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의 THE COACH] 이상민 감독 “지금 삼성에 내가 뛴다면?”

곽현 / 기사승인 : 2016-11-2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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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현역 시절 이상민(44) 감독은 이기는 데 익숙한 남자였다. 연세대 재학 시절 야전사령관으로 기아, 삼성 등 실업팀들을 물리치고 연세대를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일찌감치 국가대표로 선발돼 수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프로에선 현대의 2연패를 비롯해 총 3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삼성으로 이적해서는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끌었다. 정규리그 MVP 2회, 챔프전 MVP 1회를 수상하며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현역 시절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불렸던 그는 늘 강팀을 이끄는 야전사령관이었다. 탁월한 경기운영능력과 패스로 동료들의 능력을 극대화시켜주는 선수였다.


하지만 감독이 되고부터는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았다. 삼성 감독으로 첫 지휘봉을 잡은 2014-2015시즌에는 11승 43패로 최하위를 차지하는 등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시즌에는 리카르도 라틀리프, 문태영 등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6강에서 KGC인삼공사에 패하며 우승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런 삼성은 이번 시즌 10승 3패로 오리온(9승 2패)에 이어 단독 2위를 질주하고 있다. 트레이드로 정통 포인트가드 김태술을 영입했고, 단신 외국선수로 힘과 기술이 좋은 마이클 크레익을 선발하며 팀 전력이 탄탄해진 모습이다.


그런 덕에 그는 선수 시절처럼 오랜 만에 이기는 농구를 하고 있다. 감독이 된 이상민. 그의 지도자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가드는 좋은 동료 만나야
이번 시즌 삼성이 공격적인 부분에서 짜임새 있는 전력을 보이고 있는 데는 역시 김태술의 영입이 가장 클 것이다. 삼성은 시즌 전 이현민을 KCC에 내주고 김태술을 영입했다. 리그 최고의 가드로 꼽힌 김태술은 KGC인삼공사에서 KCC 이적 후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본연에 보여줬던 영리한 경기운영능력, 날카로운 패스가 보이지 않았고, 슛 적중률,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때문에 김태술의 기량 자체가 하락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고, 더불어 삼성이 김태술 영입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따랐다. 다행히 김태술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끌고 있다. 김태술은 평균 10점 6.2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며 백코트를 책임지고 있다. 어시스트는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명 포인트가드 출신이었던 이상민 감독으로선 가드의 역량을 발휘하는 농구 스타일을 꿈꿔왔을 것 같다. 연세대 후배이자 가드 계보를 잇는 김태술의 활약이 반가울 것이고, 한편으로는 김태술의 부활을 예상했는지 궁금했다.


“부담감이 많았을 텐데 경기를 뛸수록 자신감을 찾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노력하는 것도 있겠지만, 태술이는 좀 타고난 게 있다. KCC에서 2년간 본인이 할 수 있는 걸 못 보여줬다. 삼성에 오면서 깨어나지 않았나 싶다. 정말 잘 해주고 있다. 사생활에서도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 준다.”


이 감독은 김태술이 살아난 가장 큰 이유로 환경의 변화를 꼽았다. “가드는 동료를 잘 만나야 한다. 그런 이유로 자신이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 할 때가 많다. 지금 삼성 멤버는 거의 120%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지 않나 싶다.”


