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2016년 12월 29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리그(Serie A) 엠포리오 아르마니 밀라노(Emporio Armani Milan) 농구팀의 홈구장 메디오라눔 포럼(Mediolanum Forum)에서는 유로리그(Euroleague) 15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경기에 나서는 팀들은 홈 팀인 엠포리오 아르마니 밀라노 그리고 리투아니아를 대표하는 명문구단 잘기리스 카우나스(Zalgiris Kaunas)였다.
두 팀 맞대결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바로 리투아니아 대표팀의 ‘과거와 현재’ 에이스들이 상대팀 감독과 선수로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같은 포지션(포인트 가드)에 있던 이들이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경기였다.
바로 만 41세(1976년생)의 나이로 잘기리스 감독이 된 사루나스 야시케비셔스, 그리고 EA7 엠포리오 아르마니 밀라노의 1986년생 가드 만타스 칼니에티스(196cm, 가드)였다.
둘은 유로바스켓 2011(5위)과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8강 진출)에서 리투아니아 대표팀의 일원으로 함께 한 바 있다.

▲ 리투아니아 최고명문팀 감독된 야시케비셔스
야시케비셔스는 농구 종주국 미국을 상대로 인상 깊은 활약을 하며 일약 전 세계 농구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야시케비셔스가 있었기에 리투아니아는 미국을 상대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83-85 리투아니아 패/27득점) 2004년 아테네올림픽 조별리그 (94-90 리투아니아 승)에서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야시케비셔스는 NBA에서는 다소 아쉬운 활약을 보였으나 현역 시절 유럽 프로무대에서는 슈퍼스타였다. 노련한 경기 운영과 절묘한 패스, 그리고 정확한 슛을 앞세워 유럽에서 가는 구단마다 승리를 몰고 오는 ‘마이더스의 손’이자 ‘우승 청부사’로 명성을 날렸다. 유럽 컵 대회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유로리그에서 야시케비셔스는 소속팀을 무려 4번이(2003, 2004, 2005, 2009)나 정상에 올려놓았으며 단일리그 우승도 수없이 경험했다.
전성기가 지나서도 그는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활약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에서는 미국을 상대로 노련미를 뽐냈다. 당시 팀은 94-99로 지긴 했지만, 아직 서투른 칼니에테스를 대신해 24분간 뛰며 8득점 6어시스트로 선전했다. 실책이 많긴 했지만, 한때 미국을 겁나게 했던 스타다웠다.
야시케비셔스는 2014년 7월 29일, 공식적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으며 그의 마지막 팀은 잘기리스 카우나스였다. 선수 은퇴를 한 뒤 야시케비셔스는 잘기리스 카우나스 코칭스태프에 합류하며 한동안 어시스턴트 코치로 재직했다. 감독을 맡은 건 2016년 1월 13일부터. 그 뒤 유로리그와 리투아니아리그에서 선전 중이다.

▲ 떠오르는 대표팀 간판, 칼니에티스
야시케비셔스와 비교해 봤을 때 현재 리투아니아 대표팀의 간판인 칼니에티스의 프로와 대표팀 경력은 뒤처지는 면이 있다. 2003년 만 17세 때 리저브 팀(2군 팀)에 입단하여 머물던 3년(2003-2006)의 시기까지 포함, 총 10년간 잘기리스 카우나스(2006–2012, 2015 7월–2016 1월)에 머물면서 리투아니아 리그(4회)와 인터 리그 형태의 발틱 리그(BBL 4회)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두 리그 모두 야시케비셔스가 전성기 시절 승승장구하며 소속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던 리그들과 수준 비교를 해보면 많이 떨어진다.
아울러 칼니에티스는 유럽 컵 대회 팀 성적도 유로리그 4회 우승에 빛나는 야시케비셔스의 비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로코모브 쿠반(Lokomotiv Kuban)에서 유럽 컵 우승을 차지한 것이 전부다. 국가대표팀 경력도 야시케비셔스에게 비하면 아쉽다. 물론 칼니에티스도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리투아니아를 유로바스켓 2회 준우승(2013 2015)과 FIBA 세계선수권대회(2010년) 3위로 이끈 적은 있다. 하지만 비교 상대가 야시케비셔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자란 부분이 보인다. 그는 리투아니아를 유로바스켓 우승으로 이끈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올림픽에서 리투아니아를 4강 혹은 메달권까지 올려 보낸 시기도 없다.
