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술+라준익 트리오, 삼성의 순항 이끌다

조성필 / 기사승인 : 2016-11-05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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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성필 객원기자] 4일 삼성-전자랜드전이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경기 종료 4.2초를 남기고 74-75로 뒤진 삼성의 포인트 가드 김태술이 페인트존을 파고들다 전자랜드 수비를 피해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패스를 건넸다. 김태술에게 모든 시선을 빼앗긴 터였기에 전자랜드 골밑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었다. 라틀리프는 가볍게 골밑슛을 성공시켰고, 뒤집기에 성공한 삼성 선수들은 승리를 확신한 듯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환호했다.


서울 삼성이 김태술-라틀리프 콤비가 만든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전자랜드에 76-75로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개막 후 홈 4경기를 모두 쓸어담은 삼성은 4승1패를 기록, 같은 시간 울산 모비스를 83-71로 따돌린 고양 오리온과 공동 선두를 형성했다. 삼성이 시즌 첫 5경기에서 8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며 선두로 나선 건 2010-2011시즌 이후 6년 만이다. 그만큼 이번 시즌 기분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 ‘매직키드’ 김태술의 부활
삼성은 73-75로 끌려가던 경기 종료 29초 전 라틀리프가 자유투 2구 가운데 1구를 실패하면서 패색이 짙었다. 다행히(?) 전자랜드 정효근이 6초를 남긴 상황에서 무리한 돌파로 파울을 저지르면서 삼성은 역전 기회를 잡았고, 이를 김태술과 라틀리프가 놓치지 않으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승골을 배달한 김태술은 “직접 마무리하려고 돌파를 했는데 라틀리프가 보여 패스를 했다”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 득점 장면은 의도했던 패턴이 아니었다”고 했다. “당초 계획은 문태영의 미들슛이나, 라틀리프의 포스트 공격에 의한 득점이었어요. 그런데 태술이가 미드아웃이 안되면서 모든 게 꼬였죠. 전 태술이가 파고 들 때만 해도 뱅크슛을 노리는가 했는데, 거기서 패스를 하더라고요. 노련함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 싶어요.” 김태술은 이날 31분41초 동안 뛰면서 6점, 5어시스트,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8.8점‧6.4어시스트)에는 미치지 못한 기록이었지만, 이 감독의 말처럼 노련한 경기운영이 돋보였다.


2007-2008시즌 신인왕을 수상한 김태술은 2011-2012시즌 안양 KGC 인삼공사의 첫 우승을 이끌었던 국내에 몇 안 남은 정통 포인트 가드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 동안은 실망스러웠다. 부상, 불운 등이 겹치면서 체력과 경기력이 이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떨어졌다. 지난 시즌에도 전주 KCC에서 우승 반지를 추가했지만, 웃을 순 없었다. 정규리그에서 44경기에 출전해 평균 4.5점, 3.7어이스트에 그쳤고, 오리온과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평균 출전 시간이 10분이 채 안 될 정도로 전력 외 자원으로 전락했다.


지난 6월 삼성으로 이적한 김태술은 현역 시절 ‘컴퓨터 가드’로 이름을 날린 이 감독을 만난 뒤 부활의 날개를 폈다. 아직 전성기 때만큼의 득점력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농구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코트를 진두지휘하면서 동료 선수들의 득점을 도우면서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김태술은 이날 라틀리프, 김준일, 마이클 크레익 등 골밑 자원들의 득점을 주로 도왔다. 속공이면 속공, 세트 오펜스면 세트 오펜스. 상황에 따라 입맛에 맞는 패스를 찔러줬다. 덕분에 라틀리프(22점‧8리바운드), 김준일(17점‧6리바운드), 크레익(18점‧11리바운드)은 57점을 합작하며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질 수 있었다. 김준일은 “태술이형이 연습 때도 그렇고 경기를 뛸 때마다 포인트를 잘 집어주신다”며 “덕분에 경기력이 더 안정됐다”고 했다. 크레익 역시 “김태술은 템포 조절이 뛰어나다. 속공을 뛰고 있을 때도 가끔은 천천히 가자고 지시를 하는데 이런 점들은 내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라준익’ 트리오
경기를 앞두고 원정팀 라커룸에서 만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삼성의 페인트존 득점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삼성의 지난 경기를 보면 라틀리프, 김준일, 크레익이 페인트존에서 넣는 점수가 상당했다. 성공률도 75%가 넘던데 이건 정말 대단한 거다”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1쿼터는 유 감독의 바람대로 흐름이 전개됐다. 김지완-정영삼-정효근-커스버트 빅터-강상재로 선발 라인업을 꾸린 전자랜드는 높이가 낮은 대신 한발 더 뛰는 수비로 삼성의 페인트존 접근을 막았다. 1쿼터 삼성의 페인트존 득점은 12점. 이 가운데 라틀리프와 김준일, 크레익에게 내준 점수는 고작(?) 8점이었다. 전자랜드가 1쿼터를 24-15로 압도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수비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진 영향이 컸다.


전자랜드는 공격에서도 김지완을 중심으로 삼성 수비진의 혼을 뺐다.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는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고 나온 뒤 스크린을 통해 외곽슛의 효율성을 높였다. 김지완은 빅터, 강상재와 함께 2대2 플레이를 통한 공격으로 득점을 퍼부었다. 속공 때도 그는 누구보다 앞에 서 있었다. 김지완은 1쿼터에만 3점슛 2개 포함 10점을 넣었다.


기선을 제압당한 삼성은 2쿼터 들어 라틀리프와 크레익을 동시 투입하면서 반격을 시도했으나, 점수 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라틀리프와 크레익이 득점을 쌓으면, 곧바로 전자랜드 켈리가 응수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2쿼터가 시작되고 1분50여 초가 지났을 무렵 분위기가 한 방에 뒤집혔다. 크레익이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빅터를 제치고 골밑으로 돌진하더니 림이 부서질 듯한 덩크를 터뜨린 것이다. 폭발적인 덩크에 체육관은 관중의 환호로 떠나갈듯했다. 크레익은 “빅터를 따돌리고 보니 골밑까지 열려 있더라. 바로 덩크를 시도했다”고 했다.


이 한 방으로 삼성은 분위기를 확실히 잡았다. 크레익에 이어 라틀리프까지 득점에 동참하면서 삼성은 39-42까지 점수 차를 줄인 채 전반을 마감했다.


크레익이 역전의 포석을 깔았다면 스토리는 김준일이 만들었다. 김준일은 45-49로 쫓던 3쿼터 중반 켈리를 상대로 3점 플레이를 뽑아낸 데 이어 크레익이 시도한 슛이 림을 맞고 나오자 팁인으로 득점을 올려 51대50, 이날 첫 역전을 일궈냈다. 김준일은 또 강상재를 상대로 피벗, 스핀무브 등 다양한 골밑 기술을 선보이며 한 수 지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준일은 “우리 팀 골밑에는 공격력이 좋은 크레익, 라틀리프이 있어 솔직히 그동안 공격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경기 전 감독님은 물론 라틀리프와 크레익이 ‘너는 왜 (공격을) 안하냐. 적극적으로 하라’고 북돋아줘 자신 있게 했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가장 조용했다. “나는 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날 플레이에 대한 언급이 적었다. 하지만 라틀리프는 전자랜드의 협력·함정 수비 속에서도 양 팀 최다인 22점을 기록했다. 페인트존 득점은 18점이었으며, 성공률 또한 90%로 높았다. 크레익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장작불, 김준일이 윤활유였다면 라틀리프는 은은하게 타오르는 화롯불이었다.


# 사진_점프볼 자료사진(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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