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욱의 스토리텔러] 우승은 없지만, 낭만이 있다. 쇼츠 시대에 더 빛나는 '낭만 감독' 유도훈

정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5-10-19 20: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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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지욱 기자] ‘쇼츠(짧은 영상)시대’에 농구 팬들 사이에 60세 유도훈 감독(정관장)이 히트다 히트.

유도훈 감독이 이끄는 안양 정관장은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시즌 초반 5승2패로 상위권(2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유도훈 감독 자체가 콘텐츠다. 경기 중이나 작전타임 때 변준형, 박정웅, 한승희, 소준혁, 표승빈 등 젊은 선수들을 꾸짖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는 모습이 그를 잘 알지 못했던 젊은 세대 팬들에게 농구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농구 관련 소셜미디어에서는 경기가 거듭될 때마다 유도훈 감독 쇼츠가 생성되고 있다.

전자랜드 시절을 기억하는 기존 농구 팬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다.
“신명호는 놔두라고” 

“떡사세요”

“대헌아, 오늘은 니가 한번 하는거야” 

 

전자랜드 시절 이미 수많은 ‘짤’을 남긴 그다.

2년만에 현직으로 돌아온 유도훈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워 끈끈함을 정관장에 이식했다. 시즌 극 초반이지만, 기대이상의 성과임은 분명하다. 기존 KBL 팬들에게도 전자랜드 시절의 낭만을 느끼게 한다.

유도훈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지금과 같은 ‘낭만 감독’. 

 

다른 하나는 ‘우승못한 감독’이다. 선수, 코치로는 우승을 했지만 감독으로는 정규시즌 408승(역대 4위)을 올리고도 우승 경험이 없다.

승리가 최고의 가치인 프로무대에서 우승이 없기 때문에 그에게 ‘명장’ 수식어가 좀처럼 붙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따라다닐 꼬리표다. 본인도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며 전자랜드, 한국가스공사 시절에는 트라우마처럼 여기기도 했다.

우승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유도훈 감독은 가스공사에서 경질당한 이후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이별 과정에서 구단은 물론이고 열과 성을 다했던 몇몇 선수들과 스태프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다. 오랜기간 쌓아온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심경을 느꼈다. 가스공사와는 소송까지 얽혔다(승소).

쉬는 기간동안 괴로움을 잊고자 사업도 구상해봤지만 마음이 가지 않았다. 발길이 닿은 곳은 결국 농구였다.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전국을 누볐다. 강사료도 정중하게 거절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다른 나라 선수들을 지도하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수술을 받기도 했다.

작년 겨울에는 다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절뚝이며 몽골로 떠났다. 몽골 프로팀의 고문으로 지도를 도왔다. 비행기표, 숙소만 제공받았을 뿐 급여는 한푼도 받지않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운동하는 몽골 선수들을 보며 지도자로서의 즐거움과 간절함을 다시 찾았다.

몇 개월 뒤 유도훈 감독은 정관장의 새 감독으로 선임됐다.  


정관장 선임 직후 유도훈 감독과의 통화. 당연히 그의 목소리는 밝았다.
“늘 죽으라는 법은 없나봐. (구단에)감사하지 뭐. 허허. 정 기자도 힘들 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정관장의 오프시즌 훈련이 한창이었던 여름, 안양에서 만난 유도훈 감독의 눈에서는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졌다.

“아이고, 애들 얼마나 예쁜지 몰라. (박)정웅이 봐. 귀여워죽겠어. (변)준형이도, (한)승희도 너무 열심히 해. 표승빈이랑 소준혁이는 올 시즌에 3&D로 써보려고. 실수해도 어쩌겠어. 부딪쳐봐야지”

그토록 간절했던 농구, 그리고... 다시 찾아온 명예 회복의 기회. 시즌을 앞두고 제작된 KBL 2025-2026 미디어가이드북에 유도훈 감독은 이렇게 적었다.

“내가 제일 간절하다”

우승은 없지만 낭만이 있는 남자, 유도훈 감독과 정관장의 간절한 레이스는 속도가 제대로 붙었다.    

 

 

 

 

사진=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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