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나의 두 눈으로 직접 이 명언이 현실로 이어진 순간을 지켜보게 되자 벌어진 입을 쉽게 다물기 힘들었다. 정규리그 내내 잔부상에 시달리며 과거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 한 선수가 마치 지난 일은 거짓이었다며 펄펄 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삼성생명의 김한별이 그 주인공이며 그의 클래스는 영원했다.
용인 삼성생명은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76-71로 승리했다. 우승 확률 67.8%를 획득한 그들은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최초로 정상에 서기 위해 성공적인 한 걸음을 내딛었다.
승리의 핵심이자 일등공신은 바로 김한별이었다. 38분 51초 동안 3점슛 5개 포함 30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1블록을 기록하며 코트를 지배했다. 30득점은 챔피언결정전 내 개인 최다득점이기도 하다.
김한별의 공격 루트는 다양했다. 박지수를 외곽으로 끌어냈다. 또 그가 따라나오지 않으면 지체 없이 3점슛을 시도했다. 성공률은 대단했다. 전반 5개를 시도, 무려 4개를 성공시켰다. 슈팅 시도에 머뭇거림이 없었고 그 자신감은 곧 성공으로 이어졌다.
오로지 3점슛만 고집한 것도 아니다. 과감한 림 어택은 박지수라는 WKBL 최고의 림 프로텍터를 보유한 KB스타즈를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승부처였던 후반에는 6개의 2점 야투를 성공했다. 박지수를 상대로 얻어낸 앤드원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2018-2019시즌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는 왜 김한별이 최고인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런 김한별인 만큼 사실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활약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김한별의 2020-2021시즌은 사실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슬개골 및 고관절 근육 부상, 여기에 무릎, 그리고 발목 부상까지 겹치며 24경기 출전, 평균 27분 49초 동안 13.9득점 8.2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4경기 출전은 2015-2016시즌 22경기 출전 이후 최저 기록이며 출전시간 역시 2017-2018시즌 이후 가장 적었다.
단순히 기록을 배제하더라도 김한별의 이번 시즌 컨디션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현저히 떨어진 스피드는 젊고 빠른 농구를 추구한 삼성생명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부상으로 인해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 것, 더불어 이제는 베테랑으로 분류될 정도로 나이가 많은 탓도 컸다.
그런 김한별이기에 이번 봄 농구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우리은행과의 4강 플레이오프는 물론 이번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전 역시 모두 언더독으로 평가됐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핵심은 김한별의 완전하지 못한 컨디션이었다.
우리은행과의 4강 플레이오프에선 모두의 예상이 맞는 듯했다. 1, 2차전에서 제 역할을 해냈지만 3차전에선 부진했다. 2018-2019시즌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압도적인 활약으로 하드 캐리했던 ‘별브론’을 찾기는 힘들었다.

삼성생명은 최고의 기회를 얻었다. 단일 시즌으로 통합된 이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B스타즈만이 차지했던 WKBL의 왕관을 드디어 차지할 수 있게 됐다.
김한별은 삼성생명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사상 최초의 7관왕, 전 경기 더블더블은 물론 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 역대 최다 20-20에 도전했던 ‘여제’ 박지수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며 얻어낸 성과다.
“컨디션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현재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김한별만큼 이 명언이 잘 어울리는 선수가 있을까. 이제 1차전이 끝났을 뿐이지만 최고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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