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Q. 어떻게 농구를 시작하게 됐나요?
임정훈과 어린 시절부터 친했는데 그 친구가 농구를 한다고 해서 저도 따라가게 됐어요. 그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제 키가 127cm밖에 안 됐거든요. 처음엔 성남초 농구부에서 받아주질 않았어요. 그래서 1년 동안 농구부를 계속 따라다녔죠. 1년이 지나 농구부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유니폼을 선배들한테 물려받아서 입었는데 저는 남는 유니폼이 없어서 축구복을 입고 훈련했던 기억이 나요.
Q. 신장이 작은 포인트가드였는데 어떤 선수였나요?
원래 삼일상고 시절에는 스코어러였어요. 스피드가 빨랐고, 수비도 좋았죠. 작은 신장이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170cm까지 크니까 농구가 너무 쉽더라고요. 그러다 팀에서 주득점원이 된 것 같아요. 그 시절 비디오 테이프를 아직도 갖고 있어요. 좋았던 기억을 계속 간직하고 싶더라고요.
Q. 삼일상고 졸업 후 경희대에 입학했는데 최부영 감독은 어땠나요?
무서우신 분이죠. 근데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주세요. 목표를 정해주시고 달성하면 바로 쉬게 해주시죠. 훈련할 때는 굉장히 엄하셨는데 그 외에는 잘 챙겨주셨어요. 특히 저를 예뻐하셨죠. 경희대는 최부영 감독님이 예뻐하면 파마를 하는 문화가 있었어요. 감독님이 파마를 좋아하셨거든요. 제가 팀에 합류하니까 돈 주시면서 파마하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입학 예정자 신분으로 뛰었던 대회를 보면 제 헤어스타일이 파마에요.
Q. 농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요?
최부영 감독님과 농구 스타일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감독님께서 점프슛을 강조하셨거든요. 저는 드리블 치다가 세트슛을 하는데 계속 점프슛을 쏘라고 하시니까 힘들었죠. 점프슛이 맞지 않았어요. 게다가 후배 정재호가 입학하면서 입지가 조금씩 줄어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농구를 그만두고 싶었어요. 그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거죠.

제 예상보다 밀린 순위였어요. 드래프트 전 기사를 봤을 때는 저를 1라운드 7, 8순위로 예상했거든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뒤여서 부모님께 죄송했어요. 프로에 갔다는 것 자체가 행복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1라운드 지명이 끝나고 집에 가려고 했어요. 자존심이 많이 상했거든요. 지금도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 중 하나에요. 드래프트가 끝난 후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계속 혼자서 지냈어요.
Q. 데뷔 시즌(2004-2005시즌) 식스맨으로 28경기를 뛰며 팀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는데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 야간 운동, 새벽 운동까지 정말 열심히 했죠. 그러다보니 원주치악체육관에 계신 주사님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더라고요. 전창님 감독님께서도 기회를 주셨어요. 손규완, 이세범 등 형들과 자밀 왓킨스도 저를 많이 도와줬죠. 통합우승 했을 때는 어리둥절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데뷔 시즌에 가장 많이 뛰었고, 팀에 공헌도 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Q. 프로에서 3시즌 동안 45경기밖에 뛰지 못하고 2008-2009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택했습니다.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은데요?
엄청 아쉬웠죠. 2008-2009시즌이 끝난 후 강동희 감독님이 새로 부임하셨는데 저한테 매니저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좋은 조건이었는데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어서 거절하고 나왔어요. 이후 일본에서 뛰려고 시도를 했는데 잘 안 됐죠. 그때 농구인생이 끝났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력분석? 제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2009년 매니저로 SK에 첫발을 내딛은 한상민 코치는 2012년 전력분석으로 한 계단 전진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외국선수 스카우트 업무를 전담했다. 현재 KBL 최고의 외국선수로 평가받는 자밀 워니를 팀에 추천한 것도 한상민 코치다. 그는는 워니에게 “네가 못하면 나도 짤린다”고 말했었다고. 2019-2020시즌 워니는 외국선수상을 수상했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See you(또 봐)”라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현재는 4시즌째 SK의 1옵션으로 활약하고 있다.
