, 또 다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1월 3일에 진행됐습니다.

NBA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어떻게 기회가 닿았던 건가?
시작은 2008년 한국에서 열렸던 NBA 매드니스 행사였다. 고등학교 친구가 NBA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통역이 필요하다며 연락했다. 버지니아에서 바로 한국으로 가야 했는데 어머니와 300%의 결과물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6시간 만에 비행기를 탔다. 나는 처음이다 보니 비중이 적은 역할을 했다. 호네츠 마스코트 통역을 맡았는데 마스코트가 말할 일이 있겠나(웃음). 핸들러 정도의 역할이었는데 조던 파머 통역을 담당했던 분이 무대에 오르는 게 겁이 났던 건지 갑자기 도망을 갔다. 그래서 내가 급하게 무대에 올라 통역을 맡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정식적인 역할도 파머 통역으로 바뀌었다. 파머가 미국에 돌아간 후 NBA 관계자들에게 나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덕분에 이후에도 NBA가 한국에서 행사를 할 때마다 통역을 맡았다. 론 하퍼도 만났고, 2010년 레니 윌킨스가 대표팀 기술고문을 맡았을 때 유재학 당시 감독님께도 통역을 해드렸다.

언제 정규직으로 입사했나?
매년 여름마다 행사를 맡았지만 정규직 제의는 없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결정을 내려야 했고, 미군에 지원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2주라는 마음으로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홍콩에 있는 NBA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언급되고 있는데 인터뷰 해볼 생각이 있냐고 했다. 이를 통해 기회를 얻었고, 경쟁자들 사이에서 인터뷰를 거쳐 운 좋게 입사했다. 류진우 선배(서울 삼성 사무국)가 퇴사하면서 생긴 자리를 내가 들어간 것이었다. 알고 보니 류진우 선배가 퇴사 전 나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NBA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았나?
홍콩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체 행사, 3x3 등을 담당했다. 2016년에는 호주에서 열린 국경 없는 농구를 지원하기도 했다. 거기서 미래의 상사를 만났다. 그분께 미국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3주 만에 본사와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그렇게 해서 직책, 연봉 모두 더 좋은 제안을 받았고 2016년 9월 뉴저지로 옮겼다. 이후 NBA 차이나게임을 담당했다. NBA에서 올스타게임 다음으로 비중이 큰 행사였다. 차기 올스타게임 준비를 지원하는 업무도 맡았다. 예를 들어 올해 열린 올스타게임에서 나온 문제점, 보완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서 다음 올스타게임을 준비하는 팀에 넘겨주는 역할이었다. 이현중, 여준석이 참가했던 NBA 아카데미를 총괄하기도 했다.

농구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지금도 형과 사이좋게 지내며 일도 함께하고 있지만, 어릴 때도 형이 하는 건 뭐든 따라서 하려고 했다. 형도 어딜 가든 나를 데려가려고 했다. 친구들이랑 롯데월드 놀러 갈 때 동생 못 데려가면 자신도 안 간다고 할 정도였다. 농구도 형이 끌고 가서 시작하게 됐다. 원래 싫어했다(웃음). 형이랑 공원에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구에 빠져들었다. 고등학교 때 진지하게 농구를 했던 적도 있고, 소박하지만 어떤 일이든 농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당연히 NBA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그게 진짜 이뤄지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NBA에서 근무하는 동안 겪었던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너무 많은데…. 데이브 호플러라는 슈팅코치가 있다. 코비 브라이언트, 레이 앨런 등을 담당했던 코치인데 일본에서 국경 없는 농구가 열릴 때 게스트 코치로 왔다. 마이애미와 오클라호마시티의 파이널이 열릴 때였는데 파이널 보는 건 관심 없다고 하더라. 체육관에서 슛 연습을 할 테니 공을 잡아달라고 했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30분 동안 슛을 던지는데 1개도 실패하지 않았다. 심지어 공이 떨어지는 위치도 똑같았다. 그건 스테픈 커리도 불가능할 것이다. 얘기를 들어 보니 1년 동안 자신이 연습한 슛을 모두 기록으로 남긴다고 하더라. 2012년에 1만 개가 넘는 슛을 던졌는데 성공률이 96%였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수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직접 봤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그걸 토대로 선수들의 습관까지 분석했던 코치다. 예를 들어 코비는 왼쪽으로 돌파할 때는 습관적으로 두 번 드리블, 펌프 훼이크 이후 슛을 던지니 그걸 유도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마이클 조던과 함께 찍은 사진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조던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200명 한정 파티가 열렸다. 초대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 인연을 맺었던 하퍼 덕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조던은 항상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손짓한 사람만 테이블에 갈 수 있었다. 심지어 코비도 함부로 못 갔다. 파티에는 르브론 제임스, 크리스 폴 등 NBA 스타들뿐만 아니라 비욘세도 있었다. 2시간 정도 있었나. 내일 업무가 있어서 이만 가겠다고 하니까 하퍼가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회사 동료랑 같이 갔는데 조던, 르브론, 코비가 모여있었다. 조던에게 아시아에서 온 친구라며 나를 소개시켜줬고, 긴장한 상태로 생일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사진을 부탁하니 “of course”라며 흔쾌히 찍어줬다. 그날 잠 못 잤다(웃음).

