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서호민 인터넷기자]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제 살던 굴 쪽으로 두고 죽는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즉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하며 이르는 말이다.
올 시즌 고향 땅인 애틀랜타로 둥지를 옮긴 뒤 맹활약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는 드와이트 하워드(31, 211cm)에 어울리는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하워드는 올랜도 매직에서 자신의 전성기를 보낸 후 LA 레이커스와 휴스턴 로켓츠를 전전했다. 그 시절 각종 부상과 부진을 겪으며 기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휴스턴 시절인 지난 2015-2016시즌에는 팀 내분의 중심으로 몰리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여름 FA 시장으로 나온 하워드는 고향팀인 애틀랜타 호크스와 3년 7,0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케빈 듀란트와 티모페이 모즈코프 등 엄청난 화제를 모은 블록버스터급 계약들에 비해 하워드는 팬들의 관심 밖에 밀려나며 조용히 고향 땅인 애틀랜타로 가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하워드의 애틀랜타 행을 두고 “이미 기량이 한 물 갔기 때문에 애틀랜타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것” “그는 유리몸이기 때문에 얼마 가지 못해 병원 신세를 지게 될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하워드는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고향 땅을 밟았고, 오프시즌 동안 자신의 약점인 중거리슛과 자유투를 부단히 연습하는 등 부활을 위해 변화를 모색했다. 또 그는 이전에 말썽을 피우며 팀에 해를 끼치는 모습과 달리 새로운 동료들과 호흡하는 등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여기는 내 고향이다. 코트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행동을 조심할 것이다. 이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자신을 계속해서 괴롭혔던 허리부상도 오프시즌동안 꾸준한 재활로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애틀랜타 구단 담당 트레이너도 “그의 몸 상태는 올랜도 시절 이후 최고로 좋다. 올 시즌에는 많은 경기에 출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8경기가 진행된 현재 애틀랜타는 6승 2패로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시카고 불스 등 동부 컨퍼런스의 강팀들을 연이어 꺾으며 시스템 농구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하워드가 있다. 하워드는 올 시즌 8경기에서 평균 15.9득점(FG 62.2%) 12.6리바운드 2.1블록을 기록,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명예회복을 위해 칼을 갈고 있다. 특히 9일(이하 한국시간) 쿽큰 론즈 아레나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7득점 17리바운드 2블록으로 골밑을 완벽하게 장악하며 지긋지긋했던 클리블랜드전 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애틀랜타는 클리블랜드에 11연패를 당하며 천적관계에 시달렸다. 탄탄했던 조직력에 비해 골밑이 헐거웠던 탓이다. 르브론 제임스와 트리스탄 탐슨은 이점을 이용해 골밑 돌파를 적극적으로 시도했고, 애틀랜타 골밑은 클리블랜드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하워드가 합류한 이후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하워드는 리바운드 17개를 잡아내며 골밑 단속을 확실히 했고, 2블록을 기록하며 림프로텍팅 능력 또한 과시했다. 하워드의 매치업 상대인 탐슨은 이날 25분을 뛰며 무득점 2리바운드에 그쳤다. 자신보다 힘이 좋고 높은 하워드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워드의 활약은 다음날인 10일 시카고 불스 전에서도 계속 됐다. 그는 이날 18득점 10리바운드 3스틸로 더블더블을 기록,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최근 상승세를 계속 이어나갔다. 하워드가 골밑에서 든든하게 버텨주니 골밑 파트너인 폴 밀샙 또한 부담을 덜고 내외곽을 자유롭게 누비며 공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애틀랜타의 지난 2015-2016시즌과 올 시즌 리바운드와 관련된 기록을 비교해보면 지난 시즌에는 평균 45.5리바운드를 기록한 반면 하워드가 합류한 올 시즌은 평균 49개를 기록하고 있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하워드가 그간 애틀랜타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높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애틀랜타의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도 “하워드가 합류하고 골밑 수비가 굉장히 탄탄해졌다. 그 덕분에 도움수비도 원활하게 펼쳐지고 있고, 외곽 수비수들도 좀 더 편하게 수비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그의 합류를 반겼다.
▲하워드 품은 애틀랜타, 클리블랜드 대적할 수 있을까?
하워드의 부활과 함께 소속팀 애틀랜타 또한 올 시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애틀랜타는 지난 2014-2015시즌 부덴홀저 감독이 추구하는 ‘시스템 농구’가 이식에 성공, 동부 컨퍼런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더마레 캐롤의 이적과 주축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동부 컨퍼런스 4위에 그치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올 여름 제프 티그와 알 호포드 등 주축선수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며 전력 손실을 겪어야 했다. 하워드 영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큰 영입이 없었다. 많은 전문가들도 올 시즌 애틀랜타가 동부 컨퍼런스 순위경쟁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이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하워드는 건강한 몸 상태로 밀샙과 함께 골밑을 지키며 그야말로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백업 가드로 활약했던 데니스 슈뢰더 또한 올 시즌 8경기에서 평균 16.4득점(FG 43.6%) 3.6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 주전 포인트가드로서의 역할을 큰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슈뢰더는 9일 클리블랜드 전에서 3점슛 3개 포함 28득점을 올리며 커리어-하이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그가 공격에서는 1옵션을 맡을 정도로 나무 랄데 없는 활약을 보이는 반면, 가끔씩 쉽게 흥분해 어이없는 턴오버를 범하기도 한다. 종종 상대 팀 선수들과 트래쉬-토킹을 통해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한다. 이점은 그가 올스타 가드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아직 그의 나이가 23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애틀랜타는 주전과 벤치 선수간의 실력 격차가 가장 적은 팀이기도 하다. 올 시즌 벤치 코트 마진 +6.8(39.1득점 FG 51.3%)로 전체 1위를 기록, 30개 팀 중에서 벤치생산력이 가장 좋다. 팀 하더웨이 주니어와 타부 세폴로사 등 득점력이 좋은 선수들이 주전들이 쉴 때 두 자리 수 이상의 득점을 올리며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10일 시카고 전에서도 8명의 선수들이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 벤치대결에서 압도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 명품조연들의 활약이 최근 상승세에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2년 간 애틀랜타는 부덴홀저 감독이 추구하는 시스템 농구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며 동부 컨퍼런스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매번 클리블랜드라는 벽에 막히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하워드를 영입하며 그간 약점이었던 높이를 강화했다. 그리고 얼마 전 클리블랜드 전에서 높이의 우위를 점하며 길고 길었던 천적관계를 끊을 수 있었다. 애틀랜타가 지난 2년간의 실패를 거울삼아 약점을 보완해 클리블랜드에 대한 대비를 잘한 것이다. 올 시즌 두 팀 간의 맞대결은 세 차례 더 예정돼 있다. 앞으로 두 팀 간의 대결 구도가 동부 컨퍼런스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사진 - NBA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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