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리우] 반전 만든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

이민욱 기자 / 기사승인 : 2016-08-17 02: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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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2016 리우올림픽 남자농구 예선에서 스페인이 크로아티아(70-72), 브라질(65-66)에게 내리 질 때만 해도 스페인에게 ‘내일’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전(96-87)을 잡으며 첫 승을 챙긴 스페인은 서서히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투아니아(109-59), 아르헨티나(92-73) 전에서 예상 외로 큰 점수 차로 승리하며 평가를 바꿔놨다. ‘역시 스페인’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스페인에게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침몰 위기의 무적함대

사실 스페인이 올림픽 조별예선에서 2연패를 당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조별예선 마지막 두 경기(러시아 74-77, 브라질 82–88)에서 연거푸 졌다. 비록 연패는 아니었으나 2패라는 점에서는 작년 유로바스켓에서도 평행 이론을 가지고 있다. 당시 조별리그 초반 3경기에서 스페인은 1승 2패를 기록했다. 스페인에게 2패를 안겨준 상대 팀들은 바로 세르비아(70-80)와 이탈리아(98–105)였다.

사실 크로아티아, 브라질 경기에서 드러난 제일 심각한 문제는 30대 중반 선수들의 경기력 부진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특히 후안 까를로스 나바로(193cm, 가드)의 상태가 제일 안 좋았다. 런던올림픽 때와 비교를 해보자. 4년 전 나바로는 족저근막염을 안고 런던 올림픽에 나섰다. 당시 호주와 영국 경기에 결장했을 정도로 나바로의 몸 상태는 별로였다. 이 때문에 경기력의 기복도 있었으나 몇몇 경기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특히 미국과의 결승에서 1쿼터 그의 3점 슛 퍼레이드는 스페인의 사기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4년 뒤 2연패를 당한 경기에서 나바로는 그때의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크로아티아 전에서 나바로는 최악의 난조에 빠졌다.

무득점에 그쳤으며 3점슛(0/2)도 모두 놓쳤다. 브라질 전은 그나마 공격 부분에서 야투(2/3)는 괜찮았지만 3점슛(0/2) 감은 여전히 찾지 못했고 과거에 비해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수비에서 문제점이 있었다.

아울러 나바로의 동갑내기(1980년생) 친구 파우 가솔(216cm, 센터)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파우가 여전히 두 자리 득점을 해냈지만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의 ‘한 방’ 이 아쉬웠다.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체력적인 문제도 분명 영향이 있었다.

파우는 크로아티아와 브라질 경기에서 각각 31분 56초, 32분 13초를 뛰었다. 그의 나이(만 36세)와 FIBA 경기가 40분이라는 걸 감안하면 결코 적은 출장 시간이 아니다.

이럴 때 생각나는 이름이 바로 발 부상 때문에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 동생 마크 가솔(215cm, 센터)이다.

작년 유로바스켓 때도 마크가 없었으나 파우가 워낙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농구 선수가 30대 중반쯤 되면 체력적으로 봤을 때 1년 차이는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파우도 이 2경기에서는 세월을 속일 수 없었다.

주전 포인트가드 리키 루비오(193cm, 가드)의 부진도 답답함을 가져왔다. 특히 루비오는 상대가 뒤로 물러서서 수비를 해도 자신 있게 슛을 쏘기보다는 팀원들에게 패스하는 것을 주로 노렸다.

그러다보니 스페인은 루비오가 나왔을 때 코트를 좁게 쓰는 경향을 보이며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반칙도 너무 쉽게 남발했다. 그는 크로아티아 전에서 12분간 3개의 반칙을 범했으며 브라질 전에서는 5반칙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젊은 선수들의 발에 스카리올로 감독이 족쇄를 채웠다는 점이다.

1993년생 알렉스 아브리네스(198cm, 가드/포워드)와 1994년생 윌리 에르난고메즈(211cm, 센터) 같은 젊은 선수들의 기용을 세르히오 스카리올로 감독은 2연패를 당했을 때 무척 주저했다.

사실 평가전에서는 지금과 양상이 달랐다. 아브리네스와 에르난고메즈는 평가전에서 길게 출장시간을 가져가며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아브리네스는 평가전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의 계약 건으로 인해 2경기(앙골라, 코트디부아르 전)만 뛰었지만 적당한 출장시간(20분, 19분)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듯 그는 두 자리 득점(16점, 11점)을 기록했으며 수비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잘 제어했다.

