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손대범 기자] 2020년 1월 KBL 신임 사무총장직에 선임된 이인식 사무총장은 역대 그 누구보다도 바쁜 봄날을 보냈다. 다만 여느 사무총장과 달리 그 무대는 농구 코트가 아닌 사무실이었다.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을 미처 다 치르지 못한 채 마쳐야 했고, 이에 따른 후폭풍도 감내해야 했다. 종료 결정부터 수습까지, 결코 쉽지 않았던 과정에 대해 그는 “6개월이 2년 같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길고 힘들었던 6개월을 돌아보면서도 이인식 사무총장의 표정은 밝았다. 아쉽게 마치긴 했지만, 2019-2020시즌을 치르면서 보인 여러 숫자가 굉장히 긍정적이었기 때문. ‘재무 전문가’로서 KBL이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안정적 시스템을 만들고, 또 팬들이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와 플랫폼을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인식 사무총장을 그의 KBL 집무실에서 만나보았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개제된 기사입니다.
Q. 부임 후 반년이 지났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면?
반년 지났는데 2년은 된 것 같습니다(웃음). 지난 12월 31일 부산 농구영신 현장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 약 8,000명의 관중들이 찾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저 도 팬들 함성소리를 들으며 합류할 수 있었죠. 그 뒤를 이어 인천에서 열린 프로 농구 올스타전도 9,700명이 넘게 와주셔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쉽게 멈추게 됐지만 관중이나 시청률, 미디어 노출 등 여 러 상승세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농구의 재도약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습니다.
Q. 시기가 늦은 질문이지만, KBL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KBL에 재무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이정대 총재님의 제안과 권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현대차 그룹에서 32년간 재무를 주로 맡아왔습니다. 색다른 분야이지만 구조 개선과 같은 부분은 어느 조직이나 특징이 있을 것이기에 재밌을 것 같아 수락하게 됐습니다.
Q. 밖에서 본 KBL, 그리고 일원으로 겪고 있는 KBL은 얼마나 달랐는지요?
저는 배구부가 있는 학교(남성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신진식 감독이 나온 학 교죠. 반면 농구는 많이 알지 못했습니다. 와서 보니 규칙이 정말 다양해서 심판 보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플로어에서 농구를 보다보니 박 진감이 넘치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플레이를 보면서 앞으로 열성 팬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KBL에 와서 보니 프로농구 재도약 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관리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이를 위해서는 재무 기반이 더 탄탄하게 갖춰져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Q. 2019-2020시즌에는 좋은 성과들이 많았는데, 코로나19로 시즌이 종료되면서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여러 모로 성과가 있었습니다. 시청률, 동접자, 관중(평균 관중 10.7% 증가), 영상 및 인포그래픽 등 뉴미디어 컨텐츠 제작(61.5% 증가) 등 여러 면에 좋았습니다. 모두 팬 여러분과 미디어 관계자들의 관심 덕분입니다. 그랬기에 시즌이 조기에 종료되어 더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에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 19 여파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마무리는 잘 되었는지요?
그렇습니다. 타이틀 스폰서, 방송중계권, 일반 스폰서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05경기 밖에 치르지 못했습니다. (무관중 경기를 포함하면 213경기) 이로 인한 보상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는 계약서를 근거로, 서로 불가항력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협상을 마쳤습니다. 서로 동반자라는 점을 인식하고 진행했으며, 규모가 작은 업체의 경우는 프로농구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지원해주기로 하여 윈-윈 하는 방향으로 끝냈다고 생각합니다.
Q. 연맹 출범이래 가장 예측 불가능한 비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구단들도 쉽사리 팬 이벤트를 기획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올 여름 위기 극복을 위한 KBL 계획은 어떻습니까.
