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가능성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삼성생명 이해란

정다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7 07: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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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다윤 기자] 이해란은 이제 가능성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코트 위에서 쌓아 올린 장면들이 그를 ‘기대주’가 아닌 ‘지금의 선수’로 밀어 올렸다. 그래서 2026년 기대되는 선수를 이야기할 때, ‘이해란’ 석 자는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다이어리 한 권이 또 넘어간다. 2026년, 첫 장에서 이해란이 어떤 서사를 써 내려갈지 시선이 머문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2026년 기대되는 선수로 제가 선택했어요.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성과가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선택하셨나 생각해요(웃음). 일본 전지훈련에서도 감독님께서 강조하신 게 1대1과 트랜지션을 빠르게 나가는 것, 그리고 1대1 수비에서 앞에서 바짝 붙는 거였어요. 그 부분을 많이 연습했어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긴 해요. 그래도 오프시즌에는 2대2도 많이 연습해보고,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고 있어요.

중학생 시절부터 ‘초대형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뛰었데, 부담이 있진 않았나요?
중학교 때부터 그런 꼬리표를 달고 있어서 사실 부담이 없지 않아 있긴 해요.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하려고 했어요. 말로는 유망주라고 하지만 결국 실력으로 증명해내야 하잖아요. 직접 보여줄 수 있도록 더 많이 연습하려고 했죠.

삼성생명 1옵션이 되었어요. 하상윤 감독과 호흡도 이번 시즌의 한 요인이었나요?
하상윤 감독님이 코치님이던 시절에 야간 훈련 때 저랑 함께 수비랑 슈팅을 많이 잡아주셨어요. 그래서 감독님이랑은 되게 가깝다고 생각해요. 가볍게 감독님한테도 장난도 치고, 서로 돈독한 사이다 보니 플레이도 잘 나오고 있어요. 아버지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웃음).

‘해란트’라는 말도 나왔는데, 그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감사할 따름이죠. NBA를 많이 보지는 않아서요. ‘아, 이런 선수가 이런 플레이를 하는구나’, ‘비슷하게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실 저는 누구를 닮고 그걸 따라 해보는 걸 좋아해요. 특히 박지현 언니나 김단비 언니의 움직임이나 연습, 패스 같은 걸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내구성’이라는 강점, 타고난 요소와 노력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나요?
재능 반, 노력 반인 것 같아요. 그래도 비중으로 따지면 노력 80%? 안 되는 부분들을 더 채우려고 계속 노력하고, 그걸 야간에 나와서 보강 운동으로 채워요. 슈팅에서는 자세를 다시 잡고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마음으로 하고요. 야간에는 1대1 수비를 좀 더 많이 연습해요.



“팀에 도움이 되고, 항상 성실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그래도 50%는 되지 않을까요(웃음)?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말은 계속 했지만, 그게 안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하고, 이제 그건 못 채워서 50%에요. 궂은일이나 턴오버 같은 부분들을 더 보완해야 해요. ‘이 선수가 코트 안에서 죽기 살기로 하는구나’, ‘경기를 지든 이기든 열심히 뛰는 선수구나’라는 인상을 주는 게 저한테는 크게 와 닿아요.

정규리그 MVP라는 목표를 적어뒀는데, 그 글씨는 지금 얼마나 또렷해졌나요?
지금보다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해서는 제가 생각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아요.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해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왼쪽 가슴에 함께한 태극마크는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궁금합니다.
청소년 대표 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 너무 어리다 보니까 그냥 가서 경험을 쌓고 오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성인 국가대표를 했을 때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그만큼 증명하고,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서 더 큰 의미로 다가와요.

2021년 U19대표팀, 그리고 2025년 성인 국가대표까지. 박수호 감독과의 인연에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박수호 감독님은 한결같은 분이에요. 저에게는 아빠 같은 존재고요. 농구할 때는 집념이 정말 강하시고 진심이세요. 그래서 청소년 때나 성인이 돼서나 달라진 건 없었어요. 재밌고 유쾌하신 분이라 감사할 따름이에요. 청소년 시절에는 제가 농구를 아무것도 모를 때라서 움직임이나 농구의 길 같은 걸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 덕분에 농구가 많이 늘었거든요. 성인이 되고 다시 만나니까 더 반가웠죠.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반갑고 신나기도 했어요.

