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의 THE COACH] 김영주 감독 “우승·명예보다 좋은 지도자”

곽현 / 기사승인 : 2016-08-09 0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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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여자프로농구 구리 KDB생명 김영주(48) 감독은 6개 구단 감독 중 가장 오랫동안 여자농구에 몸담아온 인물이다. 그는 2000년 우리은행 코치로 여자농구와 인연을 맺어 16년째 여자농구 지도자를 맡고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만큼 그는 여자농구가 걸어온 길을 잘 알고 있고, 애정도 많다. 지난 시즌 3년 만에 KDB생명 감독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 시즌 팀의 재건을 위한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다. 뿐만 아니라 여자농구의 발전, 그리고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함께 전했다.


▲여자농구와의 인연
김 감독이 여자농구와 인연을 맺게 된 건 16년 전인 2000년이었다. 당시 그는 우리은행의 코치로 여자농구에 발을 담그게 됐다.


“현역에서 은퇴하고 모교인 경희대에 3개월 정도 있었다. 교사자격증이 있어서 낙생고에서 교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우리은행에서 코치로 와달라고 요청이 왔다. 그렇게 처음 여자농구 지도자를 시작하게 됐다.”


대부분의 남자 지도자들이 그렇겠지만, 그 역시 여자농구가 낯설었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농구선수이긴 하지만, 특별히 남녀 선수들이 교류를 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여자농구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주변의 조언도 있었다고 한다.


“1~2년 하다 적성에 안 맞으면 나와야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근데 해보니 여자농구라고 다른 건 없었다. 남녀를 구분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우리은행에 부임한 뒤 초반만 하더라도 팀 성적은 중위권을 웃돌았다. 그런 우리은행이 전성기를 맞이한 건 초특급 외국선수 타미카 캐칭을 영입하면서부터다. 캐칭은 2003겨울, 여름 리그, 2006겨울리그 등 3차례 우승을 안기며 우리은행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김 감독은 당시 캐칭의 영입이 국내선수들의 실력까지 업그레이드시켜줬다고 말했다.


“캐칭이 역할을 잘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국내선수들의 기량도 발전할 수 있었다. 훈련양도 많았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4차례씩 훈련을 했으니까. 외국선수를 잘 뽑으면서 시너지효과가 많이 났다고 생각한다. 캐칭은 농구도 잘 했지만, 인성도 좋았다. 외국선수들과도 잘 어우러졌고, 중요할 때 한 방을 해줄 수 있는 선수였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뛰었던 플레넷 피어슨과 비교하며 “피어슨이 그런 역할을 해줄 거라 기대했다. 기량은 떨어지지 않는데, 선수들과 어울리는 면에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비키 바흐 같은 경우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았다. 생리통도 심했고, 무릎도 안 좋아 쉬는 시간이 많았다”고 전했다.


▲선수 키우는 매력에 흠뻑
그는 2010년 KDB생명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10년간 코치 생활을 했다. 코치 생활 동안 가장 보람됐던 점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했을 때라고 한다.


“처음 코치를 맡고 3년간은 정신없이 했던 것 같다. 적응이 되면서 선수를 키워나가는 재미를 느꼈다. 선수들 기량이 느는 게 단시간 안에 되는 게 아니라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서 선수들이 잘 된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곤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자농구 판에 오래 있으면서 보람을 느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 그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선수가 바로 이경은이다. 이경은은 프로에 입단한 우리은행 시절부터 지금까지 김 감독과 함께 해오고 있다.


“경은이는 어릴 때부터 봐온 선수다. 드래프트에서 뽑을 때도 내가 코치였다. 경은이도 벌써 서른 살이 됐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드로 성장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까 보람을 느낀다. 또 김보미, 정미란 같은 선수들을 보면 잘 컸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팀에서 오랫동안 뛰어오며 헌신한 선수들에게는 나름대로의 보상을 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조은주, 한채진, 이경은 등이 고참인데, 본인들이 원하면 은퇴 후에는 코치로 쓸 생각이 있다. 구단에도 말씀드렸는데, 우리 팀에서 고생한 선수들은 발탁해서 키워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여자 코치의 숫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KDB생명 선수 출신 코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0년 KDB생명 감독에 부임했던 그는 2012년 팀을 떠난 뒤 지난 시즌 3년 만에 복귀했다. 과거 그는 선수들에게 ‘호랑이 감독’으로 통했다. 경기 중 선수들이 해야 할 플레이를 하지 못 하면 불호령을 내리는 등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지난 해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좀 더 부드러워지겠다고 변화된 모습을 약속(?)하기도 했다. 과연 그는 더 부드러워진 것이 맞을까?


