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시상식] 역대 MVP 사례에서 살펴보는 허훈이 MVP인 이유

이재범 / 기사승인 : 2020-04-2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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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허훈(KT)은 김종규(DB)와 뜨거운 경쟁 끝에 국내선수 MVP에 선정되었다. 허훈은 소속팀 부산 KT의 승률이 50% 미만(48.8%, 21승 22패)이었음에도 뛰어난 기량과 역사에 남을 기록을 남겨 김종규와 경쟁에서 앞섰다. 팀 성적이 1위가 아니었음에도 MVP에 선정된 선수들을 살펴보면 허훈이 MVP에 뽑힌 이유를 알 수 있다.

KBL은 지난 20일 KBL센터에서 수상자만 초청해 간소하게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시상식을 개최했다. 시상식 이전부터 국내선수 MVP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 시즌 8위에서 정규경기 1위로 이끈 김종규가 꾸준함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허훈은 6위라는 팀 성적에도 어시스트 1위 등 개인 기록에서 앞서 MVP 후보로 떠올랐다.

김종규는 팀 성적에 확실하게 기여한 점이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수비에서 역할이 큰데다 부상병동이었던 DB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 출전한 것이 강점이었다. 두경민이나 허웅 등 득점을 책임 진 가드들도 김종규 덕분에 가능했던 득점과 활약이었다고 김종규를 치켜세웠다.

허훈은 2위와 큰 격차의 어시스트 1위라는 기록과 함께 외국선수 포함해 어시스트 포함 최초로 20-20을 기록했다. 3점슛 9개 연속 성공 기록도 세웠다. 1라운드 MVP에서 알 수 있듯 눈길을 사로잡는 활약을 펼친 건 분명하다. 다만, 8경기나 결장한 게 뼈아팠다.

김종규와 허훈의 장점 중 어느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었다. 김종규가 받는다면 허훈이 수긍할 수 밖에 없고, 허훈이 받는다면 김종규가 수긍할 수 밖에 없다.

보통 1위 팀에서 MVP가 나왔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왜 김종규가 아닌 허훈이 MVP에 선정되었을까? 역대 사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1위 이외의 팀에서 정규경기 MVP가 처음 나온 건 1999~2000시즌이다. 서장훈은 청주 SK(현 서울 SK)를 2위로 끌어올린 공을 인정받아 MVP에 선정되었다.

당시 1위 대전 현대(현 전주 KCC)는 2위 SK보다 1경기 앞섰다. 더구나 1997~1998시즌과 1998~1999시즌에 이어 3시즌 연속 정규경기 우승이었다. 2년 연속 MVP에 선정되었던 이상민은 평균 11.7점 7.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력이 전 시즌 14.4점보다 떨어졌다. 7경기나 결장한 것도 흠이었다. 오히려 조성원이 평균 17.3점을 올려 더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이에 반해 서장훈은 평균 24.2점 10.0리바운드로 국내선수임에도 평균 20-10을 기록했다. 팀 성적도 전 시즌 8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1위 팀에선 조성원이 두드러진 건 사실이지만, 수비에서 약점을 가졌다. MVP로선 아쉬운 점이 있었다. 당연히 다른 대안으로 서장훈이 떠올랐다.

2000~2001시즌에도 2위에서 MVP가 나왔다. 당시 1위는 수원 삼성(현 서울 삼성)이었다. 문경은이 평균 18.8점 3점슛 성공률 44.6%(112/251)를 기록했지만, 팀에서 확실하게 밀어주지 않았다. 1999~2000시즌 조성원처럼 수비 때문이었다. 포인트가드 주희정은 이상민과 비슷한 11.6점 7.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대신 2위 창원 LG에서는 현대에서 이적한 조성원이란 확실한 에이스가 두각을 나타냈다. 조성원은 평균 25.7점 3점슛 2.98개를 내리꽂았다. 공격농구로 변신한 LG의 중심이었다. 25.7점은 국내선수 한 시즌 최고 평균 득점 기록이다. MVP의 표심은 조성원에게 쏠렸다.

서장훈은 2005~2006시즌 2위였던 삼성 소속으로 또 한 번 더 MVP에 선정되었다. 대신 1위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과 함께 공동 수상이었다. 당시 양동근은 2번째 시즌을 치른 선수로 평균 12.5점 4.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모비스 내에선 양동근보다 크리스 윌리엄스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졌던 것도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1위 이외의 선수에게 쏠렸다. 서장훈은 양동근과 표를 나눠가졌다.