그렇게 꿈꿨던 NBA에서 인정받았는데 퇴사한 이유는?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국제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해외 출장이 많았다. 80개국을 넘게 다녔다. 물론 감사한 일이고 값진 경험이었지만 나는 가장이다. 아내, 아이를 두고 1년 중 200일 이상 해외 출장을 다녀야 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다 둘째가 생겼을 때 결심했다. 너무 내 꿈만 좇은 것 같았고, 가족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퇴사를 결심했다. NBA에서는 급여나 출장 일정을 조정해 주겠다고 했지만, 조정을 원했다면 얘기를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인수인계는 다 마치고 그만두겠다고 하니 9개월 더 일해달라고 하더라. 그건 안 된다고 했다. 의사를 밝힌 후 3개월 더 일했고, 올스타게임이 끝난 직후인 2024년 3월에 퇴사했다.

에픽스포츠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원래 한국에 돌아온 후 형의 일을 도울 생각이었는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초반에 지출이 심했는데 감사하게도 형이 투자를 해줬고, 이제는 실무도 맡아주고 있다. 스포츠 에이전시라면 대부분 선수와의 계약 관계만 떠올릴 텐데 우리는 구단, 협회나 연맹과의 비즈니스가 주된 업무다. 내가 외국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국 농구가 외국 농구와 더 활발히 교류하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다. 이와 같은 포부를 갖고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에픽(EPIC)은 서사나 장대한 일을 뜻하는데 에픽스포츠 역시 같은 의미를 담고 있나?
그렇다. 형과 긍정적이면서 임팩트가 강한 단어 몇 개를 추린 후 골랐다. KOREA의 의미를 담아 우리는 EPIK로 표기했다. (에픽하이의 영향도 있었나?)둘이 운전하는 길에 랜덤으로 재생되던 노래 중 마침 에픽하이 노래가 나오긴 했다. 영감을 크게 받았다(웃음).

리얼리그가 두 차례 개최한 대회에 파트너사로 함께 했는데 어떤 업무를 담당했나?

국내 팀 컨설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팀 섭외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와의 교류, 향후 전략 등 전반적으로 기여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이르지만, 리얼리그 측으로부터 더 큰 파트너십을 제안받은 상태다. 향후 리얼리그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리얼리그는 이제 막 출범해 성장하고 있는 단체다. 첫해부터 대단한 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NBA라는 ‘끝판왕’에서도 일해봤지만, 1년 차 단체가 이 정도 일을 해냈다는 건 높이 평가해야 한다. 물론 아쉬웠던 부분은 보완해야겠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은 단체라고 생각한다.

