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박혜진이 여자농구팬들에게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지난 21일 아산 우리은행이 2020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였던 박혜진과 4년 재계약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우리은행은 차기 시즌을 위한 비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과제 하나를 해결하게 됐다.
올해부터 WKBL이 2차 보상FA 선수들에 한해 원소속구단 협상을 폐지하면서 이 환경은 박혜진에게 새롭기만 했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었을 때는 기존 규정대로 원소속구단인 우리은행이 1인 연봉 상한액인 3억원을 제시하면서 별도의 선택권 없이 잔류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박혜진에게 선택권이 있었기 때문. 때문에 1차 협상기간이었던 15일까지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이후 약 일주일이 더 지나서야 박혜진의 선택이 내려질 수 있었다.
우리은행에 잔류한다는 소식을 전한 박혜진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갖다보니 후련하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처음 협상에 돌입했을 때 한 번은 행복하게 느껴졌었는데, 그 뒤로는 식사 시간을 피해서 미팅을 하게 되더라. 위성우 감독님과도 밥을 몇 번 먹었는데, 말만 하다 보니 밥이 다 식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저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협상을 하다 보니 기다리는 사람도 짜증이 날 것 같았다”며 계약 소감을 전했다.
4월 1일에 개장했던 시장에서 박혜진이 3주 동안 고민을 이어가는 동안 외부에서는 박혜진의 이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이에 박혜진은 “솔직히 말해서 다른 농구도 배워보고 싶고, 새로운 환경에서 동기부여를 주면서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팀을 옮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도 생각했었기 때문에 고민이 길었다. 만약 내가 우리은행, 감독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 주저 없이 이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어제까지 웃고 떠들며 그저 사이좋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떠날 명분이 없었다”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박혜진의 잔류에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애초부터 박혜진에게만 총력을 기울이겠다던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전주원, 임영희 코치를 비롯해 사무국장까지 박혜진이 있는 부산을 방문했다. 이번 재계약의 뒤에는 위성우 감독이 박혜진과 대화를 통해 지도 스타일에 변화를 주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했다.

잔류와 이적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는 박혜진은 “감독님을 한두 번 만났을 때에는 고민 끝에 확실하게 팀을 떠나겠다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까지는 이적할 팀을 고르기보다는 ‘잔류냐, 이적이냐’를 저울질 할 때였다. 17일에 감독님과 전 코치님이 부산에 오실 때, 그 전날까지만 해도 이기적일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내 생각을 전하고 좋게 나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얼굴을 보니 머리가 하얗게 변하더라. 크게 혼돈이 왔었는데, 함께했던 8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칼을 꽂고 떠나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지 않았나 한다”며 코칭스태프와의 신뢰를 되짚었다.
이번 협상 때 위성우 감독은 “혜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살도 빠지고 얼굴이 안 좋아 보이더라”라며 걱정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박혜진도 “내 얼굴도 좋지 못했지만, 감독님도 그랬다. 그래도 감독님께 새로운 걸 배워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감독님도 변할거라고 하셨다. 감독님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괜히 잘되고 있는데, 나 때문에 변화를 준다고 하시는걸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니 감독님의 진심이 느껴져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코칭스태프와 사무국만 박혜진을 원했던 건 아니다. 함께 FA 자격을 얻었던 김정은은 자신의 계약보다는 박혜진을 잔류시키는 데에 집중해달라고 구단에 어필하기도 했다. 김정은과의 연락을 떠올린 박혜진은 “언니가 시즌 끝나자마자 어떻게 할거냐고 연락이 오더라. 그래서 3월까지는 FA 얘기하지 말고 쉬자고 했는데, 그래도 매일 연락이 왔었다(웃음). 연락을 3일에 한 번만 하자고 했는데, 협상 시간이 다가올수록 자주 연락이 오더라. 언니가 나랑 뛸 때 행복했다고 진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하게 잡아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생각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한편 이번 재계약으로 박혜진은 2008년 우리은행에서 데뷔한 이후 오는 2024년까지 한 팀에서 활약을 하게 됐다. 사실상 완연한 우리은행의 프랜차이즈, 레전드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솔직히 한 팀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오히려 프랜차이즈라는 의미가 와닿지 않았다”며 솔직한 속내를 전한 그는 “4년 계약으로 우리은행에 더 오래있게 됐는데, 벌써부터 주변에서 ‘우리은행=박혜진’이라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 그런 말에 책임감을 가지고, 내가 우리은행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혜진은 자신의 긴 협상 레이스의 끝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진심어린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실 리그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내가 이적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었다. 근데 한편으로는 팬들이 원하지 않을 팀으로 가버리면 그것도 문제가 될 거란 생각 역시 있었다. 나도 제도가 바뀌면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새 환경에 맞서게 됐던 거다. 어쨌든 내가 선택한 결과에 맞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거다. 재계약 소식으로 재미를 드리지 못한 것 같으니 코트에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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