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최창환 기자] <미운 오리 새끼>를 현대판 드라마로 옮긴다면, 이 정도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을까.
안양 KGC인삼공사 마리오 리틀(29, 190cm)은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초반만 해도 뚜렷한 색깔을 못 보여준 데다 야투 난조까지 보여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KGC인삼공사 역시 마리오의 활용도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다.
정규리그가 3라운드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현재, 마리오는 ‘시즌 초반의 그 마리오가 맞나?’라는 의혹(?)이 들 정도로 몰라보게 달라진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아니, 기량이 달라진 게 아니라 서서히 유망주라고 평가받던 시절의 기량을 회복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마리오는 꼴찌에서 단독 3위까지 도약한 KGC인삼공사의 핵심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꿈꾸던 유망주
시카고에서 자란 마리오는 조지워싱턴고교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다. 고교시절 더블 더블을 밥 먹듯 달성하는 등 평균 22득점 12리바운드로 팀을 이끌었다. 마리오 스스로는 “고교시절 그 정도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는 꽤 많다”라며 손사래 쳤지만, 폭발력과 단신임에도 뛰어난 리바운드 가담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기록이라는 건 분명하다.
다만, 대학 진학만큼은 녹록치 않았다. 우상인 마이클 조던을 따라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을 꿈꿨지만(팔뚝에 새긴 에어조던 브랜드 로고 타투에도 조던을 존경하는 마리오의 마음이 담겨있다),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결국 주니어 칼리지(미국의 2년제 대학) 진학을 고려하게 됐고, 치폴라대학이 그의 행선지가 됐다.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다. 비록 마리오는 대학을 진학하는 과정에서 쓴잔을 마셨지만, NJCAA에서 잠재력을 발휘했다. 신입생 신분으로 평균 8.9득점 5.9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식스맨상을 수상한 마리오는 2학년에 진학한 2007년에는 NJCA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덕분에 NCAA에서 편입 제의가 쏟아졌다. 마리오는 미주리대학, 일리노이대학 등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캔자스대학을 선택, 선수 경력을 이어갔다. “캔자스대학이 나의 커리어를 쌓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학교일 거라 판단했다. 당시 NCAA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대학 가운데 한 팀이었다는 점도 (선택을 하는데)한몫했다.” 마리오의 말이다.
아쉽게도 마리오는 NBA 팀들의 지명을 받는 데에는 실패했다. 2011 NBA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마리오는 이후 D-리그 털샤, 오클라호마 시티 블루에서 NBA에 재도전했으나 끝내 꿈을 이루진 못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마리오는 이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단다.
“드래프트에서 떨어질 때는 실망감이 컸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운을 뗀 마리오는 “D-리그에서 뛰기 전까지 나는 아마추어였다. 누가 패스를 해줘야 득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D-리그를 통해 볼 핸들링과 같은 기술적인 면에서 성장했고, 프로선수라면 코트 안팎에서 언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웠다”라며 D-리그 시절을 돌아봤다.
“힘든 시간 이겨낸 ‘파이터’로 기억되길”
마리오가 KBL에 도전장을 던진 건 2015 외국선수 드래프트였다. 모처럼 193cm 이상의 외국선수를 선발해야 하는 장단신 제도가 부활했고, 덕분에 마리오와 같은 190cm 안팎의 가드 또는 포워드 포지션의 선수들이 대거 참가신청서를 냈다.
“KBL에 대해선 친분이 있는 션 에반스(前 KGC인삼공사)로부터 종종 얘기를 들었다. ‘쉬운 리그가 아니다. 항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는 리그’라고 하더라”라고 운을 뗀 마리오는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는 에이전트와 미팅을 통해 지원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드래프트에서 선발되지 못했던 마리오는 어렵사리 한국무대에 서게 됐다. 프랭크 로빈슨이 불의의 무릎부상을 당한 KGC인삼공사는 가드뿐만 아니라 언더사이즈 빅맨까지 폭넓게 대체외국선수를 검토했고, 고심 끝에 마리오를 선택했다.
마리오가 KGC인삼공사의 기대에 부응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즌 초반 4경기에서 23개의 3점슛 가운데 단 1개만 림을 가른 것. 이 탓에 기사를 통해 ‘슈팅이 좋은 선수’라고 마리오를 소개했던 필자도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KGC인삼공사는 “D-리그 3점슛 성공률이 40%에 근접했던 선수다. 언젠가는 슛 감각이 살아날 것”이라며 마리오를 신뢰했고, ‘팀이 나를 믿고 있다’는 생각에 안정을 찾은 마리오는 1라운드 막판부터 위력 발휘에 나섰다.
3점슛 성공률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든 마리오는 KGC인삼공사 특유의 런&건에도 최적화된 경기력을 보여주며 출전시간이 점점 늘어갔다. KGC인삼공사가 3쿼터 외국선수 2명 출전이 갑작스럽게 도입된 2라운드에 수혜를 누린 것도 마리오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된 기량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KBL 적응을 마친 마리오는 속공을 토마호크 덩크슛으로 마무리하는가 하면, 지난 20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는 연관검색어가 된 ‘회오리슛’도 성공시켰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달 3일 부산 케이티와의 경기에서 마리오가 경기종료 1초전 넣은 위닝샷이 없었다면, KGC인삼공사의 KBL 역대 최다 홈 연승 2위(13연승) 등극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리오는 “농구는 자신과의 싸움인데, 시즌 초반에는 그 싸움에서 번번이 졌다. 하지만 감독님이 꾸준히 출전시간을 주신 덕분에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지금도 부진한 와중에도 믿음을 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는 마리오는 농구를 시작한 후 학창시절, 유럽리그 및 D-리그 경력을 통틀어 파이널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캔자스대 시절 빅12 컨퍼런스 우승 정도가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경력이다.
마리오는 “KGC인삼공사가 우승하던 시절(2011-2012시즌)과 최근 기세가 비슷하다고 하는데, 사실 당시 KGC인삼공사의 모습은 잘 모른다. 다만, 역사는 이유 없이 반복되는 게 아니다”라며 우회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리오는 이어 “우리 팀 선수들은 호흡이 점점 잘 맞고 있다. 또한 경기가 안 풀릴 때 해결해가는 부분도 좋아지고 있다”라며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팬들에게서 ‘슈퍼마리오’로 불리고 있다고 하자 마리오는 “동료들도 가끔 그렇게 부른다”라며 웃었다. 그리곤 “팬들에게 어려운 시간을 이겨낸 ‘파이터’로 남고 싶다. 턱수염 때문에 사나워 보일 수 있지만(웃음), 언제든 팬들을 친근하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라며 팬들의 변함없는 성원을 당부했다.
<미운 오리 새끼>의 주인공이 화려한 백조로 변신했듯, ‘환골탈태’한 마리오의 2015-2016시즌도 해피엔딩이 될지 궁금하다.
# 사진 KGC인삼공사 농구단 제공,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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