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국내 최고의 빅맨 김주성(37, 205cm)이 슈터로 변신했다.
최근 프로농구에서 김주성의 3점슛이 화제다. 김주성은 현재 경기당 2.31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이는 이정현(3.15개), 테리코 화이트(3.08개)에 이어 리그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성공률은 무려 54.55%.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다. 일반적으로 3점슛 성공률이 40%가 넘으면 정확한 슈터로 평가 받는다. 현재 리그에서 3점슛 성공률이 40%가 넘는 선수는 총 8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김주성이 3점슛 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돼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김주성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빅맨이다. 205cm의 큰 신장, 뛰어난 운동능력을 앞세워 골밑에서 득점을 하고 블록슛과 리바운드를 해내며 골밑을 지킨다. 김주성은 블록슛 부문에서 통산 1,009개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 그가 전문 슈터들 못지않은 슛 적중률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구에서 빅맨은 골밑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센터, 파워포워드 등 빅맨 포지션들은 어린 시절부터 외곽이 아닌 골밑플레이를 주로 배운다. 외곽슛을 쏘면 혼이 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점차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다재다능함이 요구되면서 이러한 편견도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NBA 등 해외리그에선 빅맨들이 3점슛을 쏘는 경우가 흔하지만 국내농구에선 그렇지 않다. 이러한 편견을 깬 최초의 선수는 국보급센터 서장훈(42, 전kt)이라고 할 수 있다.
207cm의 신장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센터로 꼽혔던 서장훈은 외곽슛도 정확한 선수였다. 선수 말년에 들어서면서 외곽슛의 비중이 높아졌고, 수비수 입장에선 굉장히 막기 까다로운 선수였다.
서장훈은 KBL 데뷔 시즌인 1998-1999시즌 외국선수들을 제치고 리바운드 1위(13.97개)에 올랐을 만큼 골밑 위주의 성향이 강했다. 물론 3점슛이 전혀 없는 선수는 아니었다. 루키 시즌 경기당 1개 가까이 3점슛을 시도했고, 성공률 30%를 기록할 만큼 3점슛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3점슛 밖에서도 그냥 내버려둬선 안 될 만큼의 슈팅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3점슛 비중을 늘린 시즌은 2005-2006시즌이다. 당시 소속팀 삼성은 올루미데 오예데지라는 정통 빅맨을 영입했다. 서장훈보다 힘이 좋은 오예데지를 영입하면서 서장훈은 외곽으로 나와 슛 시도를 늘렸다.
당시 서장훈은 경기당 3.7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거의 전문 슈터 수준의 슛 시도개수다. 성공률도 38.5%로 매우 높았다.
서장훈이 3점 슈터로 변신한 데에는 체력적인 부분과 환경적인 영향이 있다. 서장훈은 잦은 부상으로 인해 힘과 체력이 떨어지면서 갈수록 골밑에서 외국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이 때문에 서장훈을 보유한 팀에서도 정통센터를 영입하기에 이르렀고, 서장훈 역시 파워포워드에 가까운 움직임을 가져간 것. 때문에 외곽슛은 그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 무기였다.
서장훈의 3점슛 기록을 살펴보면 통산 정규리그 평균 1.76개의 3점슛을 시도했고, 성공개수는 0.63개다. 성공률은 36%를 기록했다. 매우 준수한 성공률이다.
김주성의 경우는 어떨까? 김주성은 서장훈보다 더 3점슛과 거리가 먼 선수였다. 대학 시절 그는 자유투 라인 정도의 거리에서는 슛 적중률이 매우 뛰어난 선수였다. 기본적으로 슈팅 밸런스가 안정돼 있다. 하지만 3점슛은 시도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골밑을 지키는 센터의 역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데뷔 시즌인 2002-2003시즌 그는 정규리그에서 단 1개의 3점슛을 시도하는데 그쳤다. 슛도 실패했다.
