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볼 다이어리] 판타지게임, 이거 뭐죠?

손대범 기자 / 기사승인 : 2016-11-04 0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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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손대범 기자] 리카르도 라틀리프~ 리바운드! 좋아! 어엇, 송창용! 송창용~ 송창용! 그래 3점슛! 희안하다. 경기를 보는 팬이라면 분명 어느 한 팀의 승리를 응원하는게 정상인데,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를 외친다. 심지어 ‘라틀리프, 송창용이 내 선수’라고 말한다. 뭐야, 라틀리프는 삼성이고, 송창용은 모비스인데? 에이전트라도 되는거야? 자,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편집장의 일기를 공개한다. 이른바 '판볼 다이어리'는 2016-2017시즌 새롭게 선보인 KBL 공식 판타지게임, ‘판타지 볼’ 에피소드를 담았다.



판타지게임이란?
미 프로농구(NBA), 메이저리그(MLB) 팬들에게는 판타지게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판타지게임을 위한 정보지가 존재했을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판타지게임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가장 대중화되고, 쉬운 방식의 게임이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야구로 시작해 TV가 보급된 1980년대, 1990년대를 거치며 그 규모가 커졌다.
한국에서는 판타지게임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이 시도만 했을 뿐, 실체를 꺼내들어 팬들과 호흡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그것도 리그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온라인 게임이 출시된 것도 없었다. 2014-2015시즌, KBS 1TV에서 매주 방영됐던 ‘스포츠 대작전’이란 프로를 기억한다면 ‘판타지게임’을 이해하는데 더 쉬울 수도 있다. 김광진(가수), 홍진호(방송인, 전 프로게이머), 정인영(방송인), 석주일(방송인, 전 프로농구 선수), 황현희(개그맨) 등이 출연했던 ‘스포츠 대작전’은 KBL 등록선수들을 대상으로 모의 드래프트를 거쳐 팀을 꾸린 뒤, 매주 그 선수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승/패를 가리는 프로그램이었다. 필자는 당시 6명 중 5위에 그치면서 잠실학생체육관 한 가운데서 치어리더들과 춤을 춰야 했다.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고 애써 위로해보지만, 유일한 농구전문기자로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5위였다는 것은 사실 부끄럽다.




+ 그림 설명: 판타지1.JPG KBS 스포츠 대작전에서 운영(?)했던 구로동 코비코비. 당시 우리 핵심은 문태영과 라틀리프였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각 항목의 합산 점수를 비교해서 승패를 결정했다. (사진=KBS 화면 캡쳐) +


그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가 주어졌다. ‘판타지볼’이다.


이제 그 방식을 설명하고자 한다. 앞서 말했듯, 판타지볼은 팀 승패가 아니라, 선수의 기록이 바탕이 된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 스틸 등 기록지에 표기되는 기록들은 모두 경쟁 요소가 된다.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선발, 그날 출전선수들의 기록을 합산하여 더 높이 나온 쪽이 승리를 하는 방식이다. NBA는 아무래도 선수풀이 넓고, 경기시간이 긴 만큼 적용할 수 있는 기록이 많다. 더블더블, 트리플더블 등 팀 승리에 직접적인 연관이 된 기록은 플러스(+)요인이 되고, 실책과 같이 뼈아픈 부분은 마이너스(-) 된다. 평균 야투성공률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득점이 높다한들, 야투성공률에서 밀릴 수도 있다. 아래는 현재 필자가 ESPN에서 지인 12명과 진행 중인 판타지리그다. 우리 팀 이름은 ‘구로1동 코비코비’다.
개막 한 달을 앞두고 드래프트를 했다. 총 12라운드를 통해 12명을 선발했다. 기록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다방면에서 기록을 잘 내는 선수가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1라운드 1순위를 가진 친구는 러셀 웨스트브룩(OKC 썬더)을 선발했다. 필자는 4순위였는데,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지명했다. 르브론 제임스는 26일 개막전에서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2라운드에서는 드레이먼드 그린(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을 지명했다. 그린은 2015-2016시즌, NBA에서 웨스트브룩 다음으로 트리플더블을 많이 한 선수였다. 개막전에서는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나는 두 선수를 보유한 덕분에 개막 첫 날, 내 매치업 상대에게 이길 수 있었다. 그린의 소속팀인 골든스테이트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졌지만, ‘팀 승패’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 그림 설명: ESPN에서 운영하는 NBA 판타지리그. '구로1동 코비코비'는 2016-2017시즌 개막전에서 이미 활짝 웃었다. 르브론 제임스가 트리플더블을, 드레이먼드 그린이 더블더블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치업 상대에게 졌다. 이번 팀은 상대적으로 올-어라운드 플레이어 위주로 짜서 그런지, 득점에서 많이 밀리는 경향을 보였다. (ESPN 캡쳐) +



KBL 선수들을 우리 팀에?
‘판타지볼’도 비슷한 방식이다. 다만 NBA(30팀, 82경기, 48분)보다는 규모(10팀)가 작고 게임수(54경기)나 경기시간(40분)도 적기 때문에 ‘적용 대상 항목’은 차이가 있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 스틸, 3점슛 성공, 실책 등으로 이뤄진다. 각각의 가중치는 다르다. ‘판타지볼’에서는 이른바 FBP(판타지볼 포인트) 시스템을 도입, 항목마다 다른 FBP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다.
득점_ 1.0
3점슛_ 0.5
리바운드_ 1.2
어시스트_ 1.2
스틸_ 2.0
블록_ 2.0
실책_ -1.0



