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오리온 캡틴 허일영(34, 195cm)이 이를 악물었다.
고양 오리온은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오리온은 2010년대 들어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2011-2012시즌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처음으로 올 시즌 10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쓰라린 시간을 보내야 했다.
팀이 추락하는 모습에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주장이었다. 2009-2010시즌 대구 오리온스에서 프로 데뷔를 알렸던 허일영은 2010-2011시즌 이후 9년 만에 다시 최하위를 맛봤다. 오리온은 5라운드 들어 추일승 전 감독이 자진사퇴를 알리고, 김병철 감독대행 체제에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기회까지 잃었다.
이에 허일영은 팀이 리그 재개를 기다리던 지난달, 좋지 못했던 발목 수술을 결정하면서 시선을 멀리 두기로 했다. 현재 재활에 돌입한 허일영은 “수술은 잘 됐다. 지금은 잘 걸어 다니고, 러닝도 가볍게 가능한 상태다. 다만, 아직 트레이너가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해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재활 위주로 운동을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즌 내내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오랜 시간을 쉬었다. 내 생각대로 몸이 따라주질 않아서 답답했는데, 복귀한 이후에는 반대쪽 발목이 상태가 악화돼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원래 시즌을 완전히 마치고 수술을 받으려고 했었는데 리그가 한 달 동안 중단되는 바람에 내가 먼저 팀에 수술을 받겠다고 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2019-2020시즌 허일영은 정규리그 21경기 평균 23분 54초를 소화하며 9.7득점(3점슛 1.4개) 4.2리바운드 1.1스틸을 남겼다. 최근 3시즌 중에서는 가장 저조한 활약이었다. “최악의 시즌이었다”며 무겁게 말을 이어간 허일영은 “농구를 하면서 이렇게 많이 진 게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옆에서 가족이 있어준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버팀목이 된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씁쓸한 기억을 뒤로 하고 허일영은 의미 있게 비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차기 시즌 재기를 위해 재활도 열심히 하고 있고, 지난달 말에는 자신의 연습복을 판매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금을 전달하며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더하기도 했다.
멋쩍게 웃어 보인 허일영은 “이번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라 기부는 항상 생각해오고 있던 거다. 이번에 집을 정리하면서 연습복이 많이 쌓여있길래 와이프와 상의를 통해 팬들에게 나눠드릴 방법을 찾은 거다. 좋은 의미를 남기고 싶어서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 형태로 전달하고 싶었다. 팬들과 소통도 할 수 있는 기회였고, 판매금에 내 돈도 보태서 기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부를 진행하면서 허일영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말 많은 분들께서 참여해주셔서 정말 놀랍기도 했고 감사했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에 허일영은 “팬분들이 이렇게 많이 좋아해주실 줄 몰랐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뿌듯했다. 아직 옷이 많이 남아서 나중에 구단과 상의를 통해 또 한 번 이벤트를 마련할 생각이다”라고 팬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다시금 2020-2021시즌으로 시선을 옮긴 허일영은 주장으로서 한 시즌 어려운 시간을 견뎌낸 팀원들에게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나는 매번 부상으로 쉬고 있는데, 성적까지 좋지 않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팀원들에게 빨리 복귀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발목도 악화되면서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었다. 그래도 이번 시즌이 끝이 아니니 다시 잘 준비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팀원들과 다짐했다.”
허일영은 2019-2020시즌이 프로 데뷔 10번째 시즌이었다. 원클럽맨으로써 어엿한 베테랑이 된 그의 남은 목표는 확고했다. 끝으로 허일영은 “이제는 다치지 않고 코트에서 뛰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좋은 게 아닐까 한다. 다음 시즌 준비를 정말 잘 해서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을 꼭 듣고 싶다. 길어봤자 40살까지 농구를 한다고 생각하면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다. 마무리를 잘 해야 하지 않겠나. 남은 선수생활 동안에는 ‘아직 허일영이 할 수 있구나, 죽지 않았구나’라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라고 힘줘 말하며 다시 밝아질 앞날을 내다봤다.
# 사진_ 점프볼 DB(홍기웅 기자), 허일영 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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