이 감독 말대로 삼성은 김태술이 활용할 수 있는 동료들이 많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공만 잘 넣어주면 득점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선수다. 라틀리프는 현재 야투성공률 69.68%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마이클 크레익도 득점 확률이 높은 선수고, 문태영은 국내선수 중 가장 득점력이 좋은 선수다. 골밑에 김준일, 외곽엔 임동섭도 있다. 이들 모두 기동력이 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농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KCC는 김태술이 경기를 풀어가는 시스템과는 잘 맞지 않았다. 일단 안드레 에밋이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며 전태풍도 자신의 개인기를 활용해 공격을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하승진도 2:2 플레이보다는 골밑에서 자리해 공을 받는 스타일이라 김태술의 역량을 다 발휘하기는 쉽지 않았다. 여러모로 삼성의 김태술 영입은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크레익 재능 알아본 이상민
김태술과 함께 삼성의 상승세를 이끄는 선수가 바로 마이클 크레익이다. 크레익은 188cm로 신장은 작지만 체중이 117kg이나 나가는 거구다. 윈드밀 덩크를 터뜨릴 만큼 엄청난 탄력과 운동능력을 자랑하며 내외곽 공격이 모두 가능하고 패스 센스까지 갖추고 있다.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다. 시즌 전부터 화제를 모은 크레익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삼성의 전력을 단단하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드래프트 전 크레익은 큰 기대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런 크레익을 선택한 배경과 믿음은 무엇이었을까?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힘이 워낙 좋다고 판단했다. 한국 스타일로 바꾼다면 기본 아니면 대박이다고 생각했다. 팬들이 워낙 좋아한다. 쇼맨십도 있고. 프런트에서 일하기엔 바쁘겠지만(웃음).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사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던 것 같다. 거기선 그냥 패스만 쓱쓱 하다 덩크 한 번씩 박고 그랬으니까. 점차 경기를 치르면서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크레익은 선수 생산성 지수에서 전체 4위(30.01점)로 오히려 라틀리프(28.65점)보다도 높다. 그만큼 짧은 시간 보여주는 공헌도가 높다는 의미다. 신장은 작지만 넘치는 탄력과 힘으로 골밑을 파고들고, 외곽슛에 패스 능력도 좋다. 화려한 플레이를 추구하다보니 팬들의 환호도 커지게 하는 선수다. 삼성의 인기몰이에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크레익에 대해 자주 비교대상이 되는 선수가 바로 조니 맥도웰이다. 현대 시절 이 감독과 같이 뛰었던 맥도웰 역시 신장은 크지 않았지만 육중한 체구를 바탕으로 리그를 지배했던 선수.


이 감독은 맥도웰과의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크레익도 너무 띄워주면 건방져질 수 있다. 예전에 맥도웰이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건방져졌을 때가 있었다. 패스를 안 주니까 막 짜증을 내더라. ‘어 그래 알았어’ 하고 그 다음부터 패스를 안 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한국말로 배워오더니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 뒤부터는 더 좋은 호흡을 보일 수 있었다.”



▲강압적 스타일 No
팬들이 감독의 지도스타일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바로 작전타임일 것이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모습을 중계화면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 선수들을 꾸짖다시피 하는 호랑이 감독들에 비하면 이 감독은 세심하게 자신의 말을 전달하고, 선수들을 독려하는 스타일이다.


“강압적으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마다 차이가 있다. 연습해서 다 되면 전부 다 명슈터가 될 게 아닌가. 신인들한테 얘기하는 게 프로랑 대학이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형들하고 부딪쳐보라고 한다. 본전 아니냐고. 스타급 선수랑 할 때 기죽고 들어가는 얘들이 있다. 어리지만 여유를 가지고 하라고 주문을 한다.”


이 감독은 최근 경기력을 보면 외곽슛이 좀 더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이제는 (김)태술이, (주)희정이가 있어서 알아서 하는데, 예전에는 내가 일일이 다 패턴을 불러주고 그랬다. 문제는 얼마나 선수들이 잘 소화하느냐다. 우리 팀은 외곽이 들어가면 경기가 잘 풀린다. 안에 3명이 있는 걸 유기적으로 푸는 것도 숙제다.”


