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의 THE COACH] ‘총알 탄 가드’ 신기성, 지도자로서 목표는?

곽현 / 기사승인 : 2016-09-19 0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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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신기성(41) 감독의 선수 시절 별명은 ‘총알 탄 가드’였다. 코트 위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했기에 생긴 별명이다.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경기 운영, 정확한 패스와 3점슛이 장점인 가드였다.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등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가드였던 그가 감독으로서 첫 걸음에 나섰다. 오는 2015-2016시즌 신한은행 감독으로 팀을 이끌게 된 것이다. 선수로서 성공적인 인생을 달려왔던 그가 지도자로서 꿈꾸는 제 2의 농구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은퇴에 부상, 쉽지 않은 첫 시즌
그가 신한은행을 맡게 되면서 팀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선민 코치가 하나은행에서 함께 왔고, 기존 전형수 코치가 남아 그를 보좌하게 됐다. 또 팀의 골밑을 지켜왔던 신정자와 하은주가 은퇴를 했다. 둘이 한꺼번에 은퇴하며 팀 전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였다. 신한은행의 장점은 ‘높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색깔의 농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곽)주영이 역할이 중요해졌어요. 외국선수가 커버도 해줘야 하고요. 결국 수비에서 제공권 싸움이 중요할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외국선수 중 정통센터가 많지 않아요. 대부분 4번에 가까운 선수들이죠. 우리 입장에선 도움수비를 많이 가야 할 것 같아요. 공격에서는 모션오펜스를 많이 사용할 생각입니다.”


국가대표 에이스인 김단비의 책임감이 더 커지게 됐고, 골밑에선 곽주영이 기복 없는 플레이를 해줘야 한다. 최윤아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경험 있는 선수가 부족한 편이다. 결국 그 동안 출전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이 성장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주영이에게 주장 역할을 맡겼어요. 본인은 고사를 했는데, 주영이가 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책임감을 갖고 팀을 이끌어주길 바래요. 단비는 나름대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고, (김)연주도 고참으로서 잘 해줘야죠. 뿐만 아니라 (박)혜미, (양)인영이, (박)다정이 등 우리는 모든 선수들이 다 잘 해줘야 해요. 농구를 잘 하는 선수, 빅맨이 부족하기 때문에 팀 컬러를 바꿔야하죠. 모든 선수들이 제 포지션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요.”


신한은행은 지난달 열린 윌리엄존스컵에서 우승을 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비록 친선전 성격이 강한 대회지만, 단일팀으로 참가해 우승을 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존스컵을 통해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다들 열심히 해줬어요. 여러 팀들과 붙어보면서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선수들이 큰 부상이 없는 게 다행이에요.”



신한은행은 시즌을 앞두고 또 한 번의 암초를 만났다. 바로 1라운드 3순위로 선발한 외국선수 모건 턱이 무릎부상으로 시즌아웃을 당하고 만 것.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는 1순위 외국선수의 부상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대체로 그만한 선수를 데려올 수 없는 상황에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쉽고 안타깝죠. 수술 잘 받고 재활 잘 해서 나중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선수도 아쉬워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스타일을 바꿀 수는 없어요. 또 맞는 선수를 데려와야죠. 어쨌든 기본은 국내선수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외국선수에 의존하는 농구는 하고 싶지 않아요. 서로 상생하는 농구를 하고 싶고, 대체할 선수는 신중이 고려해 결정할 생각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턱의 부상은 아깝지만, 그렇다고 시즌을 포기할 순 없다. 결국 뼈대가 되는 국내선수들의 성장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는 각오다. 신 감독은 결코 외국선수 혼자 잘 해서는 우승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많은 외국선수들을 경험해보며 얻은 교훈이다.


“실력 뿐 아니라 인성도 중요해요. 제가 배웠던 감독님들로부터 외국선수를 어떻게 다루는지 많이 보고 배웠습니다. 외국선수 혼자 40~50점 넣는다고 우승할 수 없어요. 기본적으로 궂은일을 해주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려야죠.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선민 코치, 제가 데려왔어요
그가 처음 KEB하나은행 코치로 부임했던 때가 생각난다. 사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는 남자농구에서 지도자를 할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그가 온다고 했을 때 의외였던 것이 사실이다. 생소한 여자농구에서 2시즌을 보낸 소감이 궁금했다.


“선수들이 기본기가 좀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자세라든지 드리블, 패스, 레이업 같은 기본 기술이 부족해요. 선수로서 어려운 부분, 고충이 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고요.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또 팀 케미스트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지난 시즌 많이 느꼈어요. 여자선수들은 남자선수들과는 다르게 훈련에 100% 힘을 안 쏟는다는 말이 있어요. 저도 와서 보니 어느 정도 공감을 해요. 왜 여자농구에선 2시간 훈련할 걸 3~4시간 하는지요. 선수들은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지도자들이랑 보는 게 다른 것 같아요. 훈련 방법도 다양하게 하면서 선수들이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집중하게 하려고 해요.”


