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안 한다는 말은 거짓말” 이관희가 말하는 필리핀 농구

맹봉주 / 기사승인 : 2016-08-08 0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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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맹봉주 기자] “필리핀 농구하면 수비는 안하고 공격만 한다는 애기가 있잖아요. 수비 조직력은 분명 한국보다 떨어지지만 개인 수비능력과 스피드, 힘은 한국보다 월등히 좋아요. 필리핀 선수들은 수비 안한다? 거짓말입니다.”


현재 필리핀 프로농구 피닉스 퓨얼 마스터즈에서 활약 중인 이관희(28, 190cm)가 필리핀 농구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7월 31일, 글로벌포트 바탕 피어를 상대로 16득점을 올리며 필리핀 무대 첫 승리를 맛보기도 한 그는 “필리핀 팬들은 정말 열정적이에요. 재밌는 응원을 많이 하죠.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은 NBA를 닮았어요. 미국농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라며 한국과는 다른 필리핀만의 농구 문화를 소개했다.



한국은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필리핀 날씨는 어떤가요?


한국과 비슷해요. 여기도 많이 덥지만 한국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현지에서 이관희와 함께 있는 서울 삼성 임준석 통역은 “오히려 여기가 한국보다 덜 더운 것 같아요”라는 말로 한국의 무더위를 설명했다)




필리핀 음식은 어때요?


처음엔 음식 때문에 고생 좀 했어요. 첫 경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탈이 나서 입원을 하기도 했죠. 물갈이를 심하게 했어요. 그 여파로 체중도 심하게 빠졌고요. 지금은 한국에서 음식을 가져오기도 하고 적응도 되서 괜찮아요.




지난 7월 31일, 4경기 만에 필리핀 리그 첫 승을 거뒀습니다. 이날 경기는 3전 전패 중인 최하위 팀들 간의 단두대 매치였어요.


상대는 가드가 강한 팀이었어요. 국가대표가 두 명이나 있어서 다른 팀과 할 때보다 강한 정신 무장을 하고 경기에 임했죠. 비디오 분석도 철저히 했고요. 우리 팀 외국선수가 52득점이나 해서 이길 수 있었어요(웃음).
(이날 경기에선 이관희의 팀 동료인 유진 펠프스(26, 193cm)가 52득점으로 양 팀 선수 중 최다 득점을 올렸다)




비디오 분석은 한국과 다른 점이 있나요?


한국하고 비슷해요. 여기도 팀 전력과 선수 개개인을 분석하죠. 다만 저는 여기 있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까 따로 USB에 영상을 넣어 달라고 해요.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 받은 영상을 보며 개인적으로 분석하고요.




첫 승을 하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아요.


출전시간이 들쭉날쭉 해서 감을 잡기 힘들었어요. 선수들도 워낙 터프하다보니 저 스스로 갈팡질팡 했죠. 또 외국선수 신분이니 부담감도 있었고요. 여기서 전 용병이잖아요. 아무래도 필리핀 선수들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하려고 하죠.




자신을 용병이라고 표현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면 외국인선수의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 부분에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한국에 돌아가게 된다면 라틀리프에게 신경을 더 많이 쓸 생각이에요.




감독님이 이관희 선수에게 특별히 지시한 부분이 있었나요?


감독님은 무조건 제 장점을 살리라고 해요. 패스보단 자유투라도 얻게끔 겁 없이 들이대라고 하시죠. 그래서 항상 찬스가 나면 패스보다는 공격을 해요. 지난 경기에서는 다른 경기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 진 것 같아요.



필리핀 선수들과는 잘 지내는 편인가요?


선수들이 혼자 있는 저를 잘 챙겨줘요. 현지에서만 쓰는 핸드폰이 따로 있는데 점심, 저녁을 같이 먹자고 연락도 오고요. 필리핀 선수들과는 잘 지내고 있어요.




경기가 없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고 지내나요?


보통 호텔 휘트니스 센터에서 개인 운동을 해요. 여기는 우리나라처럼 프로 구단이 전용체육관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10개 팀 중 2개 정도만 전용구장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공용으로 빌려서 써요. 그래서 체육관은 딱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사용 할 수 없어요. 운동하는 시간 외에는 노트북으로 한국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봐요.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에 가서 간단히 커피 한 잔도 마시고요.




한국과 비교해 필리핀의 훈련과정은 어떤가요?