해외 진출의 꿈도 꾸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꿈만 있고 아직 너무 부족하죠. 더 단단히 준비해야 합니다.



절친한 박지현의 해외 진출을 지켜보며 동기부여도 되었을 것 같은데요?
저도 하루빨리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아직 제 실력에 만족하지는 못해요. 그래서 언니한테 다녀와서 느낀 점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물어봤어요. 해외에서는 어떻게 운동하는지, 어떤 식으로 준비하는지도 많이 물어봤어요. 언니가 저한테 ‘한 번 해봐’라고 해줬거든요. 힘들 거라고는 했지만, 한 번 가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박지수 이후 WKBL에 입성한 ‘빅맨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는데, 어떤 책임으로 느껴지나요?
지수 언니랑 비교 선상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언니는 한 층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정말 잘하는 선수라서 언니를 보면서 꿈을 꾸고 있어요. 차분하면서도 해결 능력이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라 그런 점들을 많이 본받으려고 해요.

신인상 수상 이후 매 시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많이 바뀐 것 같은데…(웃음). 신인상을 받고 나서 스스로를 더 높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인드부터 달라졌던 것 같아요. 신인 때는 ‘언니들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하자’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제가 해야 되는 순간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책임감을 가지고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또 밀고 있는 기술이 있거든요. 유로 스텝이에요. 흔하긴 한데 지난 시즌에는 많이 안 나왔고 이번 시즌에 조금씩 나오고 있어요. 스텝을 밟고 차분하게 경기를 하려고 하고 있어요. 인스트럭터 선생님이랑 오전, 오후, 야간으로 같이 훈련하고 있는데,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어요.

키아나 스미스의 은퇴로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키아나 언니가 빠졌다고 해서 약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오히려 화가 났어요. 우리가 약하지 않다는 걸 코트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만들고 싶었죠.



선수 이해란에서 사람 이해란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해란의 손에 잡힌 카드는 ‘운빨 상승 부적’이었다. 그가 스스로에게 설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 위에서, 이 작은 종이는 행운을 불러오겠다는 약속처럼 놓였다. 늘 연초에 마주한 긍정의 신호는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가 바뀌면 사주를 묻고 타로를 펼친다. 믿거나 말거나다. 대부분은 재미로 시작하지만, 희망이 담긴 말 한 줄 앞에서는 괜히 마음이 흔들린다. 이해란도 그렇다. 부적이 행운을 부른다면, 사람은 분위기를 만든다.

이해란은 삼성생명 안에서 그렇게 공기의 결을 바꾸는 존재다. 이 다음 장은 숫자의 세계를 잠시 내려놓고, 새해를 맞이한 한 ‘사람으로서의 이해란’을 바라보려 한다.

2026년이죠. 새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새해가 되면 ‘나이 한 살 더 먹었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뭔가 젊음에서 중간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 다짐도 새로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2026년도 아직 뚜렷한 목표는 없지만, 그냥 행복하게 열심히 살자는 정도?

설 문화이긴 하지만, 어릴 적 새뱃돈과 얽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설날이면 맨날 운동했던 기억밖에 없어요. 초등학교 때는 설날이 되면 이웃집에 가서 엄마랑 엄마 친구분들이 모여 파티를 했어요. 저랑 오빠는 삼촌들한테 가서 세배하고 용돈 달라고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세뱃돈은 결국 엄마가 뺏어갔고요. 어린 나이에 겨우 천 원을 얻어서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마트에 간 적도 있어요.

사주나 운세 같은 이야기도 관심을 두는 편인가요?
믿지는 않지만 즐기는 편이에요. 반은 믿고 반은 안 믿고, 그냥 재미로 봐요. 작년인지 재작년인지에 저에 대한 성과를 본 적이 있거든요. 어떻게 해야 더 성장할 수 있는지, 얼마나 더 해야 되는지를 물어봤는데 몇 년 뒤면 더 큰 사람이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타로도 재미로 보는데, 1년에 한 번씩 똑같은 카드가 나오는 거예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묻자면, 어떤 카드나 해석이 특히 기억에 남았는지도 궁금합니다.
물레방아랑 아랍 숫자 같은 게 나오는데요. 성과가 있다가도 실패를 겪고, 다시 올라서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말이었어요. 그 이야기는 믿고 있습니다(웃음).



