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2016년이 저물고 있다. 한국농구는 올 한 해 다사다난했던 시간을 보냈다. 한국청소년대표 선수들은 세계 속에 한국농구를 빛냈고,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정든 선수들을 떠나보내기도 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팬들을 울고 웃긴 뉴스 10개를 꼽아보았다.
①엘리트와 생활체육의 만남, 통합 농구협회 탄생(1월 18일)
2016년 정부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을 권고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하나의 단체로 힘을 합치라는 뜻이었다. 이에 2016년 1월 18일 대한농구협회와 국민생활체육전국농구연합회가 통합했다. 1925년 탄생한 대한농구협회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대한민국농구협회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벽을 허물고 모든 이들이 함께 하는 농구협회로의 발전을 기대케 하고 있다. 통합 협회장에는 기존 방열 농구협회 회장이 재임에 성공했다. 농구협회가 통합되면서 이들이 함께 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농구대잔치에는 사상 최초로 일반부가 개최돼 동호회팀들이 자웅을 겨뤘다. 이렇듯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통합은 보다 큰 규모의 대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자연스레 농구 인프라를 넓힐 수 있는 효과를 기대케 한다. 뿐만 아니라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3X3 농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3X3농구 인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②‘절대강자’ 우리은행 통합 4연패 달성(3월 20일)
우리은행이 WKBL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KEB하나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의 통합 4연패 달성 순간이었다. WKBL에서 통합 4연패를 달성한 것은 이번이 2번째로 첫 번째는 신한은행이 통합 6연패를 달성한바 있다. 우리은행은 3차전 내내 공수 조직력에서 하나은행을 압도했다. 임영희, 박혜진, 쉐키나 스트릭렌의 외곽포가 불을 뿜었고, 이승아는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했다. 골밑에선 양지희와 사샤 굿렛이 하나은행의 골밑을 제어했다. 하나은행은 훗날 부정선수로 판명난 첼시 리를 앞세워 우리은행에 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012년 위성우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최약체였던 우리은행은 이제 여자농구의 절대강자로 올라섰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고 했지만, 4시즌 연속 굳건히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박혜진은 2년 연속 챔프전 MVP에 오르며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연고지를 춘천에서 아산으로 옮기며 새 시대를 맞이했다. 이번 시즌 역시 단독 선두를 굳건히 지키며 통합 5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③‘제 2의 전성기’ 오리온, 14년 만에 우승(3월 29일)
고양 오리온이 2001-2002시즌 첫 우승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달성했다. 오리온은 3월 29일 고양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120-86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승현 시대’ 이후 중하위권을 전전했던 오리온이 프로농구 최강자로 우뚝 선 것이다. 추일승 감독 부임 후 차근차근 팀을 재건한 오리온은 이승현, 문태종, 애런 헤인즈, 조 잭슨 등을 영입하며 강력한 전력을 만들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동부, 모비스를 차례로 물리친 오리온은 챔프전에서 안드레 에밋을 앞세운 KCC마저 무너뜨리며 챔피언에 올랐다. 오리온의 우승은 그 동안의 틀을 깬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동안 KBL에 득세하던 ‘수비농구’를 제치고 공격적인 농구로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 조 잭슨 같은 가드 외국선수가 경기를 지배했다는 점, 또 ‘비주류’로 불린 추일승 감독이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챔프전 MVP는 2년차 이승현이 선정됐다. 이승현은 오리온을 우승으로 이끌며 명실상부 KBL 정상급 빅맨으로 자리매김했다.

④여자농구 레전드들의 은퇴(4월)
오랫동안 WKBL을 대표해온 레전드들이 코트를 떠났다. 2015-2016시즌이 종료된 후 변연하(KB스타즈), 이미선(삼성생명), 신정자, 하은주(이상 신한은행)등이 코트와 작별을 고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의 동반은퇴는 팬들에게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변연하는 여자농구 최고의 슈터로 국내리그는 물론, 국제대회에서 늘 빛났던 선수다. 장신의 외국선수들을 앞에 두고 3점슛을 터뜨리며 한국농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던 이미선도 노련한 경기운영능력으로 팀을 이끈 선수다. 신정자는 리바운드여왕이었다. WKBL 최다 리바운드 기록(4,864)을 갖고 있으며 국가대표에서도 간판센터로 활약했다. WKBL 최장신(202cm) 하은주는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끈 선수로 남아 있다. 이들의 은퇴로 여자농구는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돌입하게 됐다.

⑤허재, 남자대표팀 전임감독 선임(6월 14일)
그 동안 일회성으로 구성돼온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에 허재 감독이 전임감독으로 선임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대표팀의 시스템 정착을 위해 전임감독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고, 허재(51) 전 KCC 감독을 전임감독에 선임했다. 현역 시절 ‘농구대통령’으로 불린 허재 감독은 KCC를 2차례 우승으로 이끌었고, 2009, 2011년 대표팀 감독을 맡은 경력이 있다. 허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9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2016 제 1회 FIBA아시아챌린지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이라는 성과는 좋았지만, 이란과의 2경기에서 모두 대패를 당하며 숙제도 남겼다. 이번 대표팀은 양동근, 오세근, 양희종 등 베테랑들이 부상으로 빠지고 허재 감독의 아들인 허웅, 허훈, 그리고 장재석, 정효근 등 새로운 얼굴들이 가세해 화제를 모았다. 허 감독은 2019년 2월까지 전임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끈다.