조기종료 후 무엇보다 팬들이 갈증이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 가지를 준비했는데 먼저 뉴미디어를 통해 팬들이 궁금해 하는 선수들의 일상을 전달했고, 시즌 중 좋았던 장면들을 재편집해서 공급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조회수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상당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습니다. 두 번째로 9월초 정도에 공동 1위를 했던 SK와 DB의 이벤트 경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팬들의 갈증을 해소할 겸,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조성하기 위해 KBL 컵 대회도 9월 하순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는 12팀 정도 참가해서 시즌 붐업을 위한 준비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Q. 아시아쿼터 제도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와 한일 관계가 애매한 시점인데, 타이밍을 지금으로 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일본 외 다른 나라도 참가한 뒤에 발표했어도 되지 않았나’라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어느 제도든 처음에는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년간 B.리그뿐 아니라 구단들과 논의를 해왔습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우리 선수들의 영역 확대라는데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경기력 향상도 꾀할 수 있을 것이며, 마케팅 기회의 확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이 동참해야 하는 구단들과의 대화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간의 긴 대화 끝에 정리하게 됐습니다. 다만 중국, 필리핀은 대화가 미흡했기에 더 준비를 하자고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장은 교통정리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우선은 준비가 잘 된 일본리그부터 시작하자고 하여 5월 이사회 때 결정했습니다.
Q. 이번 FA 시장은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이슈를 생산했습니다. 특히 계약한 선수들 입장에 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KBL 내부적인 평가는 어땠는지요?
KBL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구단 선택 자유권을 확대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죠. 또, 덕분에 선수들도 자신들의 미래를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슈도 있었습니다. 장재석 선수(울산 현대모비스)가 돈보다는 유재학 감독의 지도력을 보고 팀을 옮긴 점, 이대성 선수의 고양 오리온이적 등이 이슈가 되면서 활기를 띄었다고 봅니다.
Q. 그리고 에이전트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 KBL은 얼마나 공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 니다.
에이전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봤듯이 선수들도 팀을 선택하는데 있어 생각을 많이 해야 했습니다. 생각만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분석도 해야 하고 판단도 해야 했기에 혼자 힘으로는 버거울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반영해볼 때 선수를 도울 에이전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FA 시장이 열리기전에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가 있는데, 에이전트 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도 하고 가이드라인을 잡아보려고 합니다. 에이전트는 KBL 규정 제76조에도 나와 있는데, 현재 KBL에 에이전트로 등록된 자만이 가능합니다. 조건은 FIBA 공인 에이전트 자격증을 갖춘 사람, 법률 자문이 가능한 변호사여야 합니다. 이후 적격 심사를 받게 되는데, 범법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고, 농구에 대해 지식을 가진 자 등에 한해 등록을 해주고 있습니다.
Q. 팬들 의견만큼이나 선수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리그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없는 상황입니다. 선수협회까지는 아니더라도 ‘VOICE OF KBL’처럼 선수들이 함께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는 기대할 수 없을까요?
KBL의 기본철학은 와이드 오픈(WIDE OPEN)입니다. KBL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KBL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코로나19로 시즌을 중단할 당시 에도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이기 때 문에, 주장 선수들과 감독을 통해 의견을 반영해서 의사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지난 올스타전에서도 이벤트와 관련해 선수들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팬들 과 농구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소통하려고 합니다.
Q. 외국선수 제도에 대해서는 또 한 번 이슈가 되었는데요. 연봉 제한 없 는 외국선수 제도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현재 규정은 외국선수 2명 보유에 70만 달러, 그리고 선수 한 명의 최고액을 50 만 달러로 두고 있는데, 종전규정보다도 금액이 상향조정된 상태입니다. 이 규 정을 결정할 때 10개 구단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달랐다고 들었습니다. 이 부분을 조정해서 결론에 도달했는데, 당시 결정조건은 세 시즌은 변화 없이 가져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한 시즌이 지났는데 앞으로 2시즌동안 이 규정으로 가면서 장단점을 분석할 것입니다. 너무 잦은 제도 변화는 팬들에게도, 선수들에게도 혼돈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차적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이정대 총재 취임 당시 인터뷰에서 KBL 재정 상태를 보고 많이 놀랐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순항 중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이런 부분 극복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재정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 KBL의 재정 상태는 어떤지요.
