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호중 인터넷기자] “이훈재 감독님요? 호미(동네 친한 친구)예요. 달리 묘사할 수 없어요” 하나은행의 외국선수 마이샤 하인스 알렌의 말이다.
부천 하나은행이 창단 이래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코로나 19 여파로 여자 프로농구는 조기 종료 선언을 했다. 그에 따라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6개 팀은 1위부터 6위까지의 순위를 나눠 가졌다. 하나은행이 받아들인 순위는 3. 코로나19 여파로 플레이오프는 열리지 않았지만, 그들은 2012-13시즌 하나외환으로 출발한 뒤 최고 성적을 수확해냈다.
일부 팬들은 하나은행의 순위가 시즌 중 순위이지 최종 순위는 아니니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4위부터 6위팀이 하나은행과 승차가 얼마 나지 않았던 것도 사실.
하지만 하나은행이 이들에게 뒤집힐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4위로 마친 인천 신한은행과의 승차는 0.5경기 차에 불과했지만, 하나은행은 시즌 최종전 승리를 통해 상대 전적 동률(3승 3패), 골 득실 우세를 모두 확정 지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똑같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하나은행이 3위가 되는 것. 여기에 신한은행은 리그 1,2(아산 우리은행, 청주 KB스타즈)와 두 경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신한은행의 절대 열세.
6위 용인 삼성생명은 일찌감치 플레이오프에서 낙마한 상황. 시즌 막판 페이스가 좋았던 부산 BNK 정도가 마지막 반격은 할 수 있었다. 승차는 1경기에 불과했고, 서로 간의 맞대결도 있었으니 뒤집힐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BNK와의 상대 전적에서 4승 1패로 크게 앞서 있을 정도로 상성이 좋았다. 잔여 맞대결 자체도 유리했을 뿐더러, 최종 성적이 동률이었으면 하나은행의 진출이었다.
지난 시즌 5위에서 올 시즌 3위로 성장. 사실 하나은행은 선수단에 큰 변화가 없었다. 강계리를 영입했지만, 김이슬의 보상 선수 개념이었고, 시즌 중 수혈한 이정현은 실업 팀에서 뛰는 선수였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성장을 부른 가장 큰 영입이 있었으니, 이훈재 감독의 영입이었다. 이훈재 감독은 분명 앞선 지도자와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었다.

늘어난 소통
앞서 언급했듯, 과거 마이샤에게 이훈재 감독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마이샤는 “호미”라고 대답했다. ‘호미’란 매우 친한 동네 친구를 뜻하는 표현. 아무리 동서양의 정서가 다르더라도 감독을 ‘호미’라고 표현한 점은 매우 신선했다.
이어 마이샤는 열변을 토했다. 마이샤는 명문 루이빌 대학 출신. 루이빌 감독의 사령탑 제프 월츠는 대학 리그의 명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워후, 월츠 감독은 상상하면 머리가 아프다”라며 눈을 질끈 감은 그녀는 “이훈재 감독은 쿨한 사람이어서 좋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이훈재 감독 부임 전, 하나은행의 분위기가 밝았다고 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나은행은 분명 젊고 잠재력 넘치는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라인업이 성적으로 귀결되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 마지막 키워드인 단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이훈재 감독은 하나은행이 그동안 가려웠던 점을 제대로 긁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훈재 감독의 라커룸 인터뷰, 경기 후 인터뷰를 진행하면 정말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미팅”이 그것. 이 감독은 “미팅을 통해 해결하겠다” “미팅을 진행했다” 등의 애기를 자주 한다. 경기가 끝나고 이뤄지는 미팅은 기본. 이 외에도 선수와의 개인 면담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감독의 미팅 행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떠오르는 것은 마이샤. 마이샤는 KB스타즈의 카일라 쏜튼에게 매우 약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쏜튼은 KEB하나은행을 상대로 27.3득점을 폭격한 방면, 마이샤의 득점은 14.3점에 그쳤다. 쏜튼에 대한 약세에 대해 이 감독은 마이샤와 복수의 개인 면담을 진행, “WNBA에서의 위치 차이 때문에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다”라는 얘기를 전하며 멘탈을 잡아주었다. 그 결과, 후반기에는 마이샤와 쏜튼은 비교적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비단 마이샤뿐만이 아니다. 이런 류의 미팅은 국내선수, 외국선수, 신인, 중고참을 가릴 것 없이 시즌 내내 많이 진행되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선수들은 개인 면담을 통해 본인의 상태를 진단 받으며 팀은 조금씩 끈끈해졌다.
팀 분위기도 많이 밝아졌다는 후문.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중단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 하나은행은 자체적으로 미니 운동회를 열며 감독-선수가 닭싸움을 하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젊은 구단 하나은행에게 절실했던 감독-선수간의 소통이 이번 시즌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은 반길 만하다. 기대 이상의 호성적을 거둔 하나은행에게 있어 소통은 핵심 키워드였다고 할 수 있다.