Q. 은퇴 후 아무 인연도 없었던 SK 매니저가 됐는데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은퇴 후 집 앞 헬스장 트레이너를 하려고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전창진 감독님께 전화가 왔죠. SK 매니저로 추천했으니 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워낙 단호하게 가서 하라고 말씀하셔서 SK 매니저로 합류하게 됐어요. 당시 SK에 김진 감독님이 계시는데 잘 챙겨주셨죠. 처음에 저한테 왜 은퇴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Q. 매니저의 일과는 어떤가요?
오프시즌부터 시즌까지 스케줄이 다 짜여있어요. 선수들은 운동만 하고, 매니저가 흔히 말하는 엄마의 역할을 하는 거죠. 식사는 뭘 먹을지, 호텔은 어디로 예약할지, 샤워는 어디서 할지 등등 전부 다 매니저가 챙겨야 해요. 완벽하게 잘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 옆에 붙어서 필요한 걸 일일이 다 챙겨드렸어요.

그때 SK에 방성윤이 있었어요. 제가 1살 형인데 형 같은 동생이었죠. 대학 시절에 돈이 없어서 KFC 비스킷 한 조각을 나눠 먹곤 했는데 팀에 오니까 훌륭한 선수가 되어있더라고요. 같이 생활하는데 갑자기 어느 날 핸드폰을 선물로 줬어요. 100만 원이 넘는 최신형 터치폰이었죠. 아무 의미 없이 고생한다고 저한테 선물을 준 거에요. 아무리 슈퍼스타여도 남에게 고가의 선물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너무 뭉클하고 고마웠던 기억이 있어요.
Q. 매니저 생활을 하다 2012년 전력분석으로 업무가 바뀌었습니다.
문경은 감독님이 정식 감독이 되신 첫 시즌이었는데 저한테 계속 매니저를 해달라고 하셨어요. 근데 제가 전력분석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감독님이 팀에 이야기를 해주셨고, 덕분에 전력분석이 됐어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이유가 컸죠.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업무기도 했고요. 그때 외국선수 스카우트 업무를 맡기 시작했어요.
Q. 전력분석은 주로 어떤 업무를 하나요?
먼저 우리 팀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돼요. 그리고 상대 팀의 전력과 변화된 전술을 계속 체크해서 감독님과 선수들한테 전달하는 거죠. 모든 전략, 전술을 요약하고 만들어서 볼 수 있게끔 해주는 게 주된 업무에요. 팀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죠.
Q. 외국선수 스카우트 업무를 맡았다고 했는데 그동안 가장 성공한 외국선수를 꼽는다면?
자밀 워니요. 코치가 된 후에도 외국선수 스카우트를 같이하고 있는데 2018년 미국에서 워니를 처음 봤어요. 이후 살을 정말 많이 빼서 문경은 감독님께 적극 추천을 드렸죠.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한 골이었거든요. 감독님은 중거리 슛이 없다고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도 제가 계속 밀어붙여서 감독님이 선택하셨어요. 워니가 팀에 오고 제가 ‘너 못하면 나도 짤린다’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2019-2020시즌에 외국선수상을 받았죠, 워니가 시즌 끝나고 ‘다음 시즌에 또 볼 수 있겠네’라고 웃으면서 가더라고요.
Q. 전력분석을 하면 농구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농구를 많이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이죠. 예를 들면 이 팀은 원래 첫 번째 속공이 안 되면 투맨 게임이었는데 이제는 미스매치를 활용해서 골밑의 찬스를 봐주는구나 이런 식으로 알 수 있어요. 수비도 마찬가지로 뭐 때문에 바뀌었는지 보이는 거죠. 농구를 많이 보니까 보는 눈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SK 매니저로 왔을 때부터 있었어요. 속으로 꼭 코치까지 올라갈 거라고 다짐했죠.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김진, 신선우, 문경은, 전희철 감독님의 훈련 스타일을 보고 배웠어요. 제가 적는 걸 좋아해서 스마트폰에 메모가 엄청 많아요. 무언가 생각날 때마다 적어놓고 공부를 해요.
“코치가 된 그 날, 기절할 정도로 펑펑 울었어요”
전력분석으로 착실히 경력을 쌓던 한상민 코치는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코치로 승격됐다. 매니저 시절부터 꿈꿔왔던 목표를 이룬 것. 코치 승격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 기절할 정도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코치가 된 후에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한상민 코치는 2017-2018, 2021-2022시즌 SK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어느덧 8년 차 코치가 된 올 시즌에도 김기만, 이현준 코치와 함께 전희철 감독을 훌륭히 보좌하고 있다.