최근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요?
뭔가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너무 검정 머리만 하다 보니까 얼굴이 너무 까매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결정한 머리였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머리만 바꾸고 싶었어요. 레드 브라운인데, 두 톤 정도 더 밝게 해서 레드가 된 것 같아요. 조금 더 얼굴이 하얗게 보였으면 했거든요. 카메라 같은 데 비춰지면 제가 제일 노랗게 보이는 것 같아서요(웃음). 그게 신경 쓰여서 바꾸게 됐어요. 전 웜톤이에요.

김연경 닮은꼴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외모 말고, 혹시 닮고 싶은 부분도 있나요?
마인드를 닮고 싶어요. 이번에도 새로 나온 책을 제가 구하지 못했는데 선물로 받았거든요. 그런 언니의 마인드를 닮고 싶었어요. 쿨하면서도 또 되게 진지하잖아요. 그게 저는 아직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운동할 때는 집념을 가지고 몰입하면서도, 코트 밖이나 다른 쪽으로 나갔을 때는 쿨하고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그 마인드 자체가 부러워요.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중요한 약속이 없으면 거의 방에 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요. 드라마 보는 것도 좋아해서 정주행하면서 쉬어요. 로맨스 장르를 좋아해요. 도파민이 터지니까 재밌잖아요. 저도 감성이 풍부한 편이라서 눈물도 잘 흘리거든요. 같이 울면… 아마 같이 울고 있을 거예요(웃음).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성격은 어떤 쪽인가요? MBTI도 궁금합니다.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ENFP가 나오는데, 모르는 사람이 섞여 있으면 INFP가 나오는 것 같아요.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겉으로는 털털해 보이고 시크해 보일 수 있는데, 속마음은 따뜻한 편이에요. 제가 말하니까 좀 이상하긴 한데, 다정한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보면, 본인은 ‘테토녀’와 ‘에겐녀’ 중 어디에 더 가깝나요?
저는 제가 테토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다 에겐이라고 하니까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많이 듣는 말이 ‘너는 테토가 되고 싶은 에겐’이거든요. 제가 하는 행동이나 말투에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계속 부정하는데, 애들은 맞다고 우기는 쪽이에요(웃음). 특히 친구인 임규리랑 방지온이 많이 그래요.



최근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처럼 간식 트렌드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평소 즐겨 찾는 최애 간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간식이나 군것질을 교정한 이후로는 잘 안 먹어요. 초콜릿이나 젤리 같은 것도 거의 안 먹고요. 대신 한식류를 좀 많이 먹는 편이에요. 간식 대신에 탄수화물을 먹게 되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도 있어서 한 번 먹어봤는데 맛있더라고요. 다만 너무 달아서 또 먹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안 들었어요.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편인가요?
저는 잠잘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잠이 정말 많거든요. 잠자는 시간이 저한테는 삶의 낙이에요. 그래서 ‘잠만보’라는 별명도 많이 들었어요. 진짜 잠이 너무 많아서 계속 그런 별명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아침 일찍 활동하는 것보다 점심쯤 일어나서 움직이는 게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웃음).

2026년을 향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농구 말고도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도 알려주세요.

혼자서 여행을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일본에 가고 싶습니다. 맛있는 것도 먹고요. 제가 라멘이랑 일본 낫또를 진짜 좋아해요. 사람 많은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조용하게 맛집 찾아다니는 게 제 버킷리스트예요. 아직 시즌 중이긴 하지만 제 목표가 달라지진 않아요. 그리고 저희 팀은 1승, 1승이 정말 소중해서 그 승리를 위해 계속 달려가려고 합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챔피언 결정전까지 가는 게 목표예요.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늘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부탁드립니다.
2025년 수고 많으셨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셨으면 합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제가 소심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은데, 2026년에는 당차고 뻔뻔스러운 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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