약점보다 장점에 주목하는 리더십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경기. 하나은행은 84-79로 승리하며 3위를 확정지었다. 이날 김지영은 13득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하면서 공식 수훈 선수로 선정된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4개의 스틸. 사실 김지영은 그동안 화려한 공격력의 상징인 선수였다. 여자농구에서 보기 힘든 더블 클러치로 이름을 날린 그녀는 저돌적인 공격력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
이런 김지영은 이번 시즌 수비력까지 장착하면서 공수 밸런스를 갖춘 가드로 거듭났다. 상대 가드가 강하면 이훈재 감독이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김지영을 투입할 정도가 되었다. 수비력이 약점이던 선수가 한 시즌만에 괄목할 만할 정도의 성장세를 보인 것.
시즌 최종전이 끝나고 이에 대해 김지영에게 질문했다. 김지영은 “이훈재 감독님이 수비를 잘한다고 얘기해 주셔서 ‘어? 내가 수비를 잘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리그에는 두 종류의 지도자가 있다. 선수의 단점을 먼저 보고 이를 개선시키는데 집중하는 지도자. 선수의 장점을 먼저 보고 이를 더욱 극대화시키는데 신경쓰는 지도자. 이 감독은 확실히 후자였다.
올 시즌 워싱턴 미스틱스로부터 WNBA 캠프 초청을 받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강이슬을 떠올려보자. 강이슬은 올 시즌 커리어하이 16.8점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제대로 맞았음을 선언했다. 시상식에서는 4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강이슬은 장단점이 명확한 선수다. 공격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지만, 수비는 공격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의 지도자였으면 십중 팔구 수비력을 보완하는 것부터 시작했을 것. 이 감독은 이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시즌 중 이 감독은 강이슬의 수비력에 대해 이색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무려 남자 농구의 전설 허재를 소환하면서 말이다. 이 감독은 허재 전 감독과 과거 한 팀에서 뛴 동료 사이.
"허재 형이 수비를 진짜 잘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운을 띄운 이 감독. 그는 "허재 형이 수비는 기가 막히지만, (그에게) 수비까지 주문할 수는 없었어요. 공격에서 100%를 쏟아야 했기 때문이죠"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이 감독은 유사점이 있다고 했다. "(강)이슬이도 마찬가지예요. 수비에 집중하라고 하면 경기력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요. 이슬이는 공격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수비에 집중하라고 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이 감독은 강이슬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에 집중하다가, 장점에 힘을 쏟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강이슬의 눈부신 성장의 절대적인 공은 강이슬 본인의 몫. 하지만 이 감독이 수비력이 아닌 공격력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환경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이 감독이 이처럼 확실하게 판을 깔아주지 않았으면 강이슬이 올 시즌의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새로운 장점을 발견해내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선수들도 있다. 고아라와 백지은이 그 주인공.
시즌 내내 이 감독은 이들이 팀의 ‘구심점’이라는 얘기를 꺼냈다. 구심점은 이 감독이 상정한 개념. 팀이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주는 베테랑을 뜻한다. 에이스는 강이슬, 구심점은 고아라와 백지은. 구심점과 에이스는 확실히 다른 개념이다.
고아라와 백지은은 연차가 쌓인 선수들로 경험이 풍부하고, 커리어내내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선수들이다. 이 감독은 이들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구심점을 맡긴다. 단순히 한, 두 번 가볍게 언급한 수준이 절대 아니다. 시즌 내내 거의 매 경기 구심점으로서 두 선수가 갖춰야될 마음 가짐에 대해 언급했다.
리더십을 무기로 밀고 나가라는 이 감독의 주문은 이색적인 것을 넘어 낯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효과적이었다. 이들은 이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차근 차근 성장했다. 이 감독이 “코트내에서 아라, 지은이의 목소리가 늘어나서 만족스럽다”라고 할 정도로 두 선수의 토킹이 늘어났다. 고아라가 주전으로 출전해서 코트 안의 분위기를 주도하면 백지은은 벤치에서 경기를 읽다가 경기에 들어가서 선수들에게 주문을 하는 선순환 체계가 정립되었다.
그리고 이는 위력을 발휘했다. 신한은행과의 3위 결정전. 경기 후 고아라는 “우리 선수들은 분위기를 많이 타는 선수들이다. 무관중 경기로 팬들이 없어서 분위기가 처지는 걸 알고 더욱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했다. 소리도 열심히 질렀다(웃음)”고 밝히며 팀 분위기 선도에 앞장섰다. 고아라와 백지은을 필두로 응집력을 다진 하나은행은 큰 경기에서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분명 그동안 여자농구에서 리더십은 미덕 정도의 개념이었다. 있으면 좋지만 경기력과는 무관한 것 정도로 해석되어 왔다. 하지만 이 감독은 리더십이라는 크지 않은 부분을 발견해낸 뒤, 이를 집중적으로 키우는데 집중했다. 고아라와 백지은.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기록은 지난 시즌 대비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코트 위에서 영향력은 어땠을까? 그 어느 시즌보다 컸다. 연차가 쌓여감에 따라 기량 하락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이들은 안정적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리더십이라는 작은 부분에 주목하면서 이를 이끈 이 감독의 공을 잊지 말자.

다음 시즌은?
"우와와!"
신한은행과의 실질적인 3위 쟁탈전에서 승리를 거둔 하나은행. 경기 후 하나은행 선수들은 건물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건물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는 인터뷰실에도 들릴 정도. 인터뷰실에 들어온 선수들도 실질적으로 플레이오프를 확정지었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시즌 중단- 플레이오프 무산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그들의 긴 염원은 또 한번 이루어지지 못했다.
올 시즌이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막 기회였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하나은행은 장기적인 플랜에도 힘을 많이 쏟았으니 다음 시즌도 기대해볼만 하다. 분명 하나은행은 올 시즌 가장 재미있는 농구를 펼친 팀 중 하나였으며, 이는 기대 이상의 호성적으로 이어지며 하나은행은 저력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재미와 성적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능력의 팀이 되었다.
하나은행이 다이나믹했던 농구를 다음 시즌에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들의 경기력에 주목해보자.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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