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훈입니다만

고양/이상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8 08: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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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고양/이상준 기자] 국가대표는 취미도 국가대표급으로 많다.

지난해 10월, 본지가 [25슬램게임] 코너를 통해 KBL 신인드래프트 도전자들의 이야기를 담을 때의 일이다. 농구로 시작해 농구로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을 반복하는 이들은, 제대로 된 취미 생활을 즐기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쉬는 날에도 그저 집이나 숙소에서 쉴 때가 많아요. 제 취미나 특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낼 때가 많네요”라는 도전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날도 많았다.

프로필을 직접 쓰는 과정에서도, 취미와 특기를 적는 순간이 되면 펜을 들고 한참 고민하는 도전자도 많았다. 한편으로는 치열한 경쟁 사회의 단면 같아 가슴 아픈 장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 선수만은 달랐다. “게임도 있고, 프라 모델 조립도 하고… 더 있는데 이것만 일단 쓰겠습니다!” “저는 야구도 좋아하고,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서 이것저것 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필자마저 어떻게 즐기는 지 궁금할 정도로 ‘취미 부자’임을 어필한 한 청년. 그는 [25슬램게임] 인터뷰에 응한 지 20일 가량이 지난 시점, 자신의 블로그에 흥미롭고 강렬한 글을 하나 게시했다.

‘챗지피티가 알려준 50가지 질문’. AI 프로그램 ChatGPT가 정해준 50가지 질문에 응답한 그는 “더 있는데 이것만 일단 쓰겠다”는 말을 증명하듯, 건강한 취미들 하나하나를 열거했다.

노래 듣고 자기, 프라 모델 조립, 마인크래프트(컴퓨터 게임), 한강 물멍, 샤프 수집까지 잔뜩 기록한 취미. 이런 그에게는 당연히 취미를 적는 칸이 작게 느껴질 법 했다. 블로그 작성도 물론 취미 카테고리 중 하나였다.

한해를 건강하게 치러야 하는 농구 선수들에게는, 여가 시간을 잘보내는 것도 중요하게 다가온다. 재충전을 잘만 한다면, 경기 내에서 잡념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취미 부자 청년이 가져다주는 밝은 에너지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50가지 질문에 응답한 지 4달이 지난 시점에서, 프로 무대의 일원을 넘어 국가대표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한 고양 소노의 센터 강지훈이다.

“개인적인 것을 잘 기록하고자 블로그를 틈만나면 쓰죠. 샤프 수집을 취미로 가지고 있다는 건 처음 공개를 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즐기는 취미인데도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셔서 그저 감사했어요. 그렇다 보니 앞으로는 팬들께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7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만난 강지훈이 전한, 50가지 질문 작성 뒷이야기다.

AI가 무작위로 정해준 질문이지만, 유쾌하고 자세하게 풀어낸, 작문 능력도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독자들의 스크롤의 속도를 늦추는 마법이 있었달까. “누군지 생각은 안나긴 하거든요(웃음)? 근데 우연히 ChatGPT로 질문을 무작위로 받아서 대답하는 걸, 보고 따라서 한 거였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취미들도 밝히게 되었죠. 생각 보다 뜨거운 반응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학 시절에 작성한 글이지만, 프로에서 만난 일원들의 눈과 귀에도 자연스레 들어갔다. 루키의 건강한 취미 생활은, 소노의 코칭스태프에게도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샤프 수집 취미는 코치님들까지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너 이런 거 어떻게 모으냐’고 그러시면서 말이죠. 샤프는 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제품이자 필기구잖아요? 그런데 저는 한정판만을 수집해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제품들을 모으다 보니 조금 더 재미있는 것 같더라고요.”

글을 쓰는 주기는 바쁜 프로 적응의 삶 속 길어지고 있지만, 언제든지 강지훈의 블로그 작성 취미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쓸 생각은 무조건 있죠. 소재만 생기면 그냥 다 쓰거든요. 시기 가릴 것 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더 써보겠습니다.”

취미의 영역은 타 스포츠까지 넓혀져 있었다. 야구와 축구까지 섭렵한, 진정한 스포츠인이 강지훈이다. 이미 그는 중학교 시절, 야구부 테스트를 본 경험도 있다.

연세대 재학 시절에는, 본지의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숙소 습격 사건’ 코너를 통해 K리그1 FC 서울의 ‘찐팬’임을 공개했다. 보유한 굿즈도 소개하고, FC 서울의 응원가인 ‘도시’를 직접 부르며 팬심을 어필한, 축덕(?)이었다.

“우연히 보러 갔다가 재밌어서 그 후로 쭉 팔로우를 하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FC 서울이 지긴 했지만, 축구도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 초, 스페인의 마드리드로 전지 훈련을 가면서 정점을 찍었달까요. 제가 원래 레알 마드리드의 엄청난 팬이었는데 직관을 가게 된 것이죠. 실제로 가서 보니까 경기장도 웅장했고, 훨씬 더 좋았어요.”

농구력도 극강으로 올라간 국가대표는 취미도 국가대표급으로 많다. 강지훈은 건강한 취미 생활로 다져진 긍정 에너지를, 고양 소노 아레나 전체에 뿜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소노도 6강 싸움에 본격적으로 합류, 강지훈과 함께 고공 비행을 하고 있다. “(강)지훈이가 주는 긍정적인 힘이 있어요”라는 손창환 감독의 말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사실 건강한 취미를 갖는다는 게 선수로서는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영향이 많달까요. 나쁜 것 하는 것보다는 좋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온 이런 취미들이 지금의 저에게도 영향을 주는 게 참 기분 좋게 느껴진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건강한 취미! 잘 찾으셔서 스트레스도 잘 풀고, 함께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대표 강지훈입니다만.

#사진_유용우 기자, 강지훈 소셜미디어 캡처, 유튜브 점프볼 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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