문제인 것은 사실입니다. 누적결손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과거를 분석해봤더니 농구대잔치 인기가 남아있었던 첫 12년은 수익이 지출을 초과한 반면, 이후 12 년은 지출이 더 컸습니다. 그러다보니 누적결손이 상당히 커졌던 것이죠. 앞으 로 각 구단의 이득, 팬들의 니즈를 잘 아우를 수 있는 연맹이 되기 위해서는 재무 상태가 안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야 합니다.지난 시즌에는 끝부분이 아쉽기는 했지만, 80% 수준의 목표 달성을 했습니다. 문제는 다음 시즌입니다. 플레이오프를 안 했기 때문에 우승자가 없었고, 문체부 기금도 문제가 있었습니 다. 특단의 대책으로 새로운 스폰서를 많이 영입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적자의 길을 걸을 수 없기에 흑자를 목표로 뛸 것입니다.
Q. 이정대 총재 취임 후 KBL은 계속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1년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나갈지 궁금합니다.
세 가지입니다. 먼저, 장기적으로는 10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서 구단이든 연 맹이든 소속된 모두가 동일한 목표의식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비 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네요.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KBL도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미래 선수 공급을 위해서 유소년 육성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연맹과 구단 사무국, 경기 본부, 선수 등 전원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 어야 합니다. 세 가지만 잘 된다면 프로농구 재도약을 잘 서포팅할 수 있을 것 이라 생각합니다.
Q.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가 지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첫 번째 메세지가 바로 ‘주도적인 사람이 되어라’라 는 내용입니다. 주도적인 생각을 갖게 되면 강한 책임감을 기반으로 남들보다 먼저 생각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올리는 상황을 많이 보았 습니다. 90%의 타율적인 노력보다도 10%의 자율적인 노력이 큰 성과를 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Q. 2020-2021시즌 흥행을 위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두 가지입니다. 우선, 조기 종료로 인해 팬들이 느끼고 있을 갈증을 해소하는 것 입니다. 시즌 출발이 원활해야 하기에 붐업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 SK와 DB의 빅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KBL 컵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번째 로 10개팀이 모두 참여하는 티켓팅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도 통 합하고 있죠. 또 CRM 시스템도 구축 중입니다. 9월에 런칭할 수 있도록 준비하 고 있는데, 이것만 해결되면 팬들도 좀 더 편안하게 각 구단 페이지를 넘나들면 서 홈페이지를 즐길 수 있을 것이고, 팬들 니즈에 맞는 홍보, 마케팅 상품도 보 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KBL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 잘 하고 있지만 ‘팬들을 위한’ 리그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KBL 상품은 ‘경기’ 그 자체이기에 경기력 향상을 통해 노력해주시면 좋겠습니 다. 그렇게 된다면 스타도 나올 수 있겠지요. 또, 팬 서비스에 좀 더 정성을 쏟아주시는 것입니다. 아이 컨택도 하고, 함께 셀카도 찍는 등 아주 간단한 행동에도 팬들 호응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도 올스타에 선발된 선수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팬들의 성원을 끌어냈는데,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더 노력해준다면 반응도 더 뜨거워지고, 더 나아가 리그 발전으로 연결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팬들과 점프볼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팬과 독자 여러분은 KBL의 존재이유나 다름없습니다. 항상 사랑과 신뢰를 보내주신 덕분에 지난 시즌에는 시청률과 관중 등 여러 면에서 크게 향상된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시즌이 일찍 끝나버렸지만, 다음 시즌에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리그가 되겠습니다. 지속적인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이인식 사무총장은…
1958년 1월 26일생인 이인식 사무총장은 기아자동차 재경사업부장과 상무, 자동차 부
품 제조사인 현대위아 재경본부장과 전무를 지낸 재무 전문가다. KBL 합류 이전에는 덕
양산업 사외의사, 전국경제인 연합회 경영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2020년 1월, KBL 사
무총장에 올라 활동 중이다.
# 사진_ 문복주, 윤희곤 기자
점프볼 / 손대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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