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고양에서 창원까지, KBL 최초 ‘하늘길’ 따라간 1호 소노 팬의 봄

홍성한 기자 / 기사승인 : 2026-06-07 08:00:3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홍성한 기자] 고양 소노는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과 함께 화제가 됐다. 구단주 서준혁 대명 소노 그룹회장이 소노 팬 100명에게 항공권을 제공한 것이다. KBL 최초 ‘비행기 원정 응원단’의 일원이 된 한 팬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점프볼이 담아봤다. 고양에서 창원까지, 하늘길을 따라 떠난 특별했던 하루. 어땠는지 지금 바로 확인해 보자.

KBL 최초 ‘비행기 원정 응원단’에 참여한 박민희(36세) 씨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감과 감정을 살리기 위해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음을 알립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비행기 원정 응원단?
소노는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창원 LG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KBL 최초의 ‘비행기 원정 응원단’을 구성했다. 서울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 당시 잠실학생체육관을 하늘색으로 물들였던 팬들의 응원 열기에 감동한 서준혁 구단주의 특별 지시로 추진된 프로젝트였다. 소노는 1·2차전 원정 응원단의 교통비를 전액 지원했고, 이 가운데 일부 팬들은 항공편을 통해 김해공항으로 이동한 뒤 창원체육관으로 향했다. 선수단과 팬, 그리고 구단이 함께 만든 특별한 원정 문화였다.

 


#1 어느 순간, 팀에 ‘스며들었다’
나는 오리온 시대가 저물어가는 시기부터 농구를 보기 시작했다. 플레이오프를 계기로 점점 팀에 빠져들었고, 특히 이정현 선수를 보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저 선수는 왜 이렇게 잘하지?”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이 겪은 시간도 다 함께 지나왔다. 구단이 여러 일을 겪었고, 팬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오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그냥 팀에 스며들게 되더라. 응원한다는 표현보다 그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사실 올 시즌 소노가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시즌 초반 연패를 할 때만 해도 “올 시즌도 쉽지 않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 선수들이 정말 하나로 뭉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지금도 가끔은 믿기지 않는다. “우리 팀이 챔피언결정전을?” 이런 이야기를 팬들끼리 아직도 한다(웃음).


#2 무조건 가야지
비행기 원정 응원단 티켓팅이 열렸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날은 진짜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같이 도전한 사람이 5명 정도 있었는데 결국 성공한 건 나 혼자였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가장 먼저 예매에 성공한 팬인 줄은 몰랐다. 그냥 티켓팅 창이 열리자마자 바로 결제했는데, 비행기를 타러 가는 날 구단 관계자분이 “1호 예매자”라고 말씀해주셔서 처음 알게 됐다.

솔직히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또 자랑스럽기도 했다. 같이 가게 된 언니가 계속 “고맙다”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했고, ‘내가 진짜 이걸 성공했구나’라는 실감도 그때 처음 났다.

원래 내가 KBL 티켓팅을 엄청 잘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날만큼은 정말 절실했던 것 같다. 비행기 원정 응원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꼭 가고 싶었다. 사실 돈을 내고 가는 티켓이어도 샀을 것 같다. 그 정도로 특별하게 느껴졌다.



#3 반차를 쓰고 김포공항으로
창원 원정을 떠나는 날, 반차를 썼다. 회사가 구로디지털단지 쪽인데 오전에는 진짜 일이 손에 안 잡혔다. 일을 하긴 했는데 거의 못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계속 설렜다. 해외여행 가기 직전 같은 느낌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원정을 간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동한다는 게 기대됐다. 물론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공항에서 소노 유니폼 입은 사람들만 보여도 괜히 반갑고, ‘아 저 사람도 같은 곳으로 가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이동한 뒤에는 구단이 준비해준 버스를 타고 창원체육관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는 계속 소노 응원가가 나왔다. 자연스럽게 응원 연습도 했다. 다 같이 노래 부르고 따라 하면서 가는데, 그 시간이 정말 재밌었다.



#4 하늘색 유니폼만 봐도 반가웠다
원정을 꽤 많이 다녀본 편이다. 남편과 함께 자차로도 가보고 기차를 타고 가본 적도 많다. 그런데 비행기는 정말 느낌이 달랐다. 야구나 축구도 좋아해서 이것저것 따라다녀 봤지만, 비행기 원정 응원은 진짜 색다른 기분이었다.

사실 구단에서 비행기 티켓만 판매하는 경우는 다른 종목에서도 봤다. 그런데 이렇게 원정 응원단 자체를 꾸리고, 항공편과 버스까지 지원해주는 건 정말 처음 봤다. 그래서 농구를 잘 모르는 친구들한테도 엄청 자랑했다. “우리 구단이 지금 비행기 표 준다. 진짜 대박인 일이다.”

창원체육관 분위기도 아직 선명하게 기억난다. 우리는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응원단장이 응원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여기저기서 자연스럽게 “소노!”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엄청 설레 보였다. 사실 평일 일정에 창원까지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을 테고 피곤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다들 즐거워 보였다.



#5 이게 바로 원팀이 된 기분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경기 후였다. 승리가 확정되고 선수들이 코트 중앙에서 서로 하이파이브를 한 다음, 원정 응원석 쪽을 향해서 인사를 해줬다. 가까이 와서 손을 흔들어주고 꾸벅 인사하는 모습들을 보는데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사실 팬 입장에서는 이긴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선수들이 원정 응원단 쪽을 향해 그렇게 인사해주는 걸 보니까 정말 ‘원팀’이 된 느낌이었다. 선수들, 팬들, 구단까지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다들 피곤했을 텐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새벽이라 버스에서 주무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잠이 안 와서 계속 경기 다시 보기를 했다. 휴게소에 잠깐 들렀을 때도 기억난다. 새벽 시간이었는데도 소노 팬들은 다 웃고 있었다.



#6 새벽에 터지는 도파민, 밤을 새고 다시 회사로
고양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집에 들어가니 거의 3시였다. 다음 날 바로 출근했다. 터지는 도파민에 거의 잠도 못 잤는데 신기하게 별로 안 피곤했다. 아마 이겼다는 기분이 정말 컸던 것 같다.

이번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단순히 비행기를 타고 원정을 다녀와서가 아니다. 시즌 초반 힘들었던 시간부터 플레이오프, 그리고 챔피언결정전까지 함께 지나오면서 진짜 하나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팬 입장에서 성적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팀과 함께했던 시간들인 것 같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고, 구단이 팬들을 위해 진심으로 움직여주고, 팬들은 또 그걸 보면서 응원하고. 그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소노 농구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마 다음에도,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다시 원정을 떠날 것 같다.



#사진_소노 농구단, 박민희 본인 제공, 점프볼 DB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