⑥WKBL 발칵 뒤집은 첼시 리 사태(6월)
WKBL을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부천 KEB하나은행의 혼혈선수로 알려진 첼시 리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인 할머니를 뒀다고 주장한 첼시 리는 국내선수와 대비되는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이용해 리그에 파란을 일으켰다. 약체였던 하나은행은 단숨에 우승후보로 도약했고,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이에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첼시 리를 특별귀화시키기 위해 절차를 밟았다. 여자대표팀의 경쟁력에 확실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서류 절차를 밟던 도중 첼시 리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된 것을 확인했다. 결국 WKBL은 첼시 리의 영구 제명 및 팀 순위를 말소하고, 시상금 환급, 드래프트 순위 최하위 지명권을 부여했다. 하나은행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승철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이 사임했다. 여자농구는 물론 한국스포츠 역사상 전무후무한 희대의 사기극이 펼쳐진 셈이다. 반면 WKBL은 첼시 리 사태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⑦U17男대표팀, 최초 세계 8강 진출(6월 29일)
한국의 청소년대표 선수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6월 29일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열린 U17남자농구선수권에서 중국을 75-70으로 물리치고 8강 진출에 성공한 것. 남자농구 성인, 청소년대표팀을 통틀어 세계 8강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산고 오세일 감독의 지휘 아래, 양재민(경복고), 신민석, 이정현(이상 군산고) 등이 주축이 된 대표팀은 예선전에서 프랑스, 도미니카공화국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고, 16강전에서 난적 중국을 물리치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정통센터가 없어 높이에 약점이 있었지만, 유기적인 도움수비와 외곽포, 속공이 효과를 보이며 값진 성과를 이뤘다. 이번 대표팀에 선발됐던 선수들은 향후 ‘황금세대’로 한국농구를 이끌 기대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⑧연세대, 고려대 꺾고 첫 대학리그 우승(9월 29일)
고려대에 막혀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연세대가 대학리그 첫 정상에 섰다. 연세대는 9월 29일 열린 대학리그 챔프전 2차전에서 고려대에 84-72로 승리, 2연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긴 기다림 끝에 얻은 승리였다. 연세대는 지금까지 대학리그에서 준우승만 3번 차지하는 등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특히 지난 2년간 모두 고려대에 무릎을 꿇으며 2인자 이미지가 강했다. 최준용, 천기범, 박인태 등 4학년들이 졸업을 앞둔 올 해는 우승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대학리그 전 MBC배에서 연세대는 우승을 차지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끌었다. 고려대와의 정기전에서는 줄곧 리드를 점하다 무승부로 마치는 등 아쉬움을 삼키기도 했다. 챔프전에서 다시 만난 연세대는 있는 힘을 다했다. 이종현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고려대의 골밑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1차전을 이긴 연세대는 2차전에서 천기범이 종횡무진 코트를 휘저으며 3점슛과 스틸을 만들어냈고, 허훈, 최준용의 득점포도 터졌다. 결국 연세대는 고려대의 추격을 뿌리치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2차전에서 22점을 기록한 천기범은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연세대로서는 그 동안의 설움을 씻는 순간이었다.

⑨남녀농구 대형 신인들의 등장(10~11월)
이번 시즌 남녀프로농구는 대형신인들의 등장으로 기대감이 고조됐다. KBL은 이종현, 강상재(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 등 이른바 BIG3가 프로에 등장했다. 이들을 손에 넣을 팀이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모비스가 전체 1순위로 이종현을, SK는 2순위로 최준용을, 강상재는 3순위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이종현이 발등피로골절로 출전하지 못 하고 있는 가운데, 최준용과 강상재는 팀 주축으로 떠올랐다. 최준용은 적극적인 리바운드와 공격 가담으로 SK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최준용은 경기당 7.89리바운드로 국내선수 리바운드 1위에 올라 있다. 강상재도 주전과 식스맨을 오가며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올라섰다. 한편 이종현은 내년 1월 9일 정밀진단을 받은 후 복귀 시기가 결정될 예정이다. WKBL은 박지수의 데뷔로 관심이 집중됐다.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에 선발됐을 만큼 발군의 기량을 자랑하는 박지수는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에 지명됐다. 발등인대 부상으로 데뷔가 늦어졌던 박지수는 12월 17일 우리은행 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박지수는 4경기를 치른 현재 평균 9.25점 10.3리바운드 2.8어시스트 2블록을 기록하며 골밑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박지수의 활약에도 KB의 성적은 좋지 못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이 더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⑩주희정, 통산 1000경기 출장(12월 23일)
KBL의 철인 주희정(39, 181cm)이 정규리그 통산 1,000경기 출장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주희정은 23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 출전하며 1,000경기 출장을 기록했다. 주희정은 KBL의 살아 있는 역사다. 1997-1998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20시즌을 뛴 주희정은 그 동안 결장한 경기가 12경기에 불과하다. 54경기 전경기를 모두 뛴 시즌이 13시즌이나 된다. 주희정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대학을 중퇴해 일찍 프로에 데뷔했고, 병역면제를 받아 공백 없이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KBL은 이날 경기 하프타임에 주희정의 1,000경기 출장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주희정은 경기 후 “경기 전부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1000경기까지 올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언제 은퇴할지는 모르겠지만, 은퇴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 점프볼 자료사진,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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