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름, 함지훈의 은퇴 소식은 한 시대의 문을 닫을 준비를 한다.
코트에 남긴 땀과 시간은 말보다 길었고 그의 마지막 시즌은 기록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게 될 시간이다. 누군가를 지켜준 버팀목이었고 누군가의 성장을 끝까지 동행한 이름이었다.
때는 2018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한 소년이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서명진은 1라운드 3순위로 현대모비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고졸 얼리 엔트리라는 선택은 빠른 용기였고 그 용기는 데뷔 시즌 곧장 우승이라는 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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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2019 현대모비스의 우승 |
2018-2019시즌, 현대모비스의 일곱 번째 별은 그렇게 새 얼굴과 오래된 중심이 함께 달아 올린 빛이었다.
그해의 우승은 누군가에겐 처음이었고, 누군가에겐 마지막이 됐다. 서명진은 함지훈과 나란히 우승을 경험한 현역 중 팀의 유일한 원클럽맨으로 남았다.
같은 유니폼 아래에서 시간이 교차했고 그 교차점에서 팀의 역사도 함께 완성됐다. 그래서 이 마지막 시즌은 이별이 아니라 계승에 가깝다. 한 시대가 내려놓은 자리에, 다음 시대가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맡아야 한다.
서명진은 “(함)지훈이 형은 평소에도 은퇴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요. 늘 장난식으로요. 같이 하는 게임이 있거든요. 아이온이라고… 지훈이 형이 정말 잘하는 게임이에요”라며 따봉을 날렸다.
“그 게임을 하면서 형은 ‘내년부턴 같이 못 하겠네~’ 이러면서도 ‘내년에도 게임 할 거야~’ 이런 식으로 농담하셨어요. 늘 웃어 넘기면서 얘기가 오르긴 했죠.”
현실은 기사의 ‘오피셜’로 체감한다. 흰 바탕에 검은 글씨일 뿐인데. 시간의 결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한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유니폼을 입고 곁을 지켜온 후배였다.
“그전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어요. 막상 기사를 보니까 실감이 나고 조금씩 깨닫고 있어요. 제가 프로에 오면서 처음부터 함께한 형이잖아요. 항상 현대모비스에서 도움을 주셨죠. 제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늘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신 분이에요.“
“다음 시즌부터 같이 선수 생활을 못 하는 게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아쉽죠. 지금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최대한 영광으로 생각하려고요. 남은 시즌을 아름답게 마무리 짓고 싶어요.”
함지훈의 18년 동안 쌓아온 시간과 경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이다. 말이 없어도 곁에 있어주는 존재 자체가 팀과 후배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지훈이 형은 코트 안에서 뛰는 감독님이에요. 우리 팀은 코트 밖과 안에 감독님이 존재하죠. 늘 많은 상황에서 진두지휘해 주시거든요. 형 덕분에 농구를 편하게 한 것도 사실이고요(웃음).”

함지훈이 없는 현대모비스를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 믿었던 사람이, 이제는 없다는 전제부터가 낯설다.
“형이 없다는 걸 단 한 순간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우석이도 항상 하는 말이 있거든요.”
서명진이 전한 이우석의 말은 이랬다. “지훈이 형 제가 상무에서 돌아오면 우리 우승 한번 해요. 반지 하나 더 껴요. 그때까지만 뛰어주시면 안 돼요?”
서명진은 “저도 많이 슬프지만 우석이가 지금 저보다 더 슬플 거예요. 본인이 상무에 있는 해에 은퇴니까요. 게다가 우석이는 계속 지훈이 형이랑 룸메이트였거든요”라며 절친의 속마음을 대신 밝혔다.
상무에서 복귀하면 이우석의 옆자리는 비어 있다. 가장 의지하던 사람, 밤마다 들리던 코 고는 소리도 더는 없다. 상무라는 시간 탓에 마지막 시즌을 함께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돌아온 뒤에야 더 크게 다가올지 모른다.
프랜차이즈의 상징 함지훈과 함께 현대모비스의 시그니처로 불린 ‘99즈’다. 그가 남긴 시간과 기준은 우연이 아니라 축적의 결과였다. 함지훈이라는 이 좋은 표본은, 결국 또 하나의 영구결번으로 이어질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양동근 감독도 “(함)지훈이는 동생들에게 좋은 팀과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항상 고마워요. 지훈이가 없었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 우리 (이)우석이, (서)명진이, (김)동준이, (신)민석이… 99즈들이 지훈이의 그런 모습 보면서 함께한 것만으로도 우리 팀의 정신이 흘러가는 데 너무 좋은 영향을 줬죠”라고 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런 선수가 되도록 만드는 게 제 임무죠.”
처음 맛본 우승이 소년의 시간이었다면, 가장으로서 우승을 이끌 순간은 이제 멀지 않았다. 한 시대의 기준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99즈는, 그렇게 다음 별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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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신인 서명진 |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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