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 리뷰] 프로농구 1라운드 접전 보고서

손대범 기자 / 기사승인 : 2016-11-17 0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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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손대범 기자] 정말 마음을 놓고 있었다. 소식을 전달해야 하는 기자 입장에서 뭔가를 속단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이 경기는 절대 뒤집어질 리가 없다고 여겼다. 4쿼터 점수차가 한 자리로 좁혀졌을 때도 그랬다. '그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과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점수가 뒤집히기 직전까지 갔던 것이다. 뒤집힌 건 점수와 분위기만이 아니었다. 썼던 기사 내용까지 뒤집어야 했다. 서울 SK가 26점차를 앞서다 역전을 당했던 11월 13일 잠실학생체육관 경기의 막판 풍경이다. 부산 kt는 패색이 짙던 경기를 기어이 연장까지 끌고가 92-90으로 이겼다. 그야말로 '역대급 뒤집기'였다. 점프볼 기자도 '역대급 다시 쓰기'의 희생양이 됐다.


10월 22일 개막한 2016-2017 KCC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는 유독 접전과 뒤집기, 연장 경기가 많았다.


3점차 이내 승부는 무려 15회가 나왔다. 전체 45경기 중 1/3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998-1999시즌(16회) 이후 최다이며, 정규리그가 6라운드 시스템으로 바뀐 뒤에는 처음이다.


연장전 승부도 4번이나 나왔다. 2004-2005시즌(5회) 이후 1라운드 최다 기록이다.


반대로 10점차 이상 벌어진 채 끝나는 경기는 18번에 불과했다. 2015-2016시즌 1라운드 동안 24번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일방적인 경기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프로농구 경기는 연일 치열함을 더하며 관중들을 열광케 하고 취재진을 긴장케 했다. 10개 팀 순위는 승률대로 정렬됐지만, 각자 한 번씩은 기억에 남을 위닝샷을 남겼다. 어제의 승자가 오늘은 희생양이 되는 일도 있었다.



'농구 극장' 간판은 전자랜드


9경기 중 7경기가 5점차 이내로 끝났다. 시원하게 이긴 경기도, 한숨 나올 완패도 없었다. 대신 자다가 이불을 발로 찰 만한 경기는 꽤 있었다.


전자랜드는 5점차 이내로 끝난 7경기에서 3승 4패를 기록했다 11월 4일 삼성전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골밑 득점을 내주며 75-76으로 졌다. 김태술의 패스가 드라마를 만들었다. 반면 전자랜드는 마지막 40초 동안 결정적인 실책 두 개를 범하며 울었다.


악재는 이틀 뒤에도 이어졌다. 오리온 원정경기에서 이승현에게 위닝샷을 내주며 80-82로 패했던 것. 이승현은 후배이자 신인인 강상재를 순간적으로 떨어뜨린 채 위닝샷을 꽂았다. 프로농구 데뷔 후 첫 위닝샷이었다. 경기 후 강상재는 울었다. 경기 후 전자랜드 한 관계자는 복도를 지나가다 이승현과 마주쳤다. 그리고 풀이 죽은 채 한 마디를 던졌다. "승현아, 너 너무해." 칭찬 반, 아쉬움 반 섞인 한 마디였다.


전자랜드의 반전 극장은 11월 13일 LG전에서 계속됐다. 한참을 앞서던 경기를 4쿼터에 뒤집혔다. 외국선수 둘이 모두 빠진 팀에게 뒤집힌 것만으로도 데미지는 컸다.


유도훈 감독은 "경험하는 과정"이라며 애써 포장했다. 하지만 소득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포인트가드 박찬희의 가세로 공, 수에서 안정감이 생겼다. 제임스 켈리는 경기를 치를수록 팀에 녹아들고 있다. 아직 젊은 선수들이 많은 탓에 경기를 치르면서도 기복이 나타나고 있지만 유도훈 감독은 "배우는 과정"이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위닝샷에 울고, 웃고


오리온은 1라운드에서만 연장을 세 번 치렀다. 그 세 번의 피말리는 승부에서 그들은 1승 2패를 기록했다. 2패 모두 1점차의 아까운 패배였다.