+ 그림 설명: 10월 23일 우리 선수 구성은 이랬다. 두경민-조성민-에밋-함지훈-김동량-김수찬. 현실 세계에서라면 45승은 충분히 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이날 졌다. 에밋과 김수찬은 아예 안 나왔고, 김동량은 경기가 끝날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




+ 그림 설명 : 결과도 돌아볼 수 있다. 좌측이 '구로1동 코비코비'다. 상대와 비교했을 때 가드 포지션은 우리가 앞섰으나, 장신 라인업에서 밀렸다. +


리그 참가자는 팀당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 센터, 그리고 유틸리티 플레이어까지 6명을 선발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되면 외국선수 4명을 모두 넣으면 기록을 쌓는데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판타지볼'은 팀당 샐러리캡(200만원)과 가상의 연봉제를 도입해 특정 선수를 독점하는 것을 방지했다. '판타지볼' 가상 테스트 첫날, 나는 우리 팀에 안드레 에밋(KCC)과 마이클 이페브라(LG), 문태영(삼성)을 동시에 넣고자 했다. 샐러리캡상으로는 가능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다른 포지션 관리가 안 됐다. 다른 포지션에는 몇 분이나 출전할지 모르는 벤치멤버를 넣어야 했던 것이다.
이처럼 판타지게임은 그날 출전하는 선수 기록을 비교해야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경기를 봐야 한다.
또 누가 얼마나 뛰게 될 지를 확인해야하므로 리그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농구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10월 23일 경기에서 안드레 에밋과 김수찬(모비스)을 집어넣은 것이다. 에밋은 이날 사타구니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나는 제외 사실을 모르고 넣었다! 김수찬은 양동근의 대타였다. 가드가 부족한 모비스 입장에서는 다른 누구라도 넣어야 했을 테니, 나는 그 선수가 김수찬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날 김수찬은 1분도 뛰지 못했다. 결과는? 대패! 나의 매치업 상대는 강적(?)이었다. 라틀리프(23일 경기 19득점 18리바운드 2블록)와 맥키네스(23일 경기 29득점 7리바운드)를 동시에 투입하면서 득점과 리바운드를 압도했다. 게다가 우리 팀에서는 에밋과 김수찬이 모조리 ‘0.0’이 되면서 경쟁 자체가 안 됐다. 함지훈이 21득점으로 분투했지만, 외국선수 대결에서 완패했다.
이처럼 ‘판타지볼’은 그날그날 경기에 맞게 드래프트하여 친구, 혹은 사이트내 유저들과 대결할 수 있다. 1대1과 리그 판볼, 다수와 경쟁뿐 아니라 장차 스폰서 기업이 진행하는 ‘스폰서 판볼’과 판타지볼이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이벤트 판볼도 열린다고 하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판타지볼’의 진짜 매력은 ‘실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NBA나 MLB처럼 저 멀리 바다건너에서 열리는 경기가 아니라, 원한다면 경기장에 직접 가서 보며 응원할 수도 있는 경기다. 그렇기에 감정 이입도 쉬워질 것이다. 명심하자. ‘판타지볼’은 그 선수가 수비를 얼마나 못하는지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기록상으로 잘 나온다면 그는 언제든 우리 팀의 스타가 될 수 있다. 프로선수 A에게 이에 대해 넌지시 설명하자 그는 이니셜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아, 그러면 수비를 더 해야 하는 건가? 스틸이랑 블록? 3점슛은 의미가 없는거야?”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가상 연봉도 바뀌고 랭킹도 공개되기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실제로 '스포츠 대작전' 출연 당시 '구로동 코비코비'의 주축이었던 김주성은 “(부진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물론, 정말 아파서 경기를 못 뛰는 당사자의 속은 오죽했을까.
‘판타지볼’은 농구의 복잡한 규칙을 몰라도 기록만 이해하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어쩌면 KBL을 더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한 번 뽑은 선수들과 (트레이드가 아닌 이상) 시즌 내내 함께 해야 하는 NBA와 달리, 매일 그날의 경기에 맞게 새롭게 팀을 꾸릴 수 있는 방식이기에 더 폭넓게 선수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도 생길 것이다. ‘판타지볼’은 11월 3일 오픈베타를 거쳐 11월 12일 공식 서비스를 개시한다.



+ 그림 설명 : 팀을 꾸릴 때는 샐러리캡을 꼭 생각해야 한다. (샐러리캡을 초과하면 선수를 영입할 수 없게 된다.) 나는 28일 경기를 준비하면서 데이비드 사이먼-웬델 맥키네스 조합을 생각했다. 그런데 대신 나머지 선수들 조합이 어려웠다. 평균 15점 이상을 넣어줄 가드가 필요했다. +



SIDE STORY | 판타지 볼 포인트로 본 선수 랭킹



'판타지볼'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 스틸, 3점슛 성공에 가산점이 붙고, 실책이 감점요인이 된다. 이것을 모두 합산하면 판타지 볼 포인트(FBP)가 된다. 한마디로 FBP가 높은 선수는 실수 없이 고루고루 잘한다는 의미가 된다. 개막 첫 주말에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비교불가 기록을 만들며 당당히 1위로 올라섰다. 국내선수 중에서는 이정현이 유일하게 7위에 오르며 대표팀 슈터다운 기백을 보였다.




# 사진_(주)아이스라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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