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과 6년 만에 재회한 오리온 이종현 “2013년, 그때 기억이 나더라”

민준구 / 기사승인 : 2020-11-12 23: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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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2013년, 그때 기억이 많이 났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32번, 그리고 33번은 2010년대 초중반 대학농구를 공포로 몰아넣은 역대 최고의 트윈타워였다. 그들에게는 대학은커녕 프로선수들 역시 차례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코트 위를 난폭하게 휩쓸었던 두 호랑이가 6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이종현은 지난 11일 오후, 고양 오리온과 울산 현대모비스, 전주 KCC의 삼각 트레이드에 따라 KBL 데뷔 첫 이적을 경험했다. 2016년부터 5년간 몸담았던 현대모비스를 떠나 오리온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이승현의 뒤를 받쳐줄 국내 빅맨이 필요했던 오리온. 그들은 이종현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최진수를 원했던 현대모비스와 적극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이종현의 이적은 곧 이승현과의 재회를 의미했고 2014년 이후 6년 만에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다.

12일 오후, 오리온과 첫 훈련을 소화한 이종현은 밤 늦게 짐을 풀며 바뀐 현실을 천천히 느끼고 있었다. 그는 “솔직히 정신이 없다. 모든 게 어색하기도 하다.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접한 건 언론이었다. 그러다가 11일 오후에 (현대모비스와)미팅을 했는데 그때부터 실감이 나더라. 솔직히 말하면 믿겨지지 않았다”라며 “고양에 와서 (이)대성이 형과 (이)승현이 형을 만나면서 조금씩 현실로 다가왔다. 오리온 유니폼을 입고 오리온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도 모든 게 신기했다. 대성이 형도 작년에 자기가 그랬다고 하더라(웃음). 사실 지금도 내가 오리온 선수가 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종현의 이적과 동시에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이승현과의 재회다. 고려대 시절 그들의 존재감은 대단했고 수많은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사적으로도 친한 그들의 사이는 이미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을 터. 365일이 모자랄 정도로 연락하는 각별한 사이이며 우정 반지까지 맞춘 친형제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종현은 “승현이가 다시 만나게 됐는데 고려대 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나만 잘하면 되는 것 같다. 사실 주변 분들이 나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다. 아무래도 경기를 많이 못 뛰다 보니 당연히 따라오는 반응인 것도 사실이다”라며 “승현이에게 코트 밖에서 정말 많이 의지해왔다. 앞으로는 코트 안에서도 의지를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지금은 그저 승현이 형을 도와서 출전시간을 확실히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 오로지 그 생각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오리온의 홈 유니폼은 붉은색으로 고려대 유니폼과 흡사하다. 등번호 역시 대학 시절과 다르지 않은 만큼 모두를 공포로 떨게 한 그들의 지난 모습을 회상하게 한다. 이종현 역시 “2013년이 생각나더라. 멋모를 때였는데 승현이 형과 함께 뛰면서 대부분의 대회에서 정말 좋은 성적을 냈던 것 같다. 정말 재밌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라며 즐거워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종현의 몸 상태다. 강을준 감독과 이승현 모두 이종현의 몸 상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본인의 의사가 확실히 드러난 적은 거의 없었다. 과연 그는 당장 열릴 14일,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뛸 수 있을까?

“몸 상태는 좋다. 현대모비스에서는 (함)지훈이 형과 (장)재석이 형이 너무 잘해줘서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벤치에 오래 앉아 있었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뛰고 싶다. 어쩌면 제대로 마음가짐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독기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코트 위에서 내가 잘 뛸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 이종현의 말이다.

12일 진행된 첫 훈련은 순조롭게 끝났다. 이종현은 “현대모비스는 조금 엄하고 진지한 분위기라면 오리온은 자율적이면서도 그 안에 규율이 또 있다. (강을준)감독님께서도 지킬 것만 잘 지키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 정말 좋았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016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서 현대모비스의 20년을 책임질 것 같았던 이종현. 비록 계속된 부상으로 인해 울산에서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만 그의 농구 인생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런 이종현에게는 정들었지만 떠나보내야 했던 울산 팬, 그리고 새로 인사할 고양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먼저 5년간 몸담았지만 매번 실망만 안겨드렸던 울산 팬들에게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좋은 모습은 보여드리지 못하면서 항상 아프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항상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또 고양 팬분들 역시 많은 기대를 해주셔서 감사했다. 새로운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현대모비스, 그리고 오리온 팬분들에게 모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유용우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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