에르난고메즈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그가 마크만한 실력을 가진 빅맨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평가전만 놓고 보면 에르난고메즈는 올림픽 무대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빅맨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막상 올림픽 조별예선에서는 스카리올로 감독은 기존의 황금세대들을 더 믿었다. 아브리네스와 에르난고메즈의 활용도는 크지 않았다.

에르난고메즈는 크로아티아 전에서 1쿼터에 나왔다가 공격에서 부진하자 3분 32초 만에 칼 같이 교체되었다. 이후 그는 브라질 전까지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아브리네스는 브라질 전에서 2쿼터 종료 2분을 남기고 처음 등장하여 별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시 벤치로 들어갔다. (아브리네스는 경미한 왼쪽 무릎 부상으로 인해 나이지리아 전에서는 뛰지 못했으며 리투아니아와의 경기에서도 나서지 못했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들 중 에르난고메즈에 대한 스카리올로 감독의 초기 판단(크로아티아, 브라질 전에서의 에르난고메즈 활용도)은 나이지리아 전을 계기로 정확하게 틀렸음이 밝혀졌다.

반전에 성공한 스페인

2연패를 당한 스페인은 조별예선 세 번째 경기인 나이지리아 전(96-87)에서 드디어 올림픽 첫 승을 신고했다.

경기를 승리하기는 했지만 스페인이 가진 팀 전력으로 봤을 때 경기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경기 한 때 나이지리아에게 역전을 당하면서 3쿼터를 1점(65-66) 뒤진 채로 끝났을 때 “잘못하면 스페인이 3연패를 당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스쳤을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저력의 스페인이었다. 숱한 고비를 넘기며 값진 첫 승을 따냈다. 여전히 불만족스러웠지만 그래도 크로아티아와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나타난 불안요소들이 나이지리아 전에서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한 점은 스페인 입장에서는 나름의 소득이었다.

앞선 경기까지 부진했던 루비오가 두 자리 득점(15점)을 올릴 정도로 득점에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으며 덩크 슛까지 성공시켰다. 수비에서도 루비오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의 활발하고 기민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바로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움직임은 전성기 때에 비해 여전히 둔했다. 하지만 손끝(슛)의 감각만큼은 여전히 살아 숨을 쉬고 있었다. 특히 3점 슛이 매서웠다. 그는 17분 10초 동안 코트에 나서며 3점 슛 3개를 포함해 11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스페인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에르난고메즈(16분 24초 출장 11점 3리바운드)가 아니었나 싶다.

스카리올로 감독은 에르난고메즈를 다시 코트에 들여보냈고 에르난고메즈는 물 찬 제비처럼 날라 다녔다.

림 근처에서 쏠쏠한 득점을 올려준 에르난고메즈 덕분에 파우는 지난 2경기에 비해 거의 9분(이 날 파우의 출장 시간은 23분 13초였다) 가까이 더 쉬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벤치에서 충분히 푹 쉬고 경기 종료 3분 31초를 앞둔 상황에서 코트에 들어선 파우는 이번만큼은 클러치 타임에서 실수하지 않고 높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이 시기에 그는 자유투 득점을 포함해 6점을 몰아넣으며 스페인의 조별예선 첫 승에 공헌했다.

에너지 좋은 루디 페르난데스(198cm, 가드/포워드)도 크로아티아, 브라질 경기에 비해 훨씬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으며 13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로 스페인 승리에 공헌했다. 특히 3쿼터 활약이 대단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조금씩 살아난 스페인은 다음 경기인 리투아니아 전에서 역대 올림픽 남자농구에 길이 빛날 역사를 만들어 낸다. 바로 리투아니아를 상대로 50점차 대승(109-59)을 거둔 것이다.

충격적인 경기 결과였다. 스페인과 리투아니아는 작년 유로바스켓 결승에서 만난 팀이다. 당시 스페인은 리투아니아를 17점차(80-63)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리투아니아가 올림픽 조별예선 경기에서 스페인에게 이 정도로 당하리라고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리투아니아가 설렁설렁했던 게 아닐까?”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리투아니아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리투아니아(당시 3승 무패) 입장에서는 직전 경기였던 아르헨티나-브라질 전에서 아르헨티나(당시 3승 1패)가 승리했기 때문에 이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B조 1위에 더 바짝 다가설 수 있었다.(B조 1위가 되면 8강, 4강에서 미국을 만나지 않는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의 야심찬 계획은 스페인에 의해 물거품이 되었다. 이 날 스페인과 리투아니아 전은 마치 스페인 선수들이 스페인식 농구 강좌를 가르치는 선생님들 같았다.

