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희는 2군에 뛸 수 없다?’ 퓨처스리그 취지 잘못 이해한 KDB생명

맹봉주 / 기사승인 : 2016-11-10 0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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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맹봉주 기자] 무릎 부상으로 재활 중인 양지희가 퓨처스리그(2군리그)서 복귀전을 가졌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대팀의 반발로 2쿼터 도중 벤치로 돌아갔다.


지난 9일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 구리 KDB생명의 삼성생명 2016-2017 퓨처스리그 개막전. 경기 전 양지희가 코트 구석에서 몸을 풀었다.


양지희는 비시즌 당한 무릎 부상으로 2개월가량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당연히 실전 경험이 많이 떨어진 터였다. 우리은행은 양지희의 몸 상태 점검과 떨어진 경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퓨처스리그 출전을 결정했다. 단, 양지희의 몸 상태를 고려해 출전시간은 20분 안팎으로 제한할 방침이었다.


이날 선발 출전한 양지희는 경기 시작 1분 8초 만에 골밑에서 반칙을 얻어내며 자유투로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후 KDB생명의 진안을 상대로 자신 있게 포스트 업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2쿼터 종료 3분 39초를 남기고 교체된 양지희는 이날 경기 종료 때까지 코트 위로 돌아오지 않았다.


양지희는 이날 경기서 총 12분 39초를 뛰며 8득점 2리바운드 1스틸 2블록슛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출전시간이다. 당초 예상됐던 출전시간에 비해 한참 모자랐다. 여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국가대표 출신 양지희가 퓨처스리그 경기를 뛴 것을 놓고 상대팀이었던 KDB생명 측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KDB생명은 경기가 시작되자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운영 본부석을 찾아갔다. 그리고 양지희의 퓨처스리그 출전이 합당한지 문의했다.


“경기가 시작하고 나서 KDB생명 측에서 양지희 선수가 2군에서 뛰는데 문제가 없냐는 문의를 해왔다. 규정상 양지희가 뛰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기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애초 퓨처스리그는 기량 미달이나 부상 등을 이유로 1군에서 못 뛰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WKBL에 등록된 국내선수라면 모두 퓨처스리그 출전이 가능하다.”


현장에 있던 WKBL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퓨처스리그 출전은 WKBL에 등록된 국내 선수는 모두 출전이 가능하다. 수련선수도 마찬가지다. 6개 팀들은 퓨처스리그 첫 경기 1시간 전에 WKBL에 선수 명단을 제출한다.


다만 오는 11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FIBA 아시아 U18여자농구대회 출전 준비로 아직 계약하지 못한 신인선수들처럼 특별한 경우는 추가로 접수가 가능하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에게 퓨처스리그 출전의 기회를 주기위한 WKBL의 배려다. 당연히 양지희의 퓨처스리그 출전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KDB생명의 문제제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우리은행 구단 프런트에게 직접 얘기했다.


“2쿼터 중간에 KDB생명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퓨처스리그 취지가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건데 리그 정상급 선수가 뛰는 건 이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KDB생명 의견에 이해가 갔다. 하지만 퓨처스리그라는 게 어린 선수들의 기회제공 뿐 아니라 재활하는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한 의미도 있지 않나. 솔직히 처음 KDB생명의 전화를 받고 의아하긴 했다. 일단 감독님께 얘기해본다고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곧바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를 전해들은 위성우 감독은 양지희를 빼라고 지시했다. 퓨처스리그 경기 후 만난 위성우 감독은 “구단에서 전화가 왔다. 바로 뺐다. 뛰지 말라고 했다. 괜히 이런 문제로 싸우기 싫었다”고 말했다.


현재 1군 무대에서 단독 1위를 질주 중인 우리은행으로선 당장의 퓨처스리그 경기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 양지희의 출전도 어디까지나 몸 상태 점검차원이었다.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곧바로 양지희를 벤치로 불러 들었다.


양지희 출전에 항의한 KDB생명 프런트에게 직접 전화연결을 해봤지만 “퓨처스리그 얘기는 다음에 하자”라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경기가 끝나고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KDB생명 김영주 감독은 “아마 구단 사무국에서 볼 때는 양지희의 출전이 퓨처스리그 개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1군에서 우리 팀 성적이 안 좋으니 예민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은행은 (양)지희가 재활하느라 지금까지 쉬었으니 경기 감각을 맞추기 위해 나왔고 그 점은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2군 리그는 어린 유망주, 부상에서 갓 돌아온 선수 등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무대다. 1군 무대에서 맹활약한 정상급 선수여도 부상을 당하거나 노쇠화가 진행되면 2군으로 내려가 경기감각을 끌어올린다. 이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던 LG트윈스의 이병규와 두산 베어스의 홍성흔도 떨어진 폼을 올리기 위해 올해 퓨처스리그에 주로 나섰다. 이병규는 퓨처스리그 47경기에서 타율 4할 1리를 기록했고 홍성흔은 26경기를 뛰며 3할6푼1리를 올리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스타 선수가 2군으로 내려와 어린 선수들의 기회를 뺏었다"며 지적하는 프로 팀, 야구 관계자, 팬들은 아무도 없다.


또 KDB생명이 정말 어린 선수들의 기량발전을 신경 썼다면 양지희의 퓨처스리그 출전은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KDB생명의 젊은 빅맨들에겐 현 여자농구 최고 센터 양지희를 상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자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DB생명의 이 같은 모습에 한 농구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1군 무대에서 성적이 안 좋았던 KDB생명은 다른 구단에 비해 퓨처스리그 성적에 민감하다. 양지희 출전 문제제기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선 KDB생명이 퓨처스리그와 박신자컵의 취지를 혼돈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KDB생명이 말하는 어린 선수들의 기량향상과 신규 스타 선수를 발굴하려는 취지의 대회는 퓨처스리그가 아니라 박신자컵이라는 것이다.


박신자컵은 어린 유망주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각 팀 선수 중 만 30세 이상 배테랑 선수 3명을 제외하고 선수명단을 꾸릴 수 있게 했다(30세 이상 선수 3명 초과일 경우 30세 이상의 선수 중 팀에서 3명 자유지명 / 30세 이상 선수 3명 미만일 경우 30세 이상 자동 지명 후 잔여인원 팀에서 자유 지명).


이유야 어찌됐든 양지희의 퓨처스리그 출전을 놓고 문제를 제기를 한 KDB생명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KDB생명이 밝힌 논리는 퓨처스리그 규정은 물론 취지에도 맞지 않았다.


사진_점프볼 자료사진(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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