라틀리프, 크레익, 문태영이 같이 뛸 때 셋 모두 인사이드를 공략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역할 분담, 공간차출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이 감독에게 주어진 숙제다. 3점슛에 있어서도 삼성은 경기당 5.5개를 성공시키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인사이드가 강점인 만큼 3점슛 성공개수가 좀 더 늘어난다면 보다 좋은 공격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삼성에 이상민이 뛴다면?
현역 시절 이상민 감독은 가드로서의 경기운영도 잘 했지만 운동능력을 이용한 리바운드, 블록슛, 수비도 잘 했다. 가장 운동능력이 좋은 포인트가드였을 것이다. 다른 가드들과는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선수 때 블록 하는 게 제일 재밌었던 것 같다. 가장 쾌감이 있었다.”


그는 유독 점프력이 좋았다. 182cm에 불과한 신장으로 튕겨 나오는 공을 풋백 덩크로 연결시켰을 정도였다. 넘치는 탄력을 주체하지 못 했고, 본인도 탄력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즐겼다. 혹시 점프력을 키우기 위한 특별한 훈련법은 없었을까?


“별다른 훈련은 안 했다. 꾸준히 뛰다보니 높아진 것 같다. 고2 말 쯤에 링을 치는 훈련을 시켰다. 그렇게 하다가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덩크슛을 시도했다. 대학 때 (유)재학이형이 코치였는데, 연습 때 공을 띄워주면 앨리웁으로 시도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었다. 그러다 근육이 붙으면서 덩크가 됐다. 예전 대표팀 때 훈련 끝나면 다들 덩크 연습을 했다. 그 때는 허재 형도 덩크 시도를 했다.”


앞서 언급했듯 삼성은 가드들이 활약하기에 이상적인 팀이다. 패스를 해줄 수 있는 동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불렸던 이상민 감독. 만약 지금 삼성 멤버에 이 감독이 함께 뛰었으면 어땠을까?


“글쎄…. 속공패스 해주는 거 하나는 자부심이 있다. 난 버릇이 있다. 항상 리바운드를 잡으면 주위를 보고 내려온다. 고등학교 때부터 (조)성원이 형(수원대 감독)이 무조건 달렸다. 외국선수들한테도 늘 달리라고 했다. 내가 바로 패스를 해주면 되니까. (빅터)토마스, (테렌스)레더, 그런 선수들이랑 잘 맞았던 것 같다. 라틀리프랑도 잘 맞지 않았을까. 걘 나 뛰는 걸 못 봤으니까.”


라틀리프는 리그 센터 중 가장 속공가담이 좋은 선수로 꼽힌다. 아웃렛 패스에 일가견이 있는 이 감독과의 호흡.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우승, 그리고 좋은 스승
이 감독은 현역 시절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늘 좋은 동료들과 함께 했고, 우승, MVP 등 많은 영예를 누렸기 때문이라고.


“늘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했다. 연세대에선 각 포지션마다 좋은 선수들이 있었고, 현대 와서 성원이형, (추)승균이, 삼성에 와서도 마찬가지로 좋은 선수들과 함께 했다.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도 거의 질 뻔 하다 이겨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허재형도 얘기하는 게 선수 하면서 한 번도 중국을 못 이겨봤다고 했다. 그래도 난 중국도 이겨보고 세계선수권도 나가봤다.”


돌이켜보면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큰 부상 없이 늘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을 해왔다. 늘 성실하고 기복 없는 모습을 보였던 것 역시 그에 대한 평가를 높여주는 요인이다.


선수로서는 늘 최고의 선수,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꿈꿨을 것이다. 지도자가 된 지금 그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선수로서는 이것저것 다 이뤄봤다. 감독으로서 우승 한 번 해보는 게 목표다. 우승이라는 게 운이 따라야 한다. 오리온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데, 작년과 비교하면 경기내용이 썩 좋은 건 아니다. 어느 시점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어 선수들에게 기억되는 지도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나한테 조금이라도 배웠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지도자로서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 이제 3년차니까. 나도 지도자로서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자로 남고 싶다.”


#사진 - 점프볼 자료사진(신승규, 유용우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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