그렇다고 칼니에티스의 개인 실력까지 마냥 폄하할 수만은 없다. 특히 현재 농구 좀 한다는 선수들이 대거 모인 리투아니아 대표팀에서 단순한 ‘커리어 비교’로 깎아내리기에는 경기력이 너무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특히 리우올림픽 본선에서 칼니에티스는 진면목을 보여줬다. 운동능력에 넓은 코트비전, 여기에 슈팅능력까지 과시하며 리투아니아의 기둥다운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등 31.7분으로 팀도 그에게 의존을 많이 했다. 이유는 한 가지. 그가 벤치로 가면 리투아니아는 경기를 전혀 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유로리그에서도 그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초반에는 주춤했지만 12월 11일 이탈리아리그 정규시즌 11라운드, 베네치아와의 경기에서는 29분간 14득점 10어시스트로 활약하며 명성다운 기량을 보였다. 팀은 84-88로 졌지만 벤치 신뢰를 얻기에는 충분했다.
▲ 운명의 맞대결, 상반된 팀 성적
칼니에티스의 소속팀 밀라노의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유로리그에서는 정규시즌 성적이 밑바닥을 기고 있다. 잘기리스와의 경기 전까지 밀라노는 유로리그 정규시즌 참가팀들 중 뒤에서 두 번째 순위(15위 4승 10패)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경기력이 형편없었으며 최근 8경기를 모두 지는 부진에 빠졌다. 아울러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하던 자국 리그에서의 강세도 서서히 시들기 시작했다. 12월 27일 13라운드 경기에서는 에밀리아에 87-91로 지면서 바싹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래저래 힘든 나날을 보내던 밀라노 입장에서는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그리고 잘기리스 전이 분위기 반전의 시발점이 될 수 있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칼니에티스의 활약이 필요했다.
반면 잘기리스와 야시케비셔스 감독도 1승이 필요했다. 경기 전까지 팀은 2연패(레알 마드리드, 올림피아코스) 이후 1승(이나돌루 에페스), 그리고 다시 1패(유닉스 카잔)를 당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두 팀의 경기에서 웃은 팀은 잘기리스 카우나스였다. 잘기리스 카우나스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밀라노를 78-70으로 꺾으며 6승 9패(12위)로 8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희망을 계속 이어갔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밀라노는 최근 유로리그 9경기를 모두 지면서 4승 11패로 15위에 그대로 머물게 되었다.
1쿼터는 잘기리스 카우나스의 페이스였다. 신예(1994년생) 루카스 레카비시우스(180cm, 가드)와 아르투라스 밀락니스(195cm, 가드)의 자유투 득점을 앞세워 21-16으로 앞섰다.
2쿼터에 엠포리오 아르마니 밀라노는 칼니에티스와 리키 힉맨(189cm, 가드) 그리고 조란 드라기치(195cm, 가드)의 득점으로 반격을 가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밀라노의 거센 추격에도 잘기리스 카우나스는 리드를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을 정도로 원정팀치고 경기를 침착하게 잘 풀었다. 전반은 잘기리스 카우나스가 36-33으로 3점을 앞선 채 끝이 났다. 3쿼터에서는 시작한 지 2분 만에 잘기리스 카우나스의 밀락니스가 3점슛 2개를 꽂으면서 42-33, 9점차로 달아났다.
밀라노에서는 미국인 가드 라킴 샌더스가 3쿼터에서만 10점을 몰아넣으며 잘기리스를 긴장 시키기도 했다. 그의 활약 덕분에 밀라노는 56-56, 3쿼터를 동점으로 만들면서 마지막 쿼터에 돌입했다.
그러나 4쿼터에도 밀라노는 잘기리스에게 기선을 뺏긴다. 과정도 비슷했다. 또 다시 외곽슛을 내주고 말았던 것. 밀락니스가 또 한 번 3점슛을 터트리면서 점수차를 62-56, 6점차로 벌려 놨다. 밀락니스는 이날 3점슛 4개를 포함해 16점을 올리면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상승 흐름을 탄 잘기리스는 캐나다 출신 케빈 팽고스(185cm, 가드)와 리투아니아 의 파울리우스 얀쿠나스(203cm, 포워드)의 3점슛 그리고 4쿼터에서만 6점을 넣은 에드가라스 울라노바스(198cm, 가드, 11점)의 활약으로 경기 종료 4분 23초 전 14점(74-60)까지 앞서 나가며 경기를 정리했다.
밀라노는 막판 칼니에티스가 득점으로 따라가며 끝까지 추격에 나섰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칼니에티스는 23분간 16점 1리바운드 1블록으로 선전했으나 평소(1.8개)보다 많은 실책(5개)을 기록한 점이 아쉬웠다.
+ 밀라노 vs 잘기리스 유로리그 14라운드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3hGuQbmKs4g
# 사진 = 유로리그, F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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