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기자]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안방으로 찾았던 창원실내체육관을 김영환(33, 195cm)이 발칵 뒤집어 놨다.
지난 24일, KBL 역사에 길이 남을 하이라이트 필름이 나왔다. 2.4초를 남겨두고 두 명의 수비수에 둘러싸인 김영환이 시간에 쫓겨 훅슛을 던진 것이 종료 버저와 함께 림에 꽂혔다. 이제는 LG 김영환이 아닌 KT 김영환이 말이다. 이 경기는 KT와 LG가 조성민과 김영환을 트레이드한 후 첫 맞대결이었기에 더 임팩트가 컸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점프볼은 3월호 취재차 김영환을 만났다. 당시 인터뷰에서 트레이드 17일 후 김영환의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김영환은 “트레이드된 후 2~3일 정도는 잠을 못 잤다. ‘프로는 냉정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고, 원망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당연히 팀 적으로는 원하는 선수가 있을 것이고, 나 또한 KT에 필요해서 온 것이다’라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며 “LG와는 정이 많이 들었고, 선수들과도 가깝게 지내서 많이 힘들었다”라며 복잡 미묘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간 KT 소속으로 치른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식상하고 뻔한 그 질문을 던졌다. “친정팀(LG)을 상대로 맞대결을 치르면 어떤 마음이겠나”라는 질문에 김영환은 “홈 라커룸에 들어가다가 원정 라커룸에 들어가면 어색할 거 같긴 하지만, KT에 왔으니 열심히 해서 이겨야죠. 창원 팬들이 열정적이시다. 하지만 부산 팬들이 열심히 응원해주시리라 믿고 거기에 힘입으면 빨리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영환이 와서 팀이 망가졌다’, ‘필요없는 선수를 왜 데리고 왔나’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김영환은 생각보다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공격은 물론 동생들의 득점을 살려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해내며 8경기 평균(24일 LG전 제외) 12.4득점(+2.4) 3.8리바운드(+0.2), 3.4어시스트(+0.2)를 올렸다.
그런 상황에서 24일 만에 창원실내체육관을 찾았다. “편안했는데 마음 한구석이 이상했다. 무덤덤한 마음과 섭섭한 마음이 있었다.” KT 유니폼을 입고 LG 경기장을 처음으로 찾은 마음도 앞서 인터뷰했던 당시 마음과 같았다.
기승호와 매치업된 김영환은 잠잠했다. 4개의 3점슛을 던졌지만, 모두 시도에 그쳤다. 대신 궂은일에 더 치중했다. 공수에서 6개의 리바운드를 따냈고, 리온 윌리엄스와 김종범의 득점을 도왔다. 3쿼터까지 득점은 무득점에 그쳤지만,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렸다.
4쿼터에는 1분여 만에 3점슛을 성공시켰다. 첫 득점을 성공시킨 김영환은 이후 김시래의 패스를 가로채며 최창진의 득점을 도왔다. 2쿼터 중반 이후 KT는 4쿼터 시작 1분여 만에 59-59, 동점을 만든 것이다.

이후 74-76, 뒤지던 상황에서 김영환은 제임스 메이스, 기승호의 집중 수비를 뚫고 위닝샷을 꽂았다. 행운의 슛을 성공시킨 그는 상대 골대로 달라가 덩크슛 세레모니를 선보인 뒤 포효했다.
김영환의 역대급 플레이에 주변 지인들의 축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트레이드 이후 연락하기 조심스러웠다며 승리를 축하해주셨다.” 승리에 대한 기쁨도 있었지만, 다른 마음 한쪽에는 쓸쓸한 마음도 있었다. LG 김진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얼굴이 스쳐지나 갔기 때문.
“KT 선수로서 그 상황에서 아무런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것보다 거하게 한 번 보였다. 팀 선수들을 위한 세레모니였다”는 기쁨도 잠시. “숙소에 도착해 혼자 있으니 LG 선수들의 마음이 쓰이긴 했다”며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LG전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경기력과 집중력은 상·하위권 팀을 긴장케 하기에 충분했다. 최근 9경기에서 KT는 4승(5패)을 기록, 승리한 네 팀은 현재 6강 순위권 경쟁에 한창인 팀들이다. 이 경기를 본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25일 오리온 전을 앞두고 “KCC도 그렇고, KT도 마찬가지로 하위권 팀의 고춧가루가 매워졌다”며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주변 견제에 김영환은 “일단 접전 상황에서 선수들이 쉽게 뒤집히지 않는 끈기가 생긴 것 같다. 할 수 있다는 믿음, 자신감이 생겼다. 연승 여부를 떠나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면 젊은 선수들도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하며 탈꼴찌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부상 없이 팀에 얼른 녹아들어 다음 시즌에는 확실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말이다.
짜릿한 승리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KT는 26일 1위 팀 KGC인삼공사를 홈으로 불러들여 전 구단 상대 승리에 도전한다.
# 사진_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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