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욱의 스토리텔러] 사라진 찬사, 날아오는 비난...혁이오빠와 레전드의 시련

정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4 22: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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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농구(KBL)는 타 종목과 비교할 때 유독 젊은 감독을 선호한다. 최근 유도훈(정관장), 문경은(KT) 감독, 이상민(KCC) 감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감독 부임 시기에 경험이 없는 40대 초중반의 젊은 지도자였다.

너도나도 젊은 감독 타령이지만 ‘젊은 감독=좋은 감독’이라는 공식은 없다.

그러나 ‘젊은 감독=시간, 경험이 필요하다’는 공식은 무조건 성립한다.

단순히 시즌을 치르고 경기 수를 채운다고 경험이 무작정 쌓이지 않는다. 이기는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지는 경험이다. 패배를 복기하면서 찰나의 실수로 인한 패해 아쉬움을 삼켜보는 것은 기본이다. 성적과 자신감이 바닥을 쳤을 때에는 뒤를 돌아보고 요인을 분석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경험도 쌓아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과 함께하는 코치, 선수들까지 함께 일으켜야 한다. 무겁고 어려운 자리다.

코치로 일하다 감독을 맡게 된 이들이 하나같이 ‘감독과 코치는 완전히 다르더라’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젊은 감독에게는 시간과 여유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한데 몇 경기 연패하면 바로 비난과 비판의 화살이 날아온다. 팀을 우승시킨 감독도, 하위팀을 일으킨 감독도 몇번의 패배에 '나가라'고 욕을 먹는 것이 프로스포츠 감독들의 비애다. 

 

구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를 기다려주지 않는 팀도 더러 있다. 궁지에 몰리니 애꿎은 코치, 선수에게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강혁 감독은 2025-2026 LG 전자 프로농구 정규시즌 호된 시련을 겪는 중이다. 2023-2024시즌 감독 대행을 맡아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에는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다 쓰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정식 감독이 된 2024-2025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결과까지 냈다.

선수들은 기꺼이 감독을 따랐고 팬들은 ‘혁이 오빠’에 열광했다.

변화에도 과감했다. 매 경기 20점을 채워주던 앤드류 니콜슨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느리고 수비력이 아쉽다고 해도 득점 자원이 많지 않은 팀이 니콜슨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리스크가 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바꿨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었던 만큼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 시즌에 나섰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개막 7연패로 시작부터 바닥을 쳤고 9승19패로 여전히 최하위다. 승부처에서 샘 조세프 벨랑겔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접전 상황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승리를 날리기도 했고 몇 차례에 걸쳐 심판 판정에 있어서도 불운이 따랐다. KBL에서는 정심임을 확인했지만, 가스공사와 강혁 감독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판정이었다.

▲어김없이 시련을 겪고 있는 양동근 감독 / 사진=문복주 기자

가스공사와 함께 최하위에 있는 현대모비스(9승19패)의 양동근 감독도 계속 패배 수가 쌓인다.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KBL 역대 최고 선수 중 한명이지만 감독이 되어 패배가 쌓이니 팬들의 질타를 받는 젊은 감독이 되버렸다. 부임 8개월 만에.

감독으로서는 루키인 양동근 감독은 강혁 감독보다 갈 길이 더 멀다. 고양 소노의 손창환 감독도 여지 없이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시련의 시간. 반드시 겪어야 하지만, 괴롭고 외롭다.

어려울 때 감독을 지켜주는 것은 결국 구단이다. 감독이 처음인 지도자에게 팀을 맡겼는데,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주 DB가 좋은 사례다. 김주성 감독이 지난 시즌 외국선수(치나누 오누아쿠) 문제로 홍역을 앓기 시작해 팀이 통째로 흔들리는 상황에도 기꺼이 기다려줬고 금액 부담을 안고도 외국선수를 바꿔줬다. 선수단을 개편했고 코칭스태프까지도 새로 꾸렸다.

이 과정을 거쳐 김주성 감독은 경험을 쌓았다. 외국선수 선발에 더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빠르게 기량과 인성을 겸비한 헨리 엘런슨이라는 좋은 선수를 뽑았다. DB는 엘런슨, 이선 알바노를 중심에 세워 올 시즌에는 상위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KBO리그(프로야구)에서 LG트윈스를 2번 우승시킨 염경엽 감독은 자신의 책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패에 좌절하면 멈춘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줄 아는 사람은 결국 이긴다”

이들이 시련을 통해 더 좋은 감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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