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이제는 SK의 심장이 된 김선형이 자신을 이끌어줬던 형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5월 1일 KBL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문을 열자마자 또 한 명의 선수가 은퇴 소식을 전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일찍이 양동근, 전태풍이 은퇴를 알린 이후 1일에는 최근까지 고양 오리온에 몸담았던 박상오가 유니폼을 내려놨다. 박상오는 “현역 연장과 은퇴를 모두 고려중이었는데, 어제(30일) 오리온과의 면담을 하고난 후에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후련하다”며 은퇴 소감을 밝혔다.
박상오의 농구 인생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중앙대 시절 한 때 농구부를 떠나 일찍이 일반병으로 군 복무를 이행했던 박상오는 다시 농구공을 잡았고, 2010-2011시즌에는 부산 KT 소속으로 정규리그 MVP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은퇴 기로에 놓이기도 했던 2018년에는 추일승 감독과 손을 잡고 오리온으로 향했고, 6년 만에 정규리그 전 경기 출전을 해내기도 했다.
그랬던 그에게 프로 무대에서 아쉬움으로 남을만한 게 있다면 바로 우승반지. 박상오는 프로 데뷔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애초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단 한 번뿐이다.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기억이 남아있는 2012-2013시즌, 박상오는 FA 자격을 얻어 사인앤트레이드로 SK에 합류했다. 당시 SK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2년차 김선형이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김선형도 박상오와 함께 뛰었던 그때 그 시절을 좋게 추억하고 있었다. 박상오의 은퇴 소식을 접한 김선형은 “처음 팀에서 만났을 때는 장난기도 많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형이었다. 그때 문경은 감독님이 우리 팀에 1가드-4포워드 시스템을 만들어 유행시켰을 때지 않나. 내가 포인트가드를 보고 상오 형이 슈팅가드를 맡아주면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줬었다. 리딩도 도와주고 말이다. 애런 헤인즈도 기량이 절정일 때라 팀이 빛을 발했던 기억이 난다. 상오 형은 우리가 힘들 때마다 꼭 한 방씩 해줬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기억하는 상오 형은 농구를 정말 잘 알고, 잘 했던 선수다. 몸도 좋고 센스도 있어서 슈팅 가드뿐만 아니라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까지 다 소화했었다. 우리가 정규리그 1위를 하고 챔피언결정전으로 향하는 데에 정말 중요한 퍼즐이었다”며 박상오를 치켜세웠다.
김선형으로서는 박상오와 한 팀이었던 시간에 대한 기억이 짙을 수밖에 없었다. 프로 데뷔 시즌을 마친 후 포인트가드 전향에 힘썼던 시기에 만났던 동료이기 때문. “내가 정규리그 MVP를 받은 시즌이긴 하지만, 상오 형을 비롯해 팀원들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던 덕분이었다”며 말을 이어간 김선형은 “사실 그때 내가 포지션 전향을 하면서 흰머리가 정말 많이 났었다(웃음). 슈팅 가드는 ‘공격 본능’이기 때문에 공을 받으면 치고 나가면 되지만, 포인트가드는 언제 리딩을 해야 하고, 언제 내 공격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했는데,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 때 형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과거의 자신을 돌아봤다.

많은 추억 속에서 김선형이 또 하나 콕 집어 박상오를 높이 산 건 바로 리더십. 김선형은 “상오 형과 같이 방도 써보고 추억이 많다. 역시 코트 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추억이 가장 좋긴 한데, 그 외적으로도 (이)현준이 형의 은퇴 이후 상오 형이 주장을 맡으면서 팀을 잘 아울러줬다. 그 시절에 꾸준하게 성적이 좋았던 데에는 상오 형의 리더십이 한 몫을 했다. 팀원들과 장난을 칠 때는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팀을 이끌어야할 때는 할 말을 하는 그런 주장이었다”며 추억에 잠겼다.
박상오의 리더십은 마지막 시즌에도 한 차례 증명됐던 바 있다. 그의 손을 잡았던 추일승 전 감독이 2019-2020시즌 중 맹장 수술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던 박상오를 라커룸 리더로서 원정길까지 동행시켜 그의 베테랑 리더십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 리더십 속에 무럭무럭 자랐던 선수 중 하나가 김선형인 셈.
박상오도 2012-2013시즌에 대한 기억이 좋다. “너무 좋았다”며 뒤를 돌아본 박상오는 “그 때 감독님, 코치님들이 홈 연승을 할 때마다 술을 마셨다(웃음). 1승을 하면 한 잔, 2연승을 하면 두 잔, 3연승을 하면 3잔, 이렇게 말이다. 마치 루틴 같은 거였는데, 그때 홈 26연승까지 하지 않았나. 그런 소소한 재미, 행복까지 있었던 시절이다. 내가 SK로 이적하자마자 선형이나 (김)민수가 많이 좋아해줬던 기억이 난다”고 웃어 보였다.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해 아쉬움은 크기도 했지만, 박상오는 시선을 멀리 두기도 했다. “그때는 선형이, 민수뿐만 아니라 (주)희정이 형, (최)부경이 등 멤버가 워낙 쟁쟁했다. 외국선수도 헤인즈에 코트니 심스까지 좋지 않았나. 꼭 우승을 했어야했는데, 1차전에서 전반 리드를 지키지 못했던 게 정말 아쉽다. 그래도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지도자 공부도 할 생각인데, 언젠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경험을 꼭 해보고 싶다. 정규리그 우승과는 분명 느낌이 다를 것 같다.” 박상오의 말이다.
한편, 그런 박상오에게 김선형도 마지막까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끝으로 김선형은 “너무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상오 형이 (전)태풍이 형처럼 우리 팀에 와서 마지막을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형의 중요한 결정을 존중한다. 상오 형의 제2의 인생을 언제나 응원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기자), KBL 제공
점프볼 / 김용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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