이번에도 오리온에게 시즌 첫 패배를 안긴 팀은 삼성이었다.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7-104로 오리온을 꺾었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마지막 레이트 콜이 아쉬웠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동부전에서도 그들은 연장에 가야 했다. 오데리언 바셋의 영웅같은 활약은 인상적이었으나, 높이 벽을 넘지 못했다. 삼성과 동부 모두 높이와 힘에서 오리온의 매치를 까다롭게 만드는 강점이 있다. 추일승 감독 입장에서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깝게 놓친 경기만큼이나 짜릿하게 잡은 경기도 있었다. 이들은 5점차 이내 승부에서 3승 2패를 기록했다. 전자랜드, LG전 모두 기분좋게 이겼다. 11월 9일 LG 전에서는 애런 헤인즈가 결정적인 자유투를 넣으며 승리를 견인했다.


"승패를 떠나 1라운드는 쉬운 경기가 없었다. 2라운드는 더 피지컬하고 정교해질 것 같다. 우리도 정신차려야 할 것 같다(웃음)." 추일승 감독의 2라운드 전망이다.




그땐 몰랐던 것들


앞서고 있을 땐 몰랐다. 추격당할 때도 긴가민가하다. 그러다 뒤집히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KGC인삼공사 이야기다. 5점차 이내 승부에서 3전 전승을 챙긴 그들이지만, SK와의 10월 22일 홈 개막전을 제외하면 2경기 모두 쉽게 갈 것을 어렵게 매듭지은 경기였다.


10월 28일 전자랜드전은 한때 19점을 이기고 있었으나 막판 추격을 당해 자칫 승부까지 내줄 뻔 했다. 이정현의 위닝샷이 큰 힘이 됐다. 11월 30일 KCC전에서도 이 상황이 반복됐다. KCC에게 전반을 44-30으로 앞선 채 마쳤으나 야금야금 잡아 먹혀 4쿼터에는 종료 46초를 남기고 동점골(76-76)을 허용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사이먼이 결정타를 날린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앞서다 따라집히는 부분은 김승기 감독에게 굉장히 고민스러운 일이다. 특히 홈에서는 더 그렇다. 지난 시즌 KGC인삼공사가 악재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안정적인 홈 승률이 바탕이 됐다. 이제 겨우 1라운드이지만, 지킬 경기만큼은 지키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과제가 됐다.



접전의 이유


그렇다면 올 시즌 접전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들은 '전력평준화'를 꼽았다.


김영만 감독은 부상으로 '위에 있어야 할' 팀들이 내려오게 됐고, 반대로 국내선수들이 분전해준 덕분에 중위권팀들도 승부처에 힘을 냈다고 평가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파악이 덜 됐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예년에 비해 새 외국선수들이 많이 오면서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영만 감독은 바셋에 대해서도 "이 수비도 해보고 저 수비도 해보면서 활동량을 떨어뜨리고자 했는데 잘 안 되다 지역방어를 써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이승현(오리온)도 새 얼굴들이 많아지면서 아직 스타일에 적응이 안 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초반부터 나온 다양한 '역전 사례집'이 선수들의 자신감과 근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는 부분도 있다. 페이스가 빨라지고 3점슛이 늘어나면서 10점차까지 좁히면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SK-kt전이 대표적이었다. 이날 수훈선수였던 박상오는 "1라운드에 역전패를 당한 경우가 많았는데, 반대로 10점대로만 가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슛 찬스가 나면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던지자고 했는데 잘 됐다"라 말한 바 있다.


특히 이른바 '미국농구' 스타일의 단신 외국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이 경향은 심화되고 있다. 속공에서도 기회가 나면 바로 외곽슛을 던진다. 유재학 감독은 이를 '가장 기분 나쁜 실점'이라 표현했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트랜지션이 안 되고, 자기 수비자를 놓쳐서 주는 실점이기 때문이다.


2016-2017시즌 3점슛 개수도 이를 대변한다. 올 시즌 1라운드 3점슛은 평균 7.1개(성공률 33.7%)였다. 1라운드 3점슛 성공 평균 7개를 넘긴 건 2013-2014시즌 이후 처음이다. 김주성도 "예전에는 2점 싸움으로 골밑을 막다보니 점수가 많이 안 나왔다. 이제는 외곽슛이 늘다보니 10점차는 금방 따라가는 점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2라운드가 되면 각 팀의 공격 조직력도 더 올라오게 될 것이다. KBL이 처음인 외국선수들도 조금 더 녹아들게 될 것이며 1라운드에서 사회의 쓴 맛을 본 신인들도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게 될 것이다.


농구 인기가 올라갈 수만 있다면 기사를 쓰다가 뒤집는 건 몇 번이고 더 할 수 있다. 2라운드에서는 더 많은 접전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물론 감독과 선수 입장에서는 이보다 가슴졸이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 사진=점프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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