그가 오면서 외국인트레이너도 새로 고용해 함께 하고 있다. 투포환 선수 출신인 제임스 무어맨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체력강화 및 웨이트트레이닝을 전담하고 있다. 국내농구에서 트레이너를 외국인을 쓰는 것은 흔치 않다.


“그 친구를 쓰면서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해요. 외국인 특유의 파이팅과 유머감각이 있어요. 트레이너에게 원하는 건 선수들을 내가 원하는 몸으로 만들어주는 거죠. 단순히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농구에 맞는 몸, 빠르고 높이 뛸 수 있고, 힘도 세질 수 있는, 농구에 많이 쓰는 근육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신 감독을 만나면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정선민 코치다. 1974년생인 정 코치는 1975년생인 신 감독보다 1살 위다. 국내스포츠에서 감독보다 나이 많은 코치, 그것도 여자 코치를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 코치가 함께 신한은행으로 온 것이 본인의 의사였는지, 팀의 요청이었는지 궁금했다.


“제가 원한 거였어요. 여자 코치가 필요한데, 정 코치가 신한은행 출신이고, 이 팀에서 큰 영광을 누렸잖아요. 후배들이나 신한 팬들한테 다시 보답할 수 있는 기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 코치와 함께 뛰었던 선수들도 많았고요.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을 것 같았어요. 본인도 흔쾌히 수락했고요. 부정적인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여자농구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 코치는 신 감독이 미처 체크하지 못 한 부분까지 받쳐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우상으로 꼽히는 만큼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김단비의 발전 가능성
최윤아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다면 신한은행은 가드진에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재활훈련 중인 최윤아는 9월 말부터는 팀 훈련에 합류할 수 있다고 한다. 명가드 출신인 신 감독인 만큼 윤미지나 김규희, 가드진에게 많은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세밀한 걸 요구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아직 많은 주문은 하지 않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패턴을 만들었어요. 경기운영이나 미스매치를 찾는 부분에 있어 부족하긴 한데, 몇 가지 원칙은 줬어요. 공을 주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요.” 이번 시즌 신 감독의 조련을 받은 가드진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팀의 에이스는 의심할 여지없이 김단비다. 고참들의 은퇴로 김단비의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 6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주공격수로 팀을 이끈 김단비는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신 감독도 김단비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많다.


“단비에게 기대감이 큰데, 또 단비에게 너무 역할이 쏠리면 안 돼요. 선수들이 너무 단비만 쳐다보지 않게 하려고 해요. 그래서 외국선수 역할이 중요하기도 하고요. 이번 최종예선에서도 잘 했어요. 여자농구를 위해 계속해서 발전해야 하는 선수에요. 상대팀에서 봤을 때는 운동능력이 참 좋다고 느꼈죠. 여기 와서 보니까 성격이 밝더라고요. 장난도 잘 치고요. 플레이적인 면에 있어서는 신체능력은 좋은데, 그걸 활용하는 부분은 좀 부족한 점이 있어요. 공을 가지고 하는 농구를 많이 해서, 공 없을 때 움직임이 좀 부족해요. 그래서 단비한테 기술을 더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지도자로서의 목표는 국가대표 감독!
신 감독은 인천 출신이다. 인천의 농구 명문 송도중, 송도고에서 농구를 했다. 그 때문인지 그가 신한은행에 오자 지인들의 연락이 많이 왔다고 한다. 그도 고향팀에서 감독을 맡게 된 것에 대해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중고등학교를 인천에서 다녔어요. 부모님도 인천에 계시죠. 후배들을 보기도 했는데,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자랜드에서 선수생활을 하기도 했는데, 고향인 인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그가 구상하는 팀 색깔에 대해선 확실한 기준을 잡고 있다. 현역 시절 그가 보여줬던 플레이처럼 빠르고 역동적인 농구다.


“생동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수들이 코트에 나가면 눈에 불을 켜고 신나게 뛰어다녔으면 해요. 팬들이 우리 농구를 보고 기분 좋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공격, 수비 모두 시원시원하게요. 일단 속도가 빨라야겠죠. 물론 경기도 이겨야 하고요. 투지 있고 근성 있는 팀이 됐으면 해요.”


여자농구에 있으면서 얻은 지론도 있다고 한다. “일단 잘 뛰어다녀야 돼요. 그게 되면 50%는 이기는 것 같아요. 우리은행도 체력에서 앞서면서 경기를 잡잖아요. 기술이나 슛도 중요하지만, 체력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감독으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 신기성 감독. 그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단순히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 목표가 있는지도 물었다.


“이제 배워가는 단계죠. 좋은 성적 내서 우승도 하고 싶어요. 가깝게는 지도자로서 선수들과 소통하는 감독이 됐으면 좋겠어요. 선수들의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면서 함께 한 뜻을 가지고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무조건 지시하는 게 아니라,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됐으면 해요. 또 크게 목표로 잡은 건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거예요. 국가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는 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으로서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큰 대회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사진 - 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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