주희정은 플레이오프 탈락에도 MVP에 선정된 기록을 남겼다. 주희정은 2008~2009시즌 평균 15.1점 8.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안양 KT&G(현 안양 KGC)의 빠른 농구를 이끌었다.

이 때 1위 팀은 모비스였다. 당시 모비스는 양동근이 입대한 뒤 하위권으로 처졌고, 이 당시에도 역시 플레이오프 탈락 후보였다. 그렇지만, 40%가 넘는 정확한 3점슛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며 1위에 올랐다.

모비스에서 가장 두드러진 선수는 12.7점을 기록한 함지훈이었다. 그렇지만, 함지훈은 외국선수가 1명 출전하는 2,3쿼터에 자주 출전해 식스맨 이미지가 강했다. 김효범도 외곽포의 중심이었지만, 12.1점에 그쳐 MVP로선 아쉬웠다.

KCC는 안드레 에밋을 앞세워 2015~2016시즌 1위를 차지했다. KCC가 정규경기에서 우승한 건 1999~2000시즌 현대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에밋으로 시작해 에밋으로 끝나는 농구였다. 국내 선수 중에선 전태풍이 11.0점을 올려 그나마 나은 활약을 펼쳤다.

표심은 2위 모비스의 주장 양동근에게 쏠렸다. 양동근은 13.6점 5.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어시스트는 1위였다. 역대 가장 치열한 경쟁 속에 양동근이 1표 차이로 MVP에 선정되었다.

지난 시즌에는 현대모비스가 우승했다. 라건아가 가장 돋보였다. 국내선수 중에선 이대성이 14.1점으로 득점을 주도했지만, 20경기나 결장했다. 양동근도 11경기에 빠졌다. 함지훈은 전 경기 출전했음에도 9.4점에 그쳤다. 국내선수 MVP 자격을 갖춘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이정현이 평균 17.2점을 올리며 국내선수 중 득점을 주도해 MVP의 영광을 누렸다.

1위에도 MVP가 나오지 않은 팀들을 보면 두드러진 국내선수가 부족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선수가 없을 때 MVP의 표심은 1위가 아닌 팀의 선수에게 쏠린 것이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김종규가 꾸준함에서 돋보였지만, 확실하게 표심을 잡을 플레이를 보여주진 못했다. 또한, 시즌이 갑작스레 끝나 확실한 1위라고 보기 힘든데다 표심을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놓친 게 흠이다.

이번 시즌 김종규의 이름 앞에는 역대 최고 보수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어야 한다. 여기에 김종규는 프로농구 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꼽히는 플라핑 파울 명단에도 2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팬들의 투표로 뽑는 인기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김종규는 이번 시즌 팬들의 눈 밖에 났다.

물론 MVP 투표와 최고 보수나 플라핑 파울은 전혀 무관하지만, 투표권을 사람인 기자들이 행사해 주관이 개입된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허훈은 뛰어난 개인 기록에 비해 8경기에 결장한 것이 흠이었다. 그렇지만, KT가 1승 7패로 부진하자 오히려 허훈의 팀 내 존재감을 높였다. 8경기 빠진 게 MVP 자격에 큰 흠이 되어야 하지만, 오히려 허훈의 가치를 드러낸 셈이다. 약점이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김종규는 두드러지지 않았고, 최고 보수와 플라핑으로 인해 감점 요인까지 있다. 허훈은 이목을 끄는 활약을 펼친데다 약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바뀌는 효과까지 거뒀다.

결국 역대 사례들처럼 정규경기 1위 팀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MVP 후보가 보이지 않자 표심은 다른 팀 선수에게 돌아갔고, 허훈이 그 선택을 받았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까지도 MVP가 1위가 아닌 팀에서 나왔다고 해서 MVP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현재로선 1위 팀에서 MVP다운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나온다면 다시 표심은 1위 팀 선수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MVP 논쟁이 펼쳐지는 김종규와 허훈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더욱 성장한다면 프로농구 인기 회복에 조금이나마 발판이 될 것이다.

#사진_ 홍기웅 기자, 점프볼 DB(문복주,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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