반대로 리투아니아 선수들은 아무 배경 지식 없이 그 강좌를 열심히 듣는 학생들 같았다. 그 정도로 일방적으로 스페인이 밀어붙이는 경기였다. 스페인은 공격에서는 정말 ‘100점 만점에 100점’을 줘도 될 정도로 완벽했다.

1대1이 필요하면 1대1로 리투아니아 선수들을 적절하게 공략했고 외곽에서 3점슛(16/32 50%)이 필요하면 거침없이 3점 슛을 꽂아 넣었다.

여기에 좋은 타이밍에 들어오는 스크리너의 찰진 스크린과 함께 계속 살아서 움직이는 볼 움직임(Ball Movement)으로 리투아니아 팀 수비의 균열을 쉽게 만들어냈다.

리투아니아의 이 경기에서 기록한 총 득점이 59점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이 팀 수비도 잘 됐다. 리투아니아는 만타스 칼니에티스(196cm, 가드, 16점 2어시스트)와 민다우가스 쿠즈민스카스(205cm, 포워드, 17점)가 분전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리투아니아 선수들은 스페인의 수비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참혹한 경기력을 보였고 결국 굴욕의 50점차 대패를 당했다.

스페인은 파우가 3점 슛(5/5)을 100% 성공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며 단 23분 3초만 뛰고 23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반면 가솔에게 맞불을 놓아야 하는 리투아니아의 요나스 발렌츄나스(211cm, 센터)는 무득점에 그치는 부진을 겪었다.)

에르난고메즈(16분 57초 출장 9점 2리바운드)는 나이지리아 전에 이어 다시 한 번 파우가 마음 편히 벤치에서 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 외에 3점 슛 감(3/4)이 절정이었던 루비오(18분 23분 출장 11점 4어시스트)와 페르난데스(21분 03초 출장 13점 3어시스트 2스틸 1블록) 세르히오 율(193cm, 가드 21분 출장 10점 6어시스트)도 스페인의 50점차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도 스페인의 상승세는 계속 되었다. 1쿼터 초반 마누 지노빌리(198cm, 가드)의 연속 3점슛에 당황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스페인은 크로아티아, 브라질 전의 스페인이 아니었다.

곧 전열을 재정비한 스페인은 페르난데스와 미로티치를 앞세워 점수 차를 벌리기 시작했으며 1쿼터를 두 자리 점수 차(25-15)로 마쳤다.

이후 스페인은 여러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경기 끝날 때까지 두 자리 점수 차를 유지하며 19점차(92-73)로 경기를 마쳤다.

어시스트 숫자(스페인은 22개 아르헨티나는 9개)에서 나타나듯이 리투아니아 전처럼 스페인의 볼 흐름은 신속하고 원활했다. 또한 볼 없는 선수들이 가만히 서 있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기민하게 움직이며 스페이싱을 만들어내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 날 스페인 승리의 일등공신은 페르난데스였다. 나이지리아와 리투아니아 전을 거치며 공격에서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 그는 아르헨티나 전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줬다. 정말 페르난데스에게 그분이 오신 날이었다. 내, 외곽을 넘나들며 아르헨티나 수비들의 혼을 빼놓았던 페르난데스는 29분 48초간 코트에 나서며 23점(3점 4/5)을 올렸다.

파우(19점 13리바운드)는 활약도 좋았지만 이 날 또한 나이지리아, 리투아니아 전처럼 체력 관리도 정확하게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었다. 비록 4분 정도를 더 뛰기는 했으나 파우는 아르헨티나 전에서 20분대(27분 51초)로 출장시간이 맞춰졌다. 이 외 다른 스페인 선수들의 고른 활약도 돋보였다.

B조 2위로 8강에 진출한 스페인의 다음 상대는 ‘유럽농구의 최대 라이벌’ 프랑스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만나기만 하면 세계 농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두 팀의 맞대결은 이번에도 8강전 경기들 중 큰 관심을 끄는 경기다.

과연 스페인은 프랑스를 넘어 메달권을 향해 쾌속 순항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프랑스가 스페인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18일 열리는 두 팀의 8강전에서 풀릴 예정이다.

# 사진=점프볼 자료사진(박치영 객원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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