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천안/맹봉주 기자] “(박)지수가 농구를 밖에서 하려는 경향이 있더라. 좀 더 안쪽에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지난 9월 WKBL이 주최한 유소년 캠프에서 만난 여자농구의 전설 박찬숙(57)의 말이다. 박찬숙은 이날 경쟁력이 떨어진 여자프로농구를 걱정했다. 하지만 박지수 얘기가 나올 때면 “여자농구의 미래인 (박)지수가 좀 더 해줘야 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나를 설레게 하는 선수”라는 표현도 썼다.
현재 한국여자농구는 센터 기근 시대다. 언젠가부터 장신 센터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다른 포지션보다 센터에서의 세대교체는 더욱 늦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하은주, 신정자가 은퇴했고 양지희는 한국나이로 32살이다. 하지만 이들을 이을 20대 초, 중반의 젊은 빅맨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수(18, 195cm)의 등장은 한국여자농구의 한줄기 빛이다. 박지수는 큰 키를 이용한 골밑 플레이와 마무리 능력을 겸비했다. 신장에 비해 스피드도 느리지 않다. 중거리 슛도 있어 상대로선 여간 막기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미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국가대표 주전 센터로 맹활약했다. 5경기 평균 7득점 10.8리바운드 1.6블록슛을 올렸는데 리바운드는 전체 공동 1위, 블록슛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여자농구대표팀이 최종예선서 깜짝 선전을 한데는 대표팀 막내 박지수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10일 천안 상명대학교체육관에서 박지수를 지켜본 청주 KB스타즈 안덕수 감독도 “당장 프로에 와도 주전으로 써먹을 수 있다. 당연히 즉시 전력감”이라며 극찬했다.
박지수의 위력은 골밑에 있을 때 빛난다. 림과 멀어질수록 그 위력은 반감된다. 하지만 앞서 박찬숙이 언급한 대로 박지수는 점점 바깥에서 하는 플레이의 비중이 늘고 있다. 자신보다 10~20cm 작은 상대로도 포스트 업을 하기보단 중거리 슛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10일 있었던 숭의여고와의 제97회 전국체전 여고부 8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박지수는 리바운드를 25개나 잡아냈지만 공격에서는 10점에 그쳤다. 박지수를 막은 게 그녀보다 15cm 작은 1학년 가드 박지현(16, 180cm)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기록이다. 박지수가 좀 더 적극적으로 골밑을 공략했다면 경기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49-51, 분당경영고 패).
박지수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경기가 끝나고 박지수에게 앞으로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냐는 질문을 하자 “몸싸움하고 골밑 슛이다. 오늘 경기에서 진 것도 이 두 가지가 안 됐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박지수는 지난 2013년 훈련 도중 상대선수의 발을 밟아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골밑 기피현상은 일종의 트라우마다. 본인도 “계속 들어가야지, 들어가야지 했는데 잘 안됐다. 발목수술을 받은 이후 안으로 들어가는 게 불안하다”며 “이렇게 골밑에 안 들어간 게 몇 년간 반복되며 버릇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제 박지수는 오는 17일 프로팀의 지명을 기다린다. WKBL 신인 드래프트 1순위는 사실상 박지수의 몫이다. 고등학교라는 좁은 무대를 벗어나 프로의 세계로 온 박지수가 부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한국여자농구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길 응원한다.
사진_점프볼자료사진(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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