Q.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코치로 승격이 됐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미국 얼바인으로 문경은 감독님,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장지탁 부단장님과 출장을 갔어요. 호텔에서 식사하고 맥주 한잔 하는데 부단장님이 “너 코치하면 잘할 수 있냐?”라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너무 깜짝 놀라서 “네?”라고 하니까 감독님께서 “코치됐으니까 이번 시즌부터 정장 입어”라고 말씀하셨죠.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어요. 울다가 기절할 정도로요.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해요. 감독님과 부단장님이 좋게 봐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Q. 코치 생활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엄청 많았죠. 첫 시즌에는 너무 열정만 강했던 것 같아요. 제가 선수들보다 위라고 생각해서 너무 가르치려고만 들었거든요. 의욕만 앞서다보니 선수들 컨디션 파악도 못했죠. 김기만 코치님께 혼나기도 했어요. 8년 차가 됐는데 아직도 배우고 있어요. 배움에는 끝이 없네요.
Q. 선수 시절을 생각하면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눈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식스맨들의 고충을 충분히 알죠. 노력 안 하는 선수들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해요. 그래도 그 친구들을 좀 더 챙겨주려 해요. 가능성과 기회는 기다려야 된다는 걸 알려주려고 해요. 저의 제일 중요한 역할 중 하나죠. 주전급 선수들은 전희철 감독님과 김기만 코치님이 충분히 돌봐주기 때문에 저는 식스맨들이 쳐져 있으면 슛 잡아주고, 힘도 불어넣어 주고 있어요.
Q. SK 선수들은 경기 전 일찍 슛 연습을 하는 루틴이 있는데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원래는 (최)준용이와 단둘이 다녔어요. 슛 연습을 같이하면 본인 슛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까 코트를 혼자 쓰고 싶어서 시작된 거죠. 그런데 점점 인원이 늘어나더라고요. 강요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이제는 SK만의 문화가 된 거죠. 신인들이 들어왔을 때 선배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하면서 개인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어요.
Q. 요즘에도 농구 공부를 많이 하나요?
전희철 감독님이 코치 3명한테 3팀씩 전력분석을 맡기셨어요. 기록과 경기력을 보면서 공략법을 연구하는 거죠. 전력분석팀과 영상도 함께 만들고요. 비디오 미팅 시간에는 각자 맡은 담당자들이 해당 팀 브리핑을 직접 해요. 전희철 감독님은 존경스러울 정도로 분석하는 게 다르세요. 저한테는 “너도 내 위치되면 알 수 있어”라고 하시는데 정말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코치들도 철저히 준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단한 팀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한 건 없지만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 선수들 그리고 프런트가 있어서 이런 영광을 누린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이 자리에 있는 게 너무 감사해요. 지난 시즌 처음으로 통합우승을 했는데 워낙 어려운 거라 그런 날이 안 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감독님이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끔 만드셔서 옆에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선수들이 잘했지만 하나로 뭉치게끔 만든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Q. 한상민 코치만의 지도자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는 게 많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선수들한테 잘 전달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공부를 더 해야죠. 갈수록 공부를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상을 많이 보고, 섬세하게 기록도 살펴보면서요. 높은 위치로 가려면 더 공부해야겠다고 느끼고 있어요. 욕심이나 기회로만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거든요.
Q. 선수 시절 큰 주목을 받지 못해도 코치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은데요?
저도 전창진, 추일승 감독님을 보면서 준비를 했어요.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요. 저라고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요. 꿈을 갖고 밑바닥부터 시작한 거죠.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 그 당시를 회상해보면 맨땅에 헤딩한 것 같아요. SK라는 팀과 좋은 감독님들을 만나서 감사한 마음이 크죠. 우리 팀 매니저와 전력분석도 저와 같은 꿈을 꾸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 친구들도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거예요. 어느 위치에 있든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누군가는 보고 있거든요. 그럼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더 위로 가보고 싶어요. 단순히 자리가 탐나는 게 아니라 그 위치에 올라가면 보는 게 달라지거든요. 보는 눈이 성숙해진다는 걸 느껴보고 싶어요.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게 목표에요.
▼ 한상민 코치 프로필
생년월일_1981년 3월 28일
신장/체중_180cm/76kg
학력_성남초-삼일중-삼일상고-경희대
선수 경력_2004~2009 원주 TG삼보, 원주 동부
지도자 경력_2015~현재 서울 SK 코치
# 사진_유용우 기자,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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