김주성이 첫 3점슛을 성공시킨 시즌은 3년차 시즌인 2004-2005시즌이었다. 이후 2006-2007시즌까지도 그는 시즌당 3개의 3점슛을 시도했지만, 성공은 시키지 못 했다.
이처럼 3점슛과는 큰 인연이 없던 김주성은 2007-2008시즌 처음으로 3점슛 시도 개수가 10개를 넘어섰다. 수치상 5경기에 1번 정도는 3점슛을 시도한 것이다. 총 시도개수 10개 중 2개를 넣었을 정도로 그의 3점슛은 빅맨의 ‘묘기’정도로 여겨져 왔다.
김주성에게 3점슛이 본격적인 ‘무기’가 된 시즌은 지난 2015-2016시즌이 아닐까 싶다. 김주성은 지난 시즌 경기당 2.53개의 3점슛을 시도할 만큼 시도 횟수가 부쩍 늘었다.
더불어 이번 시즌 지난 시즌 이상의 슛 시도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김주성의 3점슛이 워낙 정확하다보니 상대 빅맨이 외곽까지 수비를 나와야 하고, 자연적으로 상대 골밑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김주성의 이러한 변화 역시 체력적인 부분, 환경에 의한 요인이 크다. 동부는 지난 시즌부터 로드 벤슨과 웬델 맥키네스를 영입해 출전시키고 있다. 벤슨은 정통 센터고, 맥키네스 역시 골밑에서 플레이하는 언더사이즈 빅맨이다.
사실 동부는 김주성의 존재 덕에 늘 단신 외국선수로 스몰포워드나 슈팅가드를 선호해왔다. 김주성의 골밑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동부 김영만 감독이 스윙맨이 아닌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발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주성의 체력적인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나이가 들면서 김주성은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6경기 출전에 그친 것도 부상 때문이었다. 김주성의 부상 문제, 또 상대 외국선수와의 맞대결에서 체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단신 외국선수를 빅맨형으로 선발한 것이다.
2, 3쿼터 외국선수가 둘이 뛰며 김주성의 체력을 세이브 할 수 있고, 1, 4쿼터에서는 본업인 파워포워드의 역할을 수행하며 경기를 뛰고 있다.
자연히 김주성은 보다 외곽으로 활동 범위를 늘릴 수밖에 없다. 자신보다 힘 좋은 외국선수들을 살려주기 위해서 다른 쪽으로 방향을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탄생한 무기가 바로 3점슛이다. 김주성이 3점 라인 밖에서 슛을 던질 수 있다면 상대 수비를 끌어낼 수 있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한데 이건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평생을 슈터로 뛰어온 선수들도 프로에서 살아남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모든 선수가 슛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최고의 슈터가 되는 것도 아니다. 농구선수라 하더라도 슛 적중률을 높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김주성은 슈팅에 있어 재능을 가지고 있고,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한 노력이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이다.
김주성은 1라운드 국내선수 생산성지수에서 1위를 차지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어느덧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다시 한 번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과거 서장훈의 변화처럼 김주성 역시 변화하는 리그 트렌드에 맞게 자신의 플레이에 끊임없는 변화를 주고 있다.
단순 비교로 두 선수 중 누가 더 뛰어난 3점슛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서장훈이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킨 시즌은 2008-2009시즌으로 경기당 1.6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이번 시즌 김주성은 2.31개를 넣고 있어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단일 시즌 기록은 서장훈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통산 기록으로 보면 서장훈이 더 꾸준함을 유지했다. 서장훈은 통산 438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고, 김주성은 95개를 기록 중이다. 김주성이 서장훈의 통산 기록을 넘는 것은 어렵다.
“언젠가는 떨어질 것인데,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주성은 자신의 3점슛 성공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분명 지금 그가 보이고 있는 3점슛 성공률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그의 3점슛 성공률이 떨어지든, 아니면 이를 유지하든 그건 결국 그가 하기 나름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화하는 그의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유용우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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