먼저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은 우리나라가 훨씬 좋아요. 또 훈련시간도 우리나라가 더 많죠. 여기는 한 번 할 때 3~4시간 집중적으로 하고 연습을 끝내요. 아침 9시에 훈련을 시작해 12시에 끝나는 식이죠. 그 이후엔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가서 웨이트를 한 시간 정도하고 점심을 먹어요. 그러면 하루 일과 끝이죠.




필리핀 프로경기를 보면 팀 당 100점을 넘기는 경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더군요. KBL과 비교해 굉장히 공격적인 농구를 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일단 필리핀 프로농구는 쿼터 당 12분으로 경기 시간이 우리보다 많아요. 또 한국은 좀 더 정확한 찬스를 만들려는 반면 필리핀은 조금의 기회만 나도 바로 공격을 해요. 여기는 최대한 많은 공격 회수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우리나 상대나 빠른 시간 안에 공격을 마무리 짓죠. 서로가 최대한 빨리빨리 공을 처리하려 하니 100점을 넘기는 경기가 많이 나와요.



필리핀 사람들의 농구 열기는 유명하잖아요. 특히 여성 팬들에게 둘러싸인 이관희 선수의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현지에서 이관희 선수의 인기는 어떤가요?


팬들이 정말 열정적이에요. 다들 농구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걸어 다니다 보면 팬 분들이 한국말로 인사를 해줄 정도에요. 택시 기사 분들도 알아봐 주고요.




원 소속팀 서울 삼성 얘기를 잠깐 해보죠. 삼성은 이번 비시즌 김태술 선수를 영입하며 전력 상승을 꾀하고 있어요.


삼성 소식은 기사로 접하고 있어요. (주)희정이 형과 전화통화도 하고요. 또 매니저 형과 스카우터 형이 삼성 연습경기가 끝날 때마다 기록지를 보내줘요. 희정이 형이나 (김)태술이 형이 잘하고 있고 팀 분위기가 좋다고 들었어요. 저도 여기에서 슈팅훈련이나 볼 핸들링 훈련 등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이관희 선수의 필리핀 진출 소식을 듣고 응원하는 국내 팬들이 많았어요. 이제 KBL 선수들도 해외진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이관희 선수는 한국선수들의 해외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해외에 나가면 선수 기량발전에 도움이 많이 돼요. 한국농구를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고요. 해외진출에 대해 단점이라고 할 부분이 없어요.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에 나갔으면 좋겠어요.




필리핀리그는 KBL 출신 외국인선수들이 많이 뛰잖아요. 혹시 필리핀에서 KBL 출신 외국인선수를 만난 적은 없었나요?


지난 시즌 부산 케이티와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뛰었던 마커스 블레이클리, 마리오 리틀을 만났어요. 먼저 와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더라고요. 반가웠죠.




‘공격농구’는 필리핀 농구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됐어요. 때문에 수비는 대충하고 공격에만 치중한다는 인상을 받기도 해요. 이관희 선수가 직접 경험한 필리핀 농구는 어땠나요?


저도 그렇게 알고 경기에 들어갔는데 경기템포만 빠를 뿐이지 개인 수비 능력은 KBL보다 훨씬 좋다고 느껴졌어요. 필리핀 농구하면 수비는 안하고 공격만 한다는 애기가 있잖아요. 수비 조직력은 한국보다 떨어지지만 개인 수비능력과 스피드, 힘은 한국보다 월등히 좋아요. 필리핀 선수들은 수비 안한다? 거짓말입니다.



필리핀 농구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게 바로 ‘개인기 위주의 공격’이에요. 우리나라가 스크린을 활용한 조직적인 패턴 플레이에 익숙하다면 필리핀은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의 개인기에 의존한 공격을 많이 펼치는 것 같던데요.


맞아요. 여기는 공격 패턴이 심플해요. 공격하는 선수가 슈터인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등 각 선수의 특성을 살려서 공격 패턴을 만들어요. 예를 들어 슈팅가드라도 그 선수가 포스트업을 잘한다면 빅맨이 아니라도 골밑 위주로 공격을 풀어가요. 개인 성향에 맞춰서 전술을 짠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빠르기 때문에 공을 잡자마자 공격하는 패턴이 있어요.




한국에는 언제 돌아오는 건가요?


9월 14일이 제가 출전하고 있는 가버너스 컵의 마지막 경기에요. 그 이후엔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다소 늦게 복귀하겠지만, 떨어진다면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끝으로 한국에 있는 농구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대표로 왔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있어요. 도전하는 자세 자체를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칠까봐 걱정하는 일부 팬들도 있고 무리한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여기서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몸으로 농구를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계속 잘하고 싶어요.


사진_PBA(필리핀농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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