국내 팀들의 해외 전지훈련도 담당하게 됐는데?
연세대의 스페인 마드리드 전지훈련(1월 9~29일)을 도왔다. 여섯 차례 연습경기를 진행했고, 현지에서 국가대표팀 코치까지 했던 지도자를 게스트 코치로 섭외하기도 했다. 미국 농구는 너무 재밌고 대단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한국인이 미국인의 운동능력을 배우고 따라 하는 것보단 보다 체계적이고 팀워크 위주의 농구를 하는 유럽이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굳이 한 방향을 꼽는다면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쪽은 유럽이지 않을까. 내가 그동안 쌓은 경험과 인맥을 통해 국내 프로팀, 대학 팀들을 대상으로 더 많은 유럽 전지훈련을 추진할 생각이다. 연세대가 감사하게도 첫 유럽 전지훈련을 우리에게 맡겨줬고, 뜻깊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 프로 팀들과도 활발히 논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선수 에이전트도 맡고 있는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미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는 양재민, 박지현, 이현중과도 종종 얘기를 나누긴 하지만 이들은 이미 에이전트가 있다. 나는 도움만 주는 정도다. 사실 한국 시장의 정서를 감안하면 에이전트 사업을 한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해외리그에 도전하고 성공 사례도 나온다면, 그때 농구 시장도 더 커지는 것이다. 퀀텀바스켓볼을 통해 알게 된 중학교 3학년이 있는데 엘리트 선수들과 견줄 정도로 기본기가 탄탄했다. 미국에서 농구를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유능한 트레이너를 연결해 줬다. 해외에서 농구를 접해보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면 내가 힘이 닿는 한 도와줄 생각이다. 그런 친구들이 많이 생기면서 시장도 커졌으면 한다.

TPBL(대만리그)도 KBL 팀들과 주기적으로 교류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논의된 부분이 있다면?
TPBL 총재와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KBL, TPBL의 올스타게임을 추진하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내가 KBL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런 시선으로 다가오는 리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스타게임은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지는데 국가대항전으로 열리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 단순히 우리만의 축제가 아니라 KBL과 TPBL이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에픽스포츠로 문의가 왔지만 내가 감히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연맹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부분인데 부상이 우려된다면 시즌이 끝난 후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어디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지도 논의해야겠지만, 오프시즌 여름 이벤트라는 측면에서 흥미를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국내 NBA 팬들의 염원은 NBA 프리시즌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NBA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 NBA는 한국에서 프리시즌 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의사를 충분히 밝혔다. 어느 기업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입찰에 들어간 국내 기업도 있다. NBA 본사에서 올해 내에 경기장 등 전반적인 환경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에 올 계획도 있다. 아직 확정이라고 말하긴 이르지만, 만약 성사된다면 에픽스포츠가 스폰서십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2026-2027시즌 프리시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외국선수 워크아웃을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공들이고 있는 프로젝트다. 올해, 내년 NBA 드래프트는 수준이 굉장히 높아서 지명되지 못한 선수 가운데에도 기량이 좋은 선수가 많을 것이다. KBL을 비롯해 B.리그, CBA, TPBL 등 아시아 각 리그 관계자들이 이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캠프를 만들 생각이다. 서머리그와 같은 시기에 NBA 진입이 힘든 선수들을 초청해 3일 정도 진행되는 캠프를 열고, 그 자리에 프로팀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것이다. 그러면 팀 입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외국선수 영입을 추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팀 관계자나 극소수의 기자 등 사전 등록을 마친 이들만 들어올 수 있고 영상 촬영은 할 수 없다. 계약을 맺을 때는 에픽스포츠를 거쳐야 하는 게 유일한 조건이기도 하다.

올해 에픽스포츠의 또 다른 목표, 장기적으로 봤을 때의 계획은?
2월에 유재학 KBL 본부장님을 비롯한 심판진과 미국에 다녀올 예정이다. NBA 심판진과의 워크샵을 통해 판정과 관련된 토론을 가질 것이다. NBA가 무조건 맞다는 건 아니지만, KBL도 논의를 통해 정답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궁극적으로는 에픽스포츠 아카데미를 만드는 게 목표다. NBA 아카데미처럼 이름이 알려진 엘리트 선수뿐만이 아닌 아카데미 소속으로 국제적인 경험도 많이 쌓고, 해외에서 경쟁력 있는 팀들과도 맞붙으며 차세대 국가대표까지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물론 거기까지 가기 위해선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현재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대한 스팩트럼을 넓히는 단계다. 나를 믿고 일하는 파트너사도 있지만 단순히 나만 보고 일하는 회사가 아닌, 탄탄한 인재들로 채워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 더 큰 기대를 해주시길 바란다.

김병욱 대표는
1987년생으로 대전외국인학교-인디애나주립대를 졸업했다. 2010년 NBA에 입사해 이벤트 팀장, 국제농구 운영부서 이사를 맡으며 NBA 차이나게임, 아카데미, 국경 없는 농구 등을 담당했다. 2024년 3월 NBA를 퇴사했으며, 2024년 5월 스포츠 에이전시이자 컨설팅 회사 에픽스포츠를 설립했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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