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지난 3월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가 새로운 감독을 찾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새 감독으로 어떤 인물이 올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프로팀 감독을 지낸 인물들부터 다양한 지도자들이 물망에 오른 가운데 KB의 선택은 예상 밖이었다. 일본여자농구 샹송화장품의 한국인 안덕수(42) 코치를 신임감독으로 임명한 것이다.
국내가 아닌 외국, 더군다나 감독이 아닌 코치라는 점이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때문에 KB의 선택에 대해 의문부호가 달리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농구 경험이 적은 안덕수 감독이 과연 팀을 잘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한국지도자, 나에겐 도전
안덕수 감독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건 삼일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일 때다. 당시 삼일중은 종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대표로 한일 친선교류전에 나섰고, 그를 인상 깊게 지켜본 하츠시바 고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일본으로 떠나게 됐다.
큐슈산업대학까지 일본에서 농구를 한 안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은퇴 후에는 대학농구연맹 사무국장을 지냈고, 2007년에는 샹송화장품 코치를 맡으며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7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KB 황성현 사무국장은 안 감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우리와 연습경기를 가지면서 선수단 관리하는 부분을 유심히 지켜봤다. 선수들과의 신뢰가 굉장히 좋아보였다. 추구하는 농구스타일이 우리 팀과 맞다고 생각한다. 선수를 폭넓게 활용하는 부분이나 기술 부분에 있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팀에 합류한 안 감독은 천안 KB연수원 체육관에서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 크게 아픈 선수는 없다. 주전 뿐 아니라 백업 선수들도 어떻게 기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구상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았다.” KB는 현재 큰 부상선수가 없다. 오랫동안 재활훈련을 하던 김수연도 팀에 합류해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단계다.
안 감독은 감독으로서 데뷔 시즌이지만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다. 한국에서의 지도자 데뷔가 자신에겐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코치부터 경험을 쌓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있다. 주위에서 충분한 코치 경력도 있고, 일본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조언도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열정과 선수들의 열정이 잘 조화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 생각한다. 큰 부담은 없다. 한국에서 감독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스스로 얼마나 날 인정할 수 있느냐, 내 색깔을 보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설렌다. 시즌이 기다려진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팀에 있었지만 외국선수랑 해본 적은 없다. 좋은 쪽만 생각을 하려고 한다.”
KB와 샹송화장품은 오랫동안 교류전을 해온 사이다. 때문에 안 감독에게 KB 농구단은 낯설지 않다. 그 동안 상대팀으로 바라봤던 선수들과 한 팀이 돼서 생활해보니 차이점이 있었다고 한다.
“상대팀으로 봤을 땐 왠지 모르게 선수들이 좀 어두워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근데 그게 다 오해였던 것 같다. 같이 생활해보니 나보다 더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일본선수들보다도 더 밝다. 선수들이 다 순수하다. 농구스타일은 굉장히 빨랐다. 하지만 정통센터가 없다보니 한계도 보였다. 우리은행을 보더라도 양지희가 안에서 버텨주는 부분이 차이가 있다. 인사이드 자원이 없으면 이기는 경기를 하기가 힘들다.”
▲강아정에 거는 기대
KB는 그가 부임한 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바로 올 해 열린 박신자컵에서 첫 우승을 거둔 것이다. 비록 그가 직접 선수들을 지휘하지는 않았지만, 밖에서 선수단을 바라보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고 한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내 농구를 많이 따라주려고 하는 부분에 있어 흡족했고, 나도 배운 게 있다. 상황 상황마다 어떻게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지를 느꼈다. 선수들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우승을 했다고 생각한다. 악착같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리바운드에 대한 적극성이다. 리바운드 하나에 울고 웃고, 승패를 좌우한다. 리바운드에 대한 적극성을 강조하고 싶다. 벤치에 있으면 잘 안 보이는 게 많은데, 밖에서 보니 그 동안 못 봤던 걸 보게 됐다.”
지난 6월 열린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여자농구대표팀은 안타깝게 6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그래도 성과가 있다면 이번 세대 선수들의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강아정은 폭발적인 3점슛을 선보이며 차세대 슈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안덕수 감독으로서도 강아정의 활약에 기대가 크다.
