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욱의스토리텔러] 서장훈에서 함지훈·김정은까지... 은퇴 투어의 의미

정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4 01: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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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리그 동시에 은퇴 투어가 열린다.

남자프로농구 KBL에서는 울산 현대모비스의 함지훈(43)이, 여자프로농구 WKBL에서는 부천 하나은행의 김정은(40)이 선수로서의 마지막 여정에 오른다.

은퇴 투어의 본질은 결국 ‘존중’이다.


실력은 기본이고, 소속 팀을 넘어 타 팀 팬들에게까지 존경받을 만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에게만 허락되는 특권이다.

우리는 늘 새로움에 열광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된 지금의 프로스포츠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선수 말년을 향해가는 베테랑들에게는 젊은 선수들이 아직 가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시간이 만든 경험, 숫자로 남은 기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스토리다. 오랜 시간 한 리그에서 버텨내며 쌓아 올린 기록과 노력은 자연스럽게 감동이 되고, 그 감동은 세월이 쌓인 선수에게서만 나온다.

미국프로농구(NBA), 메이저리그(MLB) 등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은퇴 투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을 향해가는 선수의 여정에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서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감동은 미디어를 타고 국내에까지 전해졌고, 이제는 하나의 전통이 됐다.

하지만 지금처럼 은퇴 투어가 자연스럽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은퇴 투어’라는 개념은 낯설었다. 그 시작을 연 인물은 ‘국보센터’ 서장훈이다.
 


정규리그 통산 최다득점(1만3231점)이라는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기록을 남긴 그는 KT에서 보낸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 리그 최고의 선수였지만, 은퇴를 기념하는 문화는 없었다.

서장훈은 조용히, 스스로 마지막에 의미를 부여했다. 은퇴 시즌 연봉 1억 원 전액을 기부했고, 정규시즌 막바지에는 원정 경기 선수 소개 때 코트 중앙까지 나와 관중에게 인사를 건넸다. 당시 팬들은 몰랐다. 그 인사가 해당 경기장에서의 마지막 인사라는 사실을.

2013년 2월 28일, 안양 정관장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뜻깊은 장면이 연출됐다. 정관장의 고참 선수였던 김성철과 은희석이 꽃다발과 홍삼을 전달했고, 서장훈은 정관장 선수단 전원과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당시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고, 리그 최고의 선수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예우였다.

당시 정관장 사무국장이었던 김성기 단장은 “서장훈 선수가 안양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시점을 체크해 준비했다. 우리도 이런 문화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 이후 SK, 전자랜드 등 그가 몸담았던 팀들도 마지막 원정길을 기념하며 유니폼에 이름을 새겨 선물했다. 리그 차원의 공식 행사가 아닌, 각 구단의 자발적인 존중이었기에 그 의미는 더 깊었다.

서장훈은 훗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미국 스포츠를 보면 마지막을 참 의미 있게 하더라. 그 모습이 좋아 보였다. 당시에는 그런 문화가 없어서 혼자 먼저 코트 중앙에 나와 인사를 했는데, 나중에 많은 팀들이 마지막을 기념해줘서 감사했다.”

그의 은퇴 시즌을 거치며 국내 프로스포츠에도 비로소 ‘은퇴 투어’라는 개념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스토리와 감동이 있는 베테랑의 마지막 여정. 그 중심에는 언제나 ‘존중’이 있다.

김정은은 2월 4일, 함지훈은 2월 6일부터 각자의 은퇴 투어에 나선다.

한 선수의 끝이 아니라, 한 시대를 함께한 이들에게 보내는 의미있는 인사다.
그리고 우리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시간일 것이다.


사진=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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