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뉴욕/이호민 통신원] 10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에서 농구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열렸다. 미국에서 명예의 전당 기념식은 하나의 쇼이자 축제와 같다. 오랫동안 팬들에게 사랑받고, 농구계에 기여해온 선수들만이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그야말로 ‘명예’로운 자리인 만큼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많은 주목을 받는다.
그렇기에 스프링필드에서는 이들을 기념하고자 하는 행사도 많이 열렸다. 현지에서는 이를‘Enshrinement Weekend (명예의 전당 헌액 주말)’이라 부르는데, 언제나 그랬듯 볼거리가 많았다.
여느 때보다도 라인업이 화려해서인지 미국 현지 언론도 관심이 뜨거웠다. ‘도전 정신’이 돋보였던 ‘아이콘’ 알렌 아이버슨과, 2000년대 골밑을 지배한 센터 ‘Most Dominant Ever’ 샤킬 오닐, 아시아인 최초로 NBA 올스타에 선정됐던 야오밍, 여자농구계의 조던(Her Airness)으로 불렸던 쉐릴 스웁스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농구스타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명예의 전당 헤드라이너가 디켐베 무톰보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언론의 관심이 왜이리 차이가 나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첫 번째 공식 행사는 9월 9일에 있었다. 스포츠 카드 회사 파니니(Panini)의 주관아래 싸인회가 열렸다. 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이날 저녁에는 헌액자와 가족들이 초대된 만찬 자리가 있었다.
10일에는 헌액자들 외에 빌 러셀, 줄리어스 어빙, 필 잭슨, 스카티 피펜 같이 먼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자리를 빛냈다. 변치 않는 ‘지각 본능’을 보여준 아이버슨은 파니니 싸인회에는 참석 자체를 하지 않았고 자켓을 나눠주는 자리와 기자회견장에도 몇 시간씩 늦어 빈축을 샀지만, 워낙 크고 중요한 자리였기에 서로 웃어넘기면서 함께 추억을 나누었다.
헌액식 이후에도 행사가 있었다. 스프링필드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커네티컷 주 언커스빌(Uncasville)에서는 대규모 축하연이 열렸다. 이 행사는 모히간 선 리조트에서 개최됐다.
도착 후 행사를 기다리던 중 호텔 로비에서 여성 장신 군단을 발견해 놀랐다. 누군가 했더니 WNBA의 시카고 스카이(Chicago Sky) 선수들이었다. 다음 날 커네티컷 썬(Connecticut Sun)과의 경기가 있어 연습을 나가던 길이었다. 알고 보니 커네티컷 썬의 홈 구장이 호텔 리조트 안에 위치했다. 어마어마한 호텔 규모에 한 번 더 놀라게 됐다. 이곳에서는 종종 NBA 시범경기도 열린다고 한다. 2016년 10월 8일에는 보스턴 셀틱스와 샬럿 호네츠가 여기서 경기를 한다.
축하연 장소에 도착하니 두 명의 ‘거인’이 즐겁게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야오밍과 디켐베 무톰보였다. 휴스턴 로케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둘은 은퇴 후에도 자선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등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야오밍과 무톰보는 2013년에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 자격으로 방한하기도 했다.
둘에게 “함께 휴스턴 로케츠에서 몸담았던 시절이 인상적이었다”고 말을 건네자 야오밍이 무톰보를 쳐다보며 “그러고보니 우리가 같이 코트에 섰던 적이 있나?”라고 묻는다. 무톰보는 “감독이 한 1~2분 같이 뛰게 한 거 기억 안나? 가관이었지”라고 웃었다. 야오밍도 그때가 떠올랐는 듯 껄껄 웃었다.
행사 공간 바로 앞에서는 자선경매를 위한 각종 기념물품이 진열되어 있었고 화려한 칵테일 파티를 위한 HOF 얼음조각과 애피타이저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날 드레스코드는 세미 정장이었지만, 상당수 팬들은 아이버슨의 저지를 입고 축하연 자리에 참석했다. 당당하게 팬덤을 자랑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관례인지는 몰라도 바로 전년도인 2015년의 헌액자 무톰보와 게리 페이튼 뿐 아니라 레니 윌킨스, 버나드 킹, 조조 화이트, 아티스 길모어, 캘빈 머피를 비롯한 ‘왕년(?)의 레전드’들이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행사의 분위기를 돋운 스프링필드 출신 밴드 Jus' Us의 모타운 느낌 충만한 특별연주, 헌액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 명예의 전당 반지 증정식 등 다양한 순서가 진행됐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팬들과의 열려있는 교류였다. 농구관계자들만의 네트워킹용 만찬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일반 팬들이었고, 레전드들이 허물없이 팬들에게 먼저 다가가며 함께 대화도 나누고 사진도 찍으며 편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훈훈했다.
비단 선수뿐 아니라 탐 이조(Tom Izzo)와 같은 명감독, 딕 바베타(Dick Bavetta)와 같은 심판, 제리 레인스도프(Jerry Reinsdorf)와 같은 경영자의 공로를 인정하고 축하해주며 팬들과 추억을 공유했다.
이처럼 스스로의 역사를 기념하고 서로 축하하고, 더 나아가 이런 즐거움을 팬들과 함께 누리겠다는 열린 마인드가 있었기에 NBA가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자리였다.
사진1= 명예의 전당 행사가 열리는 장소라는 걸 한 눈에 알게 해준 얼음장식
사진2= 야오밍은 일찍 도착하여 팬들, 관계자들과 담소를 나누며 축하를 받았다.
사진3=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된 선수들은 환영식에서 한 번 더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4= 대중에게도 공개가 되는 명예의 전당 현장은 평소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야오밍, 아이버슨, 샤킬 오닐. 이름만 들어도 이유가 짐작이 갈 것이다.
# 사진=이호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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