“선수들한테 못을 박았다. 어느 팀에나 에이스는 있다고. 그걸 선수들이 인정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아정이가 주장으로서 에이스 역할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에이스한테만 기대는 건 안 된다고도 했다. 선수 각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있어야 한다.”
안 감독은 공식적으로 강아정에게 에이스 역할(?)을 부여했다고 한다. 변연하의 은퇴로 강아정이 해야 할 일이 늘었고, 책임감을 부여해준 것이다. 강아정은 또 올 해 첫 주장까지 맡게 됐다.

“개인적으로 혼자 공 가지고 하는 농구를 싫어한다. 쓸데없이 드리블하는 걸 싫어하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농구를 하고 싶다. 한 선수가 아니라 다섯 명의 선수들이 할 일이 정말 많다.” 안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농구 스타일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전했다. 한 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5명이 하나가 되는 농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시즌 KB는 변연하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다닐 것이다. 안 감독도 잘 알고 있다. 변연하가 해왔던 역할을 메울 선수가 나와야 한다.
“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하가 득점도 잘 했지만, 볼 운반도 잘 하고 패스도 제 타이밍에 넣어줬다. 한 사람이 하기보다는 여러 선수들의 연하의 득점, 어시스트 역할을 메워줘야 한다. (심)성영이, (홍)아란이 등이 다 해줘야 한다.”
변연하가 빠지면서 남은 한 자리에 선수들의 활용도 역시 다양하게 쓰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성영이를 많이 쓰긴 할 거다. 성영이, 아란이 (김)가은이, (김)민정이 등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정)미란이가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도록 백업선수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박)지은이, 민정이, (김)한비까지 써야 한다. 몇 분 기회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각자가 플레잉 타임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나의 임무는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좋은 대우를 받고, 어린 선수들의 우상이 될 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

▲일본농구의 성장 당연해
한국여자농구가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사이 일본 여자농구는 올림픽 8강이라는 파란을 일으키며 세계농구에 자신들의 이름을 알렸다. 안 감독은 이러한 일본의 성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일본이란 나라가 아시아선수권 우승도 그렇고, 장기적으로 모든 걸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배울 게 있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남의 기술을 배워오려고 한다. 한국이 자신들보다 농구를 잘 하니까 한국지도자들을 많이 영입했다. 여자대표팀 우츠미 감독도 한국지도자들한테 정말 많이 배웠다. 한국으로 전지훈련 오는 걸 정말 좋아한다. 남자농구대표팀 하세가와 감독도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오고, 수시로 한국을 찾는다. 그런 점을 보면서 분명히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 정도로 스포츠 발전에 투자를 한다.”
필자는 최근 일본의 농구전문잡지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중고등학교 선수들을 소개하는 코너에 아프리카계로 보이는 흑인 선수들이 수십 명이나 소개된 것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세네갈 등 아프리카의 어린 선수들을 영입해 귀화시키고 있다.
“대학교까지는 귀화를 안 하더라도 학생 신분이면 뛰게 한다. 일본은 외국선수들도 많고 혼혈선수들도 많다. 그 선수들이 자라면 무서운 경쟁력을 보일 것이다. 또 한국에서 착각하는 게 일본은 생활체육이 아니다. 다 엘리트다. 엘리트처럼 죽기 살기로 한다. 반면 우리는 지금 생활체육에 엘리트를 맞추려고 한다. 결국 많은 인프라와 높은 수준의 일본농구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오랫동안 일본농구를 경험한 안 감독은 일본의 성장세를 지켜봤고, 한국농구가 분발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또 일본에서 지도자로서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도자로서 농구를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코치를 하면서 세 분의 감독님을 모셨는데, 많이 배웠다. 김평옥, 임영보 선생님 등에게도 많은 조언을 들었다. 스카우트 하는 법부터 선수들을 가르치는 방법까지. 인생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일본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한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KB에 창단 첫 우승을 안기는 것이다.
“KB에서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 첫 해가 될 지 다음 해가 될지, 안 될 수도 있는 것이지만, 목표는 크게 잡고 싶다. 우승이라는 게 운도 따라줘야 한다. 쓴소리도 듣고 칭찬도 듣겠지만, 여러 가지를 다 겪으면서 우승을 하고 싶다. 그게 지금 내 목표다.”
#사진 - 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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