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안양/맹봉주 기자] “주희정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슛이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평가가 바뀌어있더라.”
주희정의 1000번째 경기가 열린 23일 안양실내체육관. 서울 삼성과 안양 KGC인삼공사전을 앞두고 삼성 이상민 감독은 이 같이 말했다. “슛이 없다는 평가를 엄청난 연습으로 뒤집었다. 늘 자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연습을 통해 장점으로 가져가는 선수다. 대단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선수 시절 주희정과 코트 위에서 상대편으로 붙기도 했던 이상민 감독은 “감독으로서 옆에서 보니 꾀부리는 게 전혀 없다. 후배들에게 조언도 많이 해준다. 어린 선수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며 “(주)희정이한테 고맙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지난 시즌 팀이 힘든 상황에서 너무 잘해줬다. 올해는 (김)태술이한테 출전시간이 밀리며 많이 못 뛰는데도 힘든 티를 안 낸다. 늘 오전 일찍 나오고 밤마다 야간훈련을 한다. 비시즌에도 정말 열심히 한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상대 팀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도 주희정을 인정했다. “대단한 기록이다. 20년 동안 큰 부상 없이 1000경기를 뛰었다. 앞으로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며 이날 기록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경기는 삼성이 KGC인삼공사를 81-73으로 이겼다. 후배들은 선배의 1000경기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선발 출전한 주희정은 13분 29초를 뛰며 1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 후 주희정은 자녀들과 인터뷰실을 찾았다. 주희정은 “경기 전부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축하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 1000경기까지 올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언제 은퇴할지는 모르겠지만 은퇴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코트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남도록 하겠다”고 1000경기 출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1977년생. 한국나이로 40살. 주희정은 고려대학교 중퇴 뒤 남들보다 빨리 프로에 뛰어들어 프로 원년부터 코트 위를 누볐다. 원주 나래(현 원주 동부)와 삼성, 안양 KT&G(현 안양 KGC인삼공사), 서울 SK를 거쳐 지난 시즌 다시 삼성에 돌아왔다.
어느덧 선수생활 은퇴를 바라보는 시기. 주희정은 자신의 남은 선수생활에 대해 “오래 뛰고 싶다. 선수라면 누구나 그러지 않겠나. 일단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낸 다음, 다음 시즌 행보에 대해 말하고 싶다”며 “구단과 잘 상의하고 감독님과도 얘기해야 되는 부분이다. 올 시즌 마무리를 잘 한 다음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주희정은 지난 시즌 삼성에 돌아와 평균 24분 27초 뛰며 5.52득점 2.5리바운드 3.5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직전 세 시즌동안 15분 안팎을 뛰던 것에 비하면 대폭 늘어난 출전시간이었다. 앞선이 약하다고 지적받던 삼성은 주희정의 활약 속에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삼성은 김태술이 합류하며 가드진이 두터워졌다. 주희정의 출전시간은 자연스레 크게 줄어들었다. 주희정은 올 시즌 평균 9분 58초 뛰며 1.82득점 1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희정은 “(김)태술이가 잘해주고 팀 성적도 잘 나와서 좋다. 태술이가 없었다면 내가 체력이 고갈되지 않았을까 한다. 나는 1분을 뛰든 5분을 뛰든 모든 걸 다 쏟고 백업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태술이는 체력을 아끼고 있다. 서로 상부상조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줄어든 출전시간에 대해 불만이 없음을 밝혔다.
지난 2000-2001시즌 주전 포인트가드로 삼성의 통합우승을 이끌 때가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주희정은 “올 시즌은 우승할 수 있는 기회다. 느낌도 나쁘지 않다. 나는 뒤에서 동생들을 밀어주고 앞에선 태술이가 당겨주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000경기 출전 소감과 함께 지난 과거를 회상하던 주희정은 삼성 이규섭 코치와의 재밌는 추억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규섭 코치는 주희정의 고려대 1년 후배다.
“과거 얘기를 잠깐 하자면, 예전 고려대 시절 이규섭 코치와 경기에 출전도 못하고 벤치멤버로 고등학교 연습경기만 따라다니고 있었다.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중퇴하고 규섭이와 얘기를 많이 했다. 그 때 운이 닿는다면 프로에 만나서 대학 때의 서러움을 프로에서 꼭 우승으로 풀자고 했다. 이후 나는 나래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고 규섭이는 1순위 신인으로 삼성에 뽑혔다. 또 우승까지 했다. 그래서 더 뜻 깊었다.”
끝으로 주희정은 삼성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주희정은 “삼성에서 은퇴하고 싶다. 처음은 나래였지만 가장 오래 뛴 구단은 삼성이다”며 “마지막은 삼성이고 싶다. 지난 시즌 나이가 40이 돼서 돌아왔는데도 정말 잘해줘 감사함을 잊지 못한다. 제일 정든 팀이 삼성이다.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_문복주 기자, KBL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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