“좀 자제를 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예전과는 생각하는 게 다르다. 그렇다고 내 자신을 완전히 바꾸진 않는다. 그건 색깔이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버리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예전이 10이면 지금은 5밖에 안 된다. 고참들이 후배들에게 ‘지금은 그래도 잘 해주시는 거야’라고 얘기하더라(웃음).”



▲젊은 선수들의 발전 절실
김영주 감독은 2010-2011시즌 준우승, 2011-2012시즌 정규리그 2위 등 KDB생명을 젊은 강호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가 팀을 떠난 후 KDB생명은 암흑기를 보냈다. 정규리그 최하위 2번, 5위를 1번 기록하는 등 최약체 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팀의 부흥을 이끌었던 그의 복귀가 결정됐을 때 떨어진 위상을 다시 세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난 시즌 KDB생명은 다시 한 번 최하위에 머무는 등 좀처럼 명예회복을 하지 못 했다.


“우리가 해야 할 부분들을 많이 못 했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선수들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돌아오면서 의욕적으로 했지만,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때문에 올 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단 목표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KDB생명은 신정자라는 확실한 기둥이 있었다. 신정자를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좋은 시너지효과를 냈다. 지금도 이경은, 한채진, 조은주 등 능력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확실한 중심이 없다는 평가다.


“4번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지난 시즌은 (최)원선이, (김)소담이가 생각만큼 못 해줬다. 이번 시즌은 노현지, 김소담, 이정현, 김시온, 안혜지, 진안 등 젊은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성장하느냐가 관건이다. 내 색깔에 선수들이 얼마나 녹아드느냐가 중요하다. 매년 선수들이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 급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러한 부분이 팀 색깔로 나온다면 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계약기간이 있다 보니 급한 면도 있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는 이번 시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있어야만 팀이 발전하리라 믿고 있다. 그가 지향하는 팀 스타일 역시 체력을 앞세운 스피디하고 유기적인 농구다.



“크리스마스를 선발한 것도 스피드를 높이자는 측면에서 선택했다. 높이는 떨어지기 때문에 공격에서 변화를 주면서 스피드를 가미하는, 많이 움직이는 농구를 할 생각이다.”


2014-2015시즌 신한은행에서 뛰었던 크리스마스는 저돌적인 스타일로 내외곽 득점력이 상당한 선수다. 이번 시즌은 WNBA에서 보다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KDB생명에 부족한 공격력을 확실히 키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KDB생명은 최근 스킬전문트레이너인 타일러 랠프로부터 스킬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김 감독은 단기간의 트레이닝보다 지속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원래 한 달 정도는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짧게 했다. 4일을 했는데, 선수들에게 드리블 등 개인기 측면에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내년에는 스케줄을 일찍 잡아서 길게 가져갈 생각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못 했던 부분들을 할 생각이다. 남자농구에서 했던 기술들을 접목시키고 싶다. 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선수들도 초청해서 프로농구 체험도 시켜주고 싶다. 여자농구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여자농구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


여자농구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만큼 그는 여자농구, 또 농구 전체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은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지도자를 하면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을 하면 명장 소리도 듣고 돈, 명예도 따라온다. 근데 여자농구에 오래 있다 보니까 우승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나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선수, 구단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가르쳤던 선수들이 노력하고, 성장해서 프로에서 뛰는 걸 볼 때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우승도 하고 명예도 얻고 싶지만, 지도자로서 선수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다. 선수들이 느끼기에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감